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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4·3 재심 재판장, 검찰 등에 쓴소리 “희생자 또 사상 검증…고통당한 유족 살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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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지법 사상검증 논란 4명 무죄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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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검찰 쪽에서 다시 한번 (사상을) 봐야겠다는 4명 중 한분입니다. 아버지는 한국전쟁 때 교도소에서 나오신 뒤 성가해 저를 낳으셨습니다. 저는 4·3 유족 신청 때도 4·3이 언제 일어났는지도 몰랐습니다. 4·3을 알아갈수록 군사재판 자체의 문제점을 알게 됐습니다.”

4·3 당시 조천중학원 교사였던 고 김민학씨의 아들 김용호씨는 4일 재심 선고가 있었던 제주지방법원 201호 법정 방청석에서 이렇게 말했다. 김씨는 “아버지는 그냥 보통의 아버지다. 아버지는 아버지로서 충분히 존경을 받아야 하는데 한동안 원망과 미움이 많았던 제가 부끄럽다”고 말했다.

이날 선고 공판은 특별재심 대상자 중에는 검찰이 그간 공판 과정에서 사상 검증이 필요하다고 한 4·3 희생자 4명이 포함돼 있어 주목도가 컸다. 서서 보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유족과 방청객들로 법정은 가득했다.

4명 가운데 3명의 유족이 나와 처절했던 삶을 이야기했다. 경기 김포에서 온 고 임원전씨의 아들 임충구(79)씨는 떨리는 목소리로 “아버지가 4명에 포함된 것을 알고 가슴에 열불이 났다. (검찰이) 망인을 두번 죽이고 유족 가슴에 대못을 박는 것을 보고 밤새 눈물을 흘렸다”고 말했다.

임씨 아버지는 임씨가 6살 때 잡혀가 행방불명됐다. 어머니는 임씨가 7살에 초등학교 입학한 직후인 1950년 칠석날 서귀포시 대정읍 섯알오름에서 예비검속으로 계엄군에 총살됐다. 임씨는 “우익단체인 서청(서북청년단)이 와서 멸족한다며 나를 찾아다녔다고 한다. 어머니는 나를 살리려고 이 집에서 한달, 저 집에서 한달씩 연명하며 살았다”고 회고했다. 임씨는 무죄가 선고되자 재판부를 향해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또 다른 4·3 희생자 고 문옥주씨의 아들 문광호씨는 “대학 졸업 뒤 교사 자격증이 있었지만, 취업을 못 해 마을공동목장 쇠테우리(목부)를 3년 했고, 어느 날 경찰이었던 외사촌 형이 찾아와 나 때문에 경찰 옷을 벗어야겠다고 해서 제주를 떠나 생활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제주지법 형사4부(재판장 장찬수)는 4·3 군법회의 희생자 30명에 대한 직권재심, 66명에 대한 특별재심, 1명에 대한 일반재판에서 “입증할 증거가 없다”며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장 재판장은 선고와 함께 검찰과 변호인, 정치권을 향해 쓴소리를 남겼다.

“변호인은 (자료 준비에) 좀 더 성의를 보이고, 검찰은 (유족의 심정과 4·3 당시 상황에 대해) 이해하려고 노력하길 바랍니다. 지역 정치인들도 더 관심을 가지시길 바랍니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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