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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영화 '앤트맨' 상상력 현실로…노벨물리학상에 양자역학 석학 3人(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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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알랭 아스페·존 클라우저·안톤 자일링거, 노벨물리학상 공동 수상
'양자 얽힘' 상태 이용 실험 진행…양자정보과학 분야 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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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왼쪽부터 알랭 아스페(프랑스), 존 F. 클라우저(미국), 안톤 자일링거(오스트리아). (사진=노벨상위원회 홈페이지)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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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 마블영화 ‘앤트맨’의 한 장면. 주인공 스캇이 실종된 줄 알았던 재닛과 정신적으로 연결된다. 행크핌 박사는 “두 사람이 양자 얽힘 상태”라고 말했다. 거리와 무관하게 양자 상태로 얽혀있는 현상을 언급한 것이다. 또 앤트맨에서 몸이 분신처럼 여러 상태가 보인 장면으로 양자역학 속 '중첩' 상태를 표현했다. 양자컴퓨터는 수많은 정보라도 중첩과 얽힘으로 연결돼 더 많은 계산이 가능하다.

ICT(정보통신기술)은 물론 경제·산업 경쟁력과 국가안보 체계를 뒤흔들 게임 체인저 기술로 주목을 받고 있는 양자 컴퓨터의 이론적 단초를 제시한 학자들이 올해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알랭 아스페(프랑스), 존 F. 클라우저(미국), 안톤 자일링거(오스트리아) 등 3명이 그 주인공이다. 학계에서는 이 3명이 양자역학의 완전성을 실험적으로 입증해냄으로써 양자컴퓨터, 양자통신 등 현대기술의 단초를 쌓을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스웨덴 카롤린스카야 의학연구원의 노벨상위원회는 4일 알랭 아스페, 존 F. 클라우저, 안톤 자일링거를 올 노벨 물리학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들 세 사람은 얽힌 광자 실험 등을 통해 벨 부등식의 위반을 규명함으로써 양자정보과학을 개척한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하게 됐다.

노벨상위원회는 "이들 세 사람은 두 입자가 떨어져 있어도 하나의 단위처럼 행동하는 양자 얽힘 상태를 이용한 획기적인 실험을 진행했다. 그들의 실험 결과는 양자 정보를 기반으로 한 신기술의 길을 열었다"고 수상 이유를 설명했다.

양자컴퓨터는 양자(量子;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물리단위) 역학 원리를 정보처리에 적용한 미래 컴퓨팅 기술을 말한다. 기존 슈퍼컴퓨터보다 1억배 이상 빠르다. 일반 컴퓨터는 0 아니면 1로만 계산한다. 이때 사용되는 연산단위가 1비트(bit)다. 반면 양자컴퓨터는 0과 1을 동시에 계산한다. 즉 0과 1이 분리되지 않아 많은 정보처리가 가능하다. 이런 속도 향상은 양자역학 현상인 중첩, 얽힘으로 가능하다.

조동현 고려대 물리학과 교수는 "올해 노벨 물리학상은 양자 얽힘 상태에 관한 것"이라며 "양자컴퓨터 등이 언급되면서 꼭 나오는 게 양자에만 존재하는 특별한 물질의 상태인 '중첩과 얽힘'이다. 이 두 가지가 양자 상에만 존재하는 핵심적인 상태이기 때문에 양자 기술과 관련해 근간이 될 수 있는 상태라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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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들은 '양자 얽힘' 상태를 이용한 실험을 진행해 양자정보과학 분야의 문을 열어젖혔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진=노벨상위원회 홈페이지)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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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역학은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는 우스갯소리를 들을 정도로 여전히 어렵고 난해한 학문의 대표주자로 꼽힌다. 양자역학에서는 전자를 측정(관측)하는 행위가 전자의 상태를 결정하게 된다고 보고 있다. 전자가 측정되기 전에는 특정한 상태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이에 더해 양자역학에서는 '양자 얽힘' 상태에 있는 2개의 입자가 있을 경우 하나의 입자를 측정하면 나머지 하나의 입자의 상태가 자동으로 결정된다고 본다. 하지만 이 같은 이론의 경우 두 입자가 굉장히 멀리 떨어져있을 경우 한 입자의 상태가 나머지 입자에게 빛보다 빨리 전달돼야만 한다는 EPR 역설(아인슈타인-포돌스키-로젠 역설)이라는 의문을 남기기도 했다.

