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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이슈 세계 금리 흐름

美 긴축 마이웨이에 전세계 비명…UN "정책노선 빨리 바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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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지난달 27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화를 정리하는 모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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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부터 살겠다'는 미국의 긴축 마이웨이에 전 세계가 아우성치고 있다. 미국의 '수퍼 긴축'에 따른 주요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이 세계 경기 침체를 부를 수 있다는 우려와 강달러를 용인하는 미국의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수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국제기구인 유엔(UN)이 총대를 메고 미국의 마이웨이에 제동을 걸었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3일(현지시간) 연례 보고서와 함께 발표한 성명에서 “선진국이 통화와 재정 긴축이라는 정책 노선을 빨리 바꾸지 않으면 세계는 불황과 장기 침체로 치달을 것"이라며 "모든 지역이 영향을 받겠지만 특히 개발도상국(개도국)이 가장 큰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UNCTAD는 개도국 경제 개발 촉진과 선진국과의 경제 격차 시정을 위해 설립한 유엔 산하 기관이다.



긴축으로 개도국 경제 피해 선진국보다 커



중앙일보

UNCTAD 보고서


UNCTAD는 보고서에서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여파가 선진국보다 개발도상국 경제에 치명적이라고 분석했다. Fed가 기준금리를 1%포인트 올리면 이후 3년 동안 선진국의 국내총생산(GDP)은 0.5%, 개도국은 0.8%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Fed가 기준금리를 3% 포인트 인상한 만큼, 이후 3년 동안 개도국의 GDP는 3600억달러(약 513조8600억원) 정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Fed가 연말까지 최대 1.25%포인트의 금리를 인상할 수 있는 만큼 개도국의 GDP는 더 큰 폭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불러온 '수퍼 달러' 문제도 지적했다. 올해 약 90개 개도국의 통화가 달러 대비 약세를 보였으며 그중 3분의 1 이상에 해당하는 국가의 통화가치는 달러 대비 10% 이상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6월까지 스리랑카의 화폐가치는 달러 대비 77.8% 급락했으며, 라오스는 34.4% 가나는 32.1% 하락했다.

달러 가치가 오르면 미국의 수입 물가가 내려가는 효과를 누릴 수 있지만, 반대로 다른 국가들은 자국 통화 가치 하락에 따른 수입 물가 상승에 시달리게 된다. 미국의 '인플레 수출'이다. 게다가 달러로 표시된 채무와 달러로 조달해야 하는 자금 차입 부담도 커질 수 있다. 뛰는 물가에 커지는 빚 부담에 개도국의 등골이 휘다 못해 부러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UNCTAD는 물가 상승 압력을 막기 위한 주요국의 동시다발적 금리 인상이 인플레 완화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를 집필한 리차드 라이트 연구원은 "최근의 인플레이션이 공급 발 문제에 기인한 만큼 수요를 억제하는 금리 인상으로는 결코 잡을 수 없다"며 "공급 측면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에너지 기업을 대상으로 한 일회성의 '횡재세' 등을 도입해 주요 제품 가격의 급등을 통제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 외에도 반독점 제재와 상품 투기에 대한 엄격한 규제 등을 금리 인상을 대신할 정책으로 제시했다.



인민일보 "美 인플레이션 위험 전 세계에 전가" 비판



중국도 미국의 인플레 수출에 비판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는 4일 "미국의 과격한 금리 인상이 국제사회 전반의 우려를 낳고 있다"며 "코로나19가 지속하고, 세계 경제 회복이 어려운 상황에서 미국은 근본적인 문제 해결보다 거듭된 금리 인상으로 인플레 압력과 위험을 전 세계에 전가해 세계 경제 회복을 지연시키려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UN의 조언과 중국의 비난도 미국의 마이웨이를 막기에는 역부족일 전망이다. 인플레 압력이 만만치 않은 미국이 '수퍼 긴축'에 따른 '수퍼 달러'를 당분간 용인할 가능성이 커서다. 달러 가치가 오르면 미국으로 들어온 수입품의 가격이 낮아져 물가 상승 압력을 낮출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3일(현지시간) UN 보고서 발표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미국의 통화정책이 전 세계에 미칠 영향을 살피겠다"면서도 "인플레를 억제할 수 있도록 금리 인상은 이어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Fed는 연말까지 최대 기준금리 1.25%포인트 추가 인상 가능성을 예고했다.

미국이 수퍼 긴축 기조를 이어가는 것은 그에 따른 강달러의 혜택을 톡톡히 보고 있어서다. 국제신용평가사인 스탠타드앤푸어스(S&P)는 "미국 달러의 강세가 인플레이션 완화에 도움을 주면서 소비자들이 제품 가격의 하락을 목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S&P 분석에 따르면 달러 강세로 수입물가가 떨어지며 기업의 비용 상승 압력이 줄었다. 그 결과 지난달 미국의 제조기업의 투입비용 증가세가 둔화했고, 제조업체들은 1년 전보다 물건 가격을 덜 높였다는 것이다.

김연주 기자 kim.yeon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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