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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지구종말 무기' 실었다는 러 핵잠수함 움직였다…푸틴 선 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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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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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황을 뒤집으려는 의도에서 핵무기를 실제로 사용하기 위한 준비에 들어간 정황이 포착됐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서방 측이 금지선(레드라인)이라고 경고해온 핵무기 사용을 실행에 옮기거나 최소한 서방 측이 개입을 못하도록 핵카드를 압박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호주 스카이뉴스는 4일 러시아의 핵무기 운용 비밀 부대의 물자와 병력을 대규모로 실은 열차가 우크라이나 전선으로 가고 있는 모습이 친러시아 정부 성향의 텔레그램 채널 '리바르'를 통해 공개됐다고 전했다. 스카이뉴스는 중무장한 병력 수송 차량 등을 운송하는 것은 러시아 국방부 산하에서 핵장비 운용을 담당하는 12총국과 관련돼 있다고 설명했다. 군사 분석가인 콘라드 무시카는 "러시아가 군사적 긴장을 더 고조시키겠다는 신호를 서방에 보내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더타임스는 러시아가 핵실험을 계획하고 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회원국과 동맹국들에 러시아가 '지구 종말의 무기'라고 불리는 핵어뢰 포세이돈을 실험할 계획이라고 경고했다.

더타임스는 포세이돈을 탑재한 러시아 잠수함 K-329 '벨고로드'가 북극해에서 활동 중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핵 전문가인 앤드루 퍼터 레스터대 교수는 제12총국 열차를 통해 서방 국가들에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개입을 멈추라는 경고라고 해석했다.

푸틴 대통령이 실제로 핵무기를 사용하려고 한다면 위력이 약한 전술 핵무기를 선택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만은 않다는 시각도 있다. 도시 하나를 모조리 날릴 수 있는 전략 핵무기보다는 폭발 위력이 비교적 좁은 지역으로 한정되는 전술 핵무기를 사용해 군사적 우위도 점하고 서방 측에 강한 압박을 주려고 한다는 것이다.

서방에서는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영국 비정부기구 전략지정학위원회의 제임스 로저스 연구소장은 "러시아가 현재 내리고 있는 의사결정의 질을 보면 배제할 수 있는 것은 없다"며 "러시아는 갈수록 필사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ABC방송에 출연해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할 경우 미국과 나토는 우크라이나와 흑해에 있는 러시아군을 궤멸시키는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퍼트레이어스 전 국장은 ABC방송 진행자가 '핵무기 사용 시 유출된 방사선이 나토 동맹국에 닿으면 사실상 나토에 대한 공격이 아니냐'고 질문하자 "그렇게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점령지 수복에 잇따라 성공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군이 동부전선에서 승리를 거둔 데 이어 남부 헤르손에서도 러시아군 방어선을 뚫는 데 성공했다고 전했다. 러시아도 이를 부인하지 않았다. 이고리 코나셴코프 러시아 국방부 대변인은 헤르손주 졸로타 발카와 올렉산드리우카 방면에서 "(우크라이나군이) 수적으로 우세한 전차를 앞세워 우리 방어선 깊이 파고들었다"고 말했다. 코나셴코프 대변인은 통상적으로 러시아군의 군사적 성과를 전달하는 데 중점을 뒀지만,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을 밀어붙이는 모습이 너무 명확했기에 이를 언급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였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우크라이나군이 대대적인 반격에 나서면서 러시아는 자국에 병합한 우크라이나 4개 점령지에서 모두 밀리고 있는 모습이다. 푸틴 대통령이 지난달 말 도네츠크, 헤르손, 루한스크, 자포리자 등을 러시아 영토로 편입했지만 전선이 밀리면서 국경선 설정도 연기되고 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자포리자와 헤르손은 우크라이나와의 국경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고 해당 지역 주민들과 (국경 문제를) 계속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영국 국방부는 러시아가 올가을 징병을 예년보다 1개월 늦게 시작했으며, 이는 러시아 측에 '압박이 심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공식 트위터를 통해 주장했다.

영국 국방부는 러시아의 이번 가을 징병 시작이 늦어진 점에 대해 "러시아가 인력을 대규모로 새로 징병해 훈련시키고 장비를 준비하는 역량에 '압박이 심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동원되고 징집된 인력을 수용하고, 훈련시키고, 장비를 지급하고 배치하는 것은 상당히 까다로운 일"이라며 "러시아의 행정 체계와 물류 시스템 내 결함이 이런 (러시아의) 노력(의 효율)을 계속 훼손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안두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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