이같은 역설을 해소하기 위해 나온 것이 '국소적 숨은 변수 이론(EPR 이론)'이다. 멀리 떨어져 있는 입자들을 각각 측정하는 것은 두 개의 독립적인 사건이기에 국소성이 있다고 가정하고, 두 입자가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한 입자의 상태가 다른 입자의 상태에 영향을 주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관측자가 알 수 없는 숨은 변수가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물리학자 존 스튜어트 벨이 1960년대 이 국소적인 숨은 변수 이론이 양자역학의 모든 통계적 예측을 재현해낼 수 없다며 '벨 이론'과 이를 수식화한 '벨 부등식'을 처음으로 선보였고, 이후 기존 양자역학을 부정한 벨의 이론을 실험적으로 검증하기 위한 노력이 수십년 간 이어졌다. 이날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세 사람은 벨 부등식의 한계를 실험적으로 입증함으로써 고전 양자역학이 완전한 이론임을 증명해냈다.

클라우저는 이같은 벨의 이론을 발전시켜 실제 실험으로 이끌었다. 클라우저는 칼슘 원자의 광자 얽힘 상태가 존재함을 자체 설계한 광원(빛)을 통해 증명해 냈다. 이후 아스페는 클라우저의 실험에서 부족했던 점을 보완해 칼슘 원자가 '들뜬 상태'에서 '바닥 상태'로 떨어질 때도 얽힌 광자를 방출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후 자일링거는 이같이 입증된 양자 얽힘 현상을 실제 활용한 실험을 진행해 양자 상태를 한 입자에서 다른 입자로 멀리 이동시키는 '양자 순간이동'이라는 현상을 시연해냈다. 자일링거가 현대 기술인 '양자통신'의 시발점을 선보여준 것이다.

학계에서는 이들의 노벨 물리학상 수상이 당연한 수순이었다고 보고 있다. 손원민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는 "이들 세 수상자가 공동 연구자는 아니지만, 개별적으로 자기 연구를 통해서 양자역학의 핵심에 해당되는 것을 각기 다른 시각에서 실험 결과를 내는 데 성공해낸 이들"이라며 "벨 부등식은 이론에 그친다는 제한이 있어서 이게 실제 실험으로 증명될 수 있을지는 몰랐다. 그래서 약 20여년간 실험적 검증을 위한 무수한 노력들이 있었는데 아스페, 클라우저, 자일링거가 굉장한 돌파구를 찾아낸 이들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손 교수는 "이 세 수상자의 실험적 증명 이후 양자역학이 패러다임이 바뀌었다"며 "이젠 양자역학의 완전성에 대해 연구하는 사람은 거의 없고 양자역학을 이용해서 훨씬 더 획기적인 일을 하려는 연구들이 시작됐다. 고전적 물리학자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현상들을 실험적으로 다 보였기 때문에 이를 기반으로 해서 양자컴퓨터, 양자통신 등과 같은 현대기술들이 나오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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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올해 노벨물리학상 공동수상자 중 한명인 안톤 자일링거. 자일링거는 양자 얽힘 현상을 활용한 실험을 통해 양자통신의 시발점인 '양자 순간이동'을 시연해냈다. (사진=손원민 교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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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욱 성균관대 나노공학과 교수 또한 "양자역학은 얽힘이라는 게 있지 않으면 설명이 되지 않는다. 이 세 수상자는 얽힘이라는 게 이론 속에만 있는게 아니라 실제 세상에서 구현할 수 있고, 실제로 만들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며 "이들이 노벨상을 받은 것에 대해서는 이의가 없다. 이들 세 사람이 노벨상을 받을 것이라는 것, 그리고 이 3명이 세트로 받을 것이라는 건 사실 예전부터 쭉 나왔던 얘기들"이라고 말했다.

노벨상 위원회 또한 '얽힘 상태 - 이론에서 기술로'라는 표현을 통해 아스페, 클라우저, 자일링거가 양자역학을 이론에서 현실로 끌어올렸음을 거듭 강조했다. 노벨물리학상 위원회는 "새로운 종류의 양자 기술이 등장하고 있다는 것이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며 "우리는 양자역학 해석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차치하더라도 이 복잡한 상태(얽힘 상태)에 대한 수상자들의 연구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syh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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