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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해킹·디도스' 수사할 경찰 인력 태부족... 검거율 급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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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범죄 검거율 59.8%까지 떨어져
전문 수사관 뽑아도 다른 부서로 떠나
한국일보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청사.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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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에 사는 50대 A씨는 지난해 12월 유심을 복제하는 신종 해킹 방식인 ‘심 스와핑’ 피해를 입었다. 휴대폰이 작동하지 않아 재부팅을 반복하자 ‘유심이 변경됐다’는 메시지가 왔고, A씨도 모르게 가상화폐 거래가 시도됐다. 그는 사건 당일 서울 종로경찰서를 찾아 피해 사실을 알렸지만, 수사관은 “처음 들어보는 얘기”라며 접수를 거부했다. 경찰은 비슷한 피해가 늘어난 뒤에야 “심 스와핑 수법을 잘 몰라 실수를 했다”고 해명했다.

온라인상 사기나 명예훼손, 성폭력 등 ‘사이버범죄’가 큰 폭으로 늘었지만, 검거율은 매년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갈수록 음성화ㆍ지능화하는 범죄 수법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전담 수사인력이 가장 큰 원인이다.

4일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공받은 최근 5년간 사이버범죄 발생 및 검거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8년 14만9,604건이던 사이버범죄는 △2019년 18만499건 △2020년 23만4,098건으로 급증한 뒤 지난해 소폭 하락해 21만7,807건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검거율은 2018년 75.0%에서 지난해 63.7%까지 꾸준히 떨어졌다. 올해는 수치가 더 감소해 8월 기준 15만3,750건 발생한 사이버범죄의 검거율이 59.8%(9만1,922건)에 그쳤다.

특히 전문성 부족 문제가 심각하다. 고도의 수사 기법이 요구되는 △해킹(올해 검거율 15.6%) △악성프로그램(15.9%) △사이버금융(23.4%) △디도스(Ddosㆍ28.6%) 등의 범죄는 검거율이 평균을 크게 밑돌았다.

사이버수사 인력 증원이 없던 건 아니다. 2018년 1,720명에서 현재 2,573명으로 49.6% 늘었다. 그러나 이 정도 규모로는 발 빠른 사이버범죄 진화 속도를 수사력이 전혀 따라가지 못한다. 서울의 한 일선 경찰서 과장은 “수사 인력 자체도 부족하지만, 사이버수사 요원은 훨씬 더 모자란다”고 말했다.
한국일보

사이버범죄 발생 및 검거 현황. 그래픽=박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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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사이버수사 전문성 제고를 위해 2000년부터 석ㆍ박사급 민간 인력을 경력(경장 직급) 채용하고 있다. 현재 731명이 근무하는데, 이 가운데 사이버수사 부서에 배치된 인원은 60%를 약간 웃도는 467명에 불과하다. 5년간 사이버수사 부서에서 의무 복무한 뒤 승진이나 수사경과 기피 등을 이유로 다른 부서로 떠난 탓이다.

최근 마약 범죄나 불법촬영물 유포의 온상으로 지목된 ‘다크웹’ 전담 분석요원도 4명뿐이다. 경찰은 올해부터 박사급 전문가를 경위 직급으로 뽑기로 했지만, 채용 예정 인원은 5명이 전부다.

김 의원은 “점점 교묘해지는 사이버범죄에 경찰이 충분한 대응 역량을 갖추지 않으면 국민 피해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만큼 전문 인력 확충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도형 기자 namu@hankookilbo.com
박지영 기자 jy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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