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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호 논설위원이 간다][단독] "정진상, 성남 공무원들에 '충성맹세'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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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성남시장 권한대행, 시 의원이 전한 ‘성남시’



중앙일보

강찬호 논설위원


검찰이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두산건설 전 대표와 성남시 전 팀장을 뇌물 등 혐의로 기소하면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정진상 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공모했다”는 내용을 공소장에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정 실장이 성남FC의 실질적인 구단주 역할을 하면서 기업 후원금 수령 과정을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에 보고한 것으로 보고 있다.



“대출내역 추궁하자 몰래했다 신고”

“간부들, FC 나오면 고개숙여 침묵”

“정진상, 회계 직원과 자주 어울려”

이재명 측근 “카더라식 허위일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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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4일 성남 FC에 51억원을 후원한 것으로 알려진 농협 등 7곳에 대해 압수수색을 했다. 사진은 이날 오후 검찰이 압수수색한 NH농협은행 성남지부 모습. [뉴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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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의 기업 후원금 논란이 불거진 2015년부터 1년간 FC 대표이사를 지낸 곽선우 변호사도 “직원들이 나를 건너뛰고 정 실장에게 직접 연락한다”고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에 보고했다. 또 최근 검찰 조사에서 “이 시장이 ‘나는 축구를 잘 모르니 정 실장과 모든 걸 상의하고 결정하라’고 지시했다. (그래서) 정 실장을 구단주 대리인으로 생각했다”는 진술을 했다고 한다. 성남시에서 6급 별정직에 불과했던 정 실장이 시 행정을 좌지우지했다는 주장이다. 이재명 성남시장이 경기지사 출마를 위해 시장직을 사퇴한 2018년 3월 15일부터 6월 30일까지 시장 권한대행을 지낸 이재철 전 성남시 부시장과 당시 성남시 의원을 지낸 이기인(국민의힘) 경기도의원으로부터 정황을 들어봤다. 먼저 이재철 전 부시장과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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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철 전 성남시 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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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정 실장이 FC의 구단주 역할을 했나.

A : “내가 시장 권한대행을 맡고 보니 야당이 FC의 불투명성을 문제 삼아 재정보조를 못 해준다고 하더라. 한 번도 의회에 회계 보고를 한 적이 없다는 거였다. 그래서 FC 간부들에게 당시 논란이 불거진 후원금 내역과 수금 수당 지급 내역을 제출하라고 하니 ‘모릅니다’라며 고개를 숙이더라. 주무과인 시청 체육진흥과장에게 물어봐도 ‘모릅니다. 2층(이재명 시장실) 뜻입니다’며 고개를 숙였다. 화가 나서 ‘지금은 내가 FC 구단주다. 문화체육국장 불러오라’고 호통쳤다. 그런데 국장조차 ‘2층의 뜻입니다’만 반복하면서 ‘솔직히 걔네(FC)가 정 실장에게 다이렉트로 처리합니다’고 하더라. ‘FC’만 나오면 간부들 대응이 똑같았다. 고개 숙이고 침묵한다. ‘우린 허수아비인 것 알지 않나. 정 실장이나 이 시장에게 물어달라’는 분위기였다.”

Q : 그 과정에서 뭔가 발견된 의혹은 없나.

A : “시 간부들이 내게 ‘자수’한 게 있다. FC가 우리 몰래 대출을 받았다는 거다. 내가 회계 내역을 보고하라고 워낙 채근하니까 FC가 2~3장짜리 엉성한 보고서를 제출했는데 맨 뒤에 ‘대출’이라 적어놓은 거였다. 이게 문제될 것 같으니까 간부들이 자수한 것이다.”

Q : 대출 내역은.

A : “2018년 2월에 농협에서 10억여원을 빌린 것으로 기억한다(2014년부터 올해까지 성남FC에 51억원을 후원한 것으로 알려진 농협은 4일 검찰의 압수수색을 당했다). 산하기관의 대출은 시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안 했으니 중징계 감이다. ‘부족한 부분에 썼습니다’고 변명하더라. FC가 후원금 파동으로 2018년 이후 돈줄이 끊기니 멋대로 대출을 받은 듯하다. 책임을 물어야 할 대표는 이재명 시장 사임 전날 구단을 떠났다. 이런 복마전이 없다.”

Q : 후임 FC 대표는 어땠나?

A : “더 무서운 것은 후임 대표도 이재명 시장의 비서실장 출신인 윤기천씨가 내정돼 있던 거였다. 내가 서명을 거부하자 FC 간부들이 ‘FC는 주식회사라 대표가 공석이면 안 된다’고 압박해 결국 윤씨가 대표가 됐다. FC의 회계가 엉망이니 측근이 대표를 맡아 방어하도록 했을 가능성이 있다.”

Q : 시장 권한대행으로 체감한 정 실장의 영향력은 어느 수준이었나.

A : “시청 비서들은 수행비서관, 연설비서관 식으로 직함이 노출돼 비서실에 들어가면 누가 어디서 근무하는지 알 수 있다. 그러나 직급이 6급 보좌관에 불과한 정 실장만은 깊숙한 곳에 방이 따로 있다. 아무 표시 없는 독방이라 누가 근무하는지 전혀 알 수 없다. 이 방 앞에 그의 지시를 받으려고 공무원들이 줄을 섰다고 한다. ‘정진상 만나기가 비서실장 만나기보다 열 배 힘들다’는 말이 돌았다. 시의 위계질서가 무너진 거다.”

