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8 (목)

[단독] 주식·채권 쓸어담는 대학… 전문조직도 없이 수백~수천억 굴려 [대학들의 위험한 투자 (1)]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유가증권 보유액 5년간 50% ↑
1000억어치 넘는 대학만 6곳
연암대·한양대 등 관계기관 주식이 다수 차지
42곳 작년 평균 수익률 -1.3%
전문성 갖춘 운용 독립기관 없어


파이낸셜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대학법인들이 증권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 재정난을 호소하는 모습과 대비된다. 학교 살림에 보탬이 되라는 취지로 이를 허용했으나, 저조한 수익률로 대학 재정건전성을 위협하는 부메랑이 돼 돌아올 우려가 커지고 있다. 파이낸셜뉴스는 4차례에 걸쳐 관련 현황, 배경, 원인, 대안 순으로 짚어본다.

수익용 유가증권에 투자하는 대학법인들 주식·채권 보유액이 5년 새 50% 넘게 늘며 2조원을 넘어섰다. 수천억원어치를 가지고 있는 곳만 6개 대학으로, 전체 금액 4분의 3을 차지하고 있었다. 투자 수익률이 저조한 실정에서 연기금같이 전문 운용 조직조차 갖추고 못 하고 있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4700억원어치 보유한 곳도

4일 파이낸셜뉴스가 한국사학진흥재단에 정보공개청구 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월 1일 기준 총 293개 대학법인이 보유한 수익용 유가증권(주식·채권) 평가액 2조619억원 중 1000억원어치 이상을 가진 6개 대학 합산 보유액은 1조5471억원(75.0%)으로 파악됐다.

연암공과대가 4715억원으로 선두였고 유한대(3474억원), 한양대(2549억원), 연세대(1823억원), 인하대(1716억원), 세종대(1194억원) 등이 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100억원 이상~1000억원 미만 대학은 14곳, 10억원 이상~100억원 미만은 34곳, 10억원 미만이 42곳이었다. 비상장주식 등을 보유해 평가액을 정확히 산출할 수 없는 대학은 197곳이었다.

■보유액 10억 넘는 대학들 '픽'은?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사립대학법인(전문·원격 포함) 수익용 유가증권 세부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4월 1일 기준 가장 많은 주식·채권을 들고 있는 대학법인(총 40곳)은 엘지연암학원(연암대)이다. 총 4695억원어치 수익용 유가증권을 가지고 있다. LG(3849억원), GS(822억원), LS(10억원), NH투자증권(14억원) 등을 보유하고 있다. 유한대는 총 3470억원어치 주식을 유한양행 설립자 유일한 박사로부터 기부받아 보유하고 있다. 대부분(3436억원)은 유한양행이었다.

유한대와 같이 관계법인 주식을 소유한 곳도 상당수였다. 한양대는 한양증권 보통주와 우선주를 각각 251억원어치, 15억원어치 보유하고 있다. 인하대 역시 한진칼과 대한항공 주식 434억원어치, 445억원어치씩 가지고 있다. 연세대는 LG, LG생활건강, LG화학 등을 363억원어치, 국민대는 대원미디어와 위지윅스튜디오를 합쳐 31억원어치 넘게 보유했다.

■주식·채권·펀드 수익률 모두↓

교비회계 적립금을 활용해 금융상품에 투자한 국내 42개 대학 중 2021회계연도 기준 수익률은 -1.3%다. 지분증권(주식) 수익률이 2020년 62.2%에서 2021년 9.4%로 대폭 떨어졌다. 같은 기간 채무증권(채권)과 수익증권(펀드) 역시 0.4%에서 -1.4%로, 0.8%에서 -1.9%로 낙하했다. 주가 하락을 그나마 방어할 수 있는 배당이 큰 것도 아니었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124개 법인의 2061개 투자(주식·채권) 건 중 불과 323건(15.7%)만이 배당수익률 3.0%를 넘어섰다.

■연기금엔 있고, 사립대엔 없는 것

현행법상 교비회계 적립금으로 투자 시 사립대 기금운용심의회를 거쳐야 한다. 문제는 재단 이사장과 대학 총장이 해당 위원을 전부 임명하는 구조라 운용 독립성과 전문성이 저하된다는 점이다.

이 같은 지적은 결과로 증명됐다. 교육부 등에 따르면 2021회계연도 기준 42개 사립대 평균 수익률은 -1.3%인 반면 같은 기간 교직원공제회와 사학연금공단은 각각 11.3%, 11.95% 성과를 냈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이에 대해 "사학 적립금은 자기 책임하에 운용하는 것으로, 그 방법을 권고할 수 있겠지만 의무화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