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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러 핵잠 북극해 출항… 수세 몰린 푸틴 ‘핵 시위’ 노골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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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군 핵장비 전담 부서의 우크라이나 전선 이동과 핵 어뢰를 장착한 핵잠수함의 출항 보도가 나오면서 핵실험 등을 통한 러시아의 핵무력 시위가 임박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종말의 무기로 불리는 포세이돈 핵어뢰를 탑재한 러시아의 최첨단 핵추진 잠수함 K-329 벨고르드가 정박 중이던 러시아 북서부 백해 항구에서 사라졌다고 미국 폭스뉴스가 보고서를 인용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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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2000㎞ 밖의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는 러시아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야르스가 지난 2월 발사돼 불을 뿜으며 하늘로 솟아오르고 있다. 러시아군 핵 장비 전담 부서의 우크라이나 전선 이동과 핵 어뢰를 장착한 핵잠수함 출항 보도가 나오면서 핵실험 등을 통한 러시아의 핵무력 시위가 임박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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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더타임스와 이탈리아 신문 라레푸블리카에 등에 따르면 K-329 벨고르드는 북극해를 향해 출항했으며 북극해의 카라해 지역에서 포세이돈 핵실험을 할 계획이다.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는 이와 관련해 회원국과 동맹국에 러시아가 포세이돈 실험을 계획하고 있다는 첩보를 전파했다.

무인자율항행 기능을 탑재한 포세이돈(사거리 1만㎞ 추정)은 히로시마 원폭(15kt)의 6250배인 100메가톤(Mt)급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벨고르드 잠수함이 해안 도시 근처의 수심 1㎞ 지점에 포세이돈을 폭발시켜 상대에게 궤멸적 타격을 줄 수 있으며 이 경우 500m에 달하는 방사능 쓰나미가 도시를 덮칠 수 있다고 러시아 매체는 주장한다.

러시아가 포세이돈 핵실험을 감행할 경우 국제사회에 핵무기 사용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전 미국 국방정보국(DIA) 요원인 레베카 코플러 군사전문가는 “러시아는 이 무기를 패전 중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할 뿐이며, 2027년은 돼야 (포세이돈이) 정상 작동할 것”이라면서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서방을 위협하기 위한 수단으로 포세이돈을 시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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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중부 지역에서는 대형 화물열차가 신형 병력수송차 및 장비 등을 싣고 이동하는 모습이 지난 주말 포착됐다고 더타임스가 친러 성향의 텔레그램 채널인 리바르를 인용해 보도했다.

폴란드 국방전문 분석가인 콘라트 무시카는 “이 열차는 러시아 국방부에서 핵장비 유지와 관리, 수송 및 부대 배치를 담당하는 12총국과 연계돼 있다”고 분석했다.

고위 관계자는 더타임스에 러시아의 핵 위협이 흑해 지역에서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러시아의 핵 위협은) 무력을 과시하기 위해서일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본다”면서도 “푸틴이 우크라이나에 전술 핵무기를 발사하는 것이 전혀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미국도 러시아의 핵 위협에 대한 대책을 검토 중이다. CNN방송은 미국 당국이 세운 비상계획에는 러시아가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를 공격하거나 핵무기를 공중이나 비거주지역에서 폭발시키는 방안이 포함된다고 보도했다. CNN은 “러시아의 침공이 수세에 몰리고 일부 영토를 병합하면서 (러시아의 핵 공격은) 미국이 준비해야 할 잠재적인 옵션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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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부틴 러시아 대통령. 타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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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하원 정보위원회 소속 마이크 키글리 의원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푸틴은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다”며 “아직 핵공격 증거는 없지만,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푸틴의 전술 핵무기 위협에 대해 “위험이 이익보다 클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매체는 “(전술 핵무기 이용 시) 국제적 비난에 직면할 것이고, 러시아산 원유와 천연가스를 거래 중인 국가를 제재에 포함하는 구실이 될 것”이라며 “바람 때문에 핵에서 방출된 방사능이 러시아 영토로 다시 날아갈 가능성도 높다”고 지적했다.

러시아의 핵 위협이 노골화됐다는 징후는 강제 병합한 우크라이나 동남부 4개 지역에서 수세에 몰리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다. 우크라이나군은 해당 지역에서 일부 도시를 수복하고 있다.

이고리 코나셴코프 러시아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헤르손주의 졸로타 발카와 올렉산드리우카 등에서 (우크라이나군이) 수적으로 우세한 전차를 앞세워 우리 방어선 깊이 파고들었다”고 우크라이군의 진격을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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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현지시간) 러시아 육군에 동원된 예비군들이 전투 훈련을 받고 있다. 타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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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국방부가 우크라이나군의 반격 상황을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우크라이나의 남부 반격이 시작된 지 두 달 만에 극적으로 속도를 내고 있다는 사실을 (러시아가) 인정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헤르손 현지 친러세력도 우크라이나군이 선전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헤르손주 친러 행정부 수반 블라디미르 살도는 우크라이나군이 기존 전선보다 30㎞ 더 깊숙이 들어온 드니프로강 서안 요충지까지 진격하려 했다고 말했다. 가디언은 “우크라이나군이 전쟁 발발 이후 이 지역에서 가장 큰 돌파구를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가 리만뿐 아니라 헤르손에서도 성공을 경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앞서 1일 우크라이나군이 동부 도네츠크주의 관문 도시 리만을 수복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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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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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북한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내 점령지 합병을 지지하고 나섰다. 북한 외무성 조철수 국제기구국장은 4일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우리는 러시아에로의 통합을 지향한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 헤르손주와 자포리자주 주민들의 의사를 존중하며 상기 지역들을 자기 구성에 받아들인 데 대한 러시아 정부의 입장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조 국장은 이들 지역에서 진행된 국민투표가 “인민들의 평등과 자결권의 원칙을 규제한 유엔헌장에 부합되게, 그리고 현지 주민들의 의사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합법적인 방법과 절차대로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이병훈·홍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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