Q : 그렇게 위세가 강했나.

A : “인허가든, 계약이든 정 실장을 건너뛰고 이재명 시장에게 보고되는 일은 있을 수 없는 분위기였다. 겪어본 공무원들은 100% 공감할 것이다. 내가 들은 대표적 사례가 ‘충성 맹세’다.”

Q : 충성 맹세라니?

A : “성남시에서 인사가 나기 3~7일 전 정 실장은 승진 대상자들과 술자리를 갖는 것으로 소문이 났다. 인사 담당 간부가 배석해 ‘당신은 이재명 시장의 배려로 승진하는 것’이라 바람을 잡고, ‘승진해 간부가 되면 시장실의 조치를 적극적으로 따르라’는 신호를 줬다는 거다. 몇몇 이들은 모멸감을 느껴 대답을 회피하고 자리를 떴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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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7일 성남시 분당구의 FC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경찰. FC는 감독기관인 성남시청 몰래 농협으로부터 10억여원을 대출받았다고 이재철 전 성남시장 권한대행이 주장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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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2022년 성남시 의원을 지낸 이기인(국민의힘) 경기도 의원도 “정 실장의 파워가 막강했다”고 회고했다. 그와의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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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인 경기도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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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충성 맹세 얘기를 들어본 적 있나.

A : “그렇다. 충성 맹세가 주로 이뤄진 회식 장소가 2006년 이재명 성남시장 선거대책본부장을 지낸 측근 김인섭씨의 횟집이다. 그가 운영한 N횟집을 거치지 않은 사람은 성남시에서 (승진) 인사가 안 된다는 말이 돌 정도였다. 그 횟집에서 시 공무원 회식이 여러 번 이뤄졌다.”

Q : 정 실장이 ‘성남FC의 실질적 구단주’란 말에 동의하나.

A : “그렇다. 2017년 ‘FC 문제점 진단 및 개선 방안’이란 10쪽짜리 문건을 만들어 ‘정 실장이 사실상 구단주로 군림했다’고 폭로한 FC 직원 A씨가 입에 달고 산 말이 있다. ‘정 실장이 맨날 FC에 있다’는 거다. 성남시의 수많은 산하 기관 중 하나일 뿐인 FC에 시 정책보좌관이 살다시피 하며 현안들을 좌지우지했다는 것이다.”

Q : “살다시피 했다”라면?

A : “A씨가 내게 해준 얘기다. 그가 FC 사무실에 출근하면 늘 정 실장이 와 있었고, 구단 회계 직원 이모씨와 매일 어울렸다는 것이다. 이씨는 이재명 시장의 2008년 총선과 2010년 지방선거 출마를 도운 측근의 친조카로, FC 후원금 통장을 관리하며 회계 전용 컴퓨터 주변에 아무도 얼씬 못하게 했는데 정 실장만은 예외였다는 전언이다. 후원금 관리 직원들은 FC에 후원금이 집중됐던 2015~2017년 차를 바꾸는 등 씀씀이가 헤픈 모습을 보였다.”

Q : 시의원 시절 정 실장의 권력을 실감하지 못했나?

A : “당시 성남시가 ‘보이지 않는 손’에 휘둘린다는 느낌은 강했지만, 실체는 찾을 수 없었다. ‘국장 등 간부들은 힘이 없다’는 말만 돌았을 뿐 이 시장과 FC 등 산하기관을 연결하는 다리가 안 보이는 거였다. 나중에 보니 정진상이 인사나 계약 등 핵심 현안을 죄다 주무른 것이었다. 성남시에선 주요 사업을 수의 계약으로 몰아준 경우가 많다. 큰돈이 걸린 사업들이 죄다 2층을 통해 결정됐다. 그래선지 성남시 회계 부서에 배치된 직원들은 정진상의 측근들이란 소문이 파다했다.”

Q : 시의원 시절 정 실장을 만난 적은 없나.

A : “그는 ‘스텔스’였다. 이재명 성남시장 8년간 찍힌 사진을 찾을 수 없을 만큼 자신을 숨겼다. 내가 성남시 의원을 8년 했는데, 그를 만나본 게 딱 한 번이다. 그러나 그의 위세는 대단하다. 지난해 10월 그의 부친상 빈소는 민주당 의원 70여 명이 보낸 근조기와 근조화환으로 가득했다. 대장동 게이트가 터지고 난 뒤인데도 말이다.”

이 전 부시장과 이 도의원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중앙일보는 4일 민주당 측에 정 실장의 입장을 물었으나 그와 연결되지 못했다. 이와 관련해 이재명 대표 측 인사(경기지사 시절 특보)인 이석훈 전 성남FC 대표는 “카더라식 추정과 허위에 불과하다”고 부인하는 입장문을 1일 냈다. “곽선우 전 FC 대표가 언론을 순회하며 ‘정진상이 구단주였다’는 주장을 하는데 정 실장이 구단주 역할을 한 사실이 없고, 창단 초기부터 구단은 주체적으로 운영됐다”는 내용이다.

■ FC 후원금 의혹

이재명 대표가 성남시장 재직 시절 두산건설·네이버 등 관내 6개 기업으로부터 성남 FC 후원금으로 160억여원을 유치하고 그 대가로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이다.

강찬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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