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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기고] 국제형사재판소(ICC)서 위상 높아진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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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우리 국민에게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최근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는 곳이 하나 있다. 네덜란드 헤이그에 위치한 국제형사재판소(International Criminal Court·ICC)다. 국제형사재판소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자마자 러시아군의 전쟁범죄에 대한 조사를 개시하였고 지난 5월에는 역대 최대 규모의 조사단을 우크라이나에 파견하는 등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국제형사재판소에는 범죄행위를 조사하고 수사하는 소추부와 소추부가 기소한 사건의 범죄 유무를 판단하는 재판부가 함께 있으며, 국제 공동체를 위협하는 가장 중대한 4가지 범죄, 즉 제노사이드(집단살해죄), 인도에 반한 죄, 전쟁범죄, 침략범죄를 다루고 있다. 조사부터 최종 재판 결과가 나오기까지 다소 오랜 시간이 걸리고, 일부 지역의 사건 위주로만 진행된다는 비판이 있기는 하지만, 국제형사재판소는 국제사회의 자유와 평화, 인권 보호를 위한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해내고 있다.

우리나라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자유와 평화,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국제형사재판소 활동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국제형사재판소 창설 이듬해인 2003년 송상현 서울대 교수가 초대 재판관의 일원이 되었고, 2009년에는 2대 재판소장에 선임되었다. 이는 한국인으로서 국제사법기구의 수장에 오른 첫 사례다. 그뿐만이 아니라 2017년에는 권오곤 변호사가 국제형사재판소에 관한 로마규정 당사국들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당사국총회 의장으로 선출되기도 하였다.

현재 우리 정부는 국제형사재판소에 90억여 원의 분담금을 납부하여 재정적 기여 규모로 123개 회원국 중 7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네덜란드 정부와 함께 회원국 수 증대를 위한 작업반의 의장을 맡고 있다.

이와 더불어 올해부터는 우리나라 감사원이 국제형사재판소의 외부감사인으로 선임되어 재판소의 회계 처리, 예산 편성·집행의 효율성 여부 등을 감사하고 있다. 이는 국제무대에서 우리나라가 최초로 실시하는 국제기구에 대한 감사다.

첫 감사에 대한 회원국들의 기대는 높지 않았지만, 우리나라 감사원은 국내 감사에서 쌓아온 감사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재판소에 대한 회계 감사와 비정규직 인사 관련 성과 감사를 성공적으로 수행하였고, 수준 높은 감사 결과는 현지에서 큰 반향을 낳고 있다.

당사국총회 예산재정위원회는 감사원 감사 결과에 대해 통계 분석과 객관적 증거에 근거한 감사라고 높이 평가하였으며, 일부 당사국들은 동 감사 결과를 재판소 예산 편성 및 집행에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러한 최초 국제기구 감사의 성공적 수행을 발판 삼아 우리나라 감사원이 다른 국제기구 외부감사직에도 진출을 확대하여 국제무대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우리 정부의 국정 목표 중 하나는 '자유·평화·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국가'이다. 우리나라는 국내총생산(GDP) 기준 세계 10위의 경제 강국으로 성장하였고 K팝, K드라마 등 K컬처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앞으로도 우리나라는 신장된 국력과 국격에 걸맞게 국제 공동체의 자유, 평화, 인권을 제고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움직임에 적극 참여하고 주도적인 역할을 하여야 할 것이다.

[정연두 주네덜란드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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