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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노조 옥죄는 손배소 규모, 2752억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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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부, 기업·정부의 노조·노동자에 대한 손배소 첫 실태조사 결과 공개

노란봉투법 국회 논의 지원 위해 최근 14년 실태 조사

쌍용차 파업 이후 손배소송 규모 2752억 7천만 원, 151건 제기돼

노컷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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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나 정부가 노사 갈등 도중 노조·노동자에게 제기한 손해배상소송 규모가 지난 14년 동안 무려 2700억 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정부가 노조·노동자에 기업·정부가 제기한 손배소에 대해 실시한 첫 실태조사로, 뒤집어 말하면 그동안 관련 실태조차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파업 범위를 합리화해 무분별한 손배소를 막기 위한 '노란봉투법' 제정 논란에 '거부권'을 운운하던 정부와 여당은 객관적인 자료도 없이 반대 입장부터 내놓았던 셈이다.

고용노동부는 2009년부터 올해 8월까지 기업·국가·제3자가 노동조합 간부·조합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배소송 및 가압류 사건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를 4일 공개했다.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조사기간 동안 사측이 노조·노동자에게 청구한 손해배상소송은 총 73개소 기업의 151건, 청구액은 무려 2752억 7천만 원에 달했다. 각 건당 평균 182억 3천만 원씩 배상하라고 소송을 제기한 셈이다.

노동부는 이처럼 노동자들의 파업을 빌미로 사측이 거액의 손해배상소송을 벌이기 시작한 시점을 2009년 쌍용차의 대량해고에 맞선 옥쇄파업으로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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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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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부는 이번 실태조사 시점을 2009년 이후로 잡은 배경에 대해 ①현재 진행 중인 사건 중 가장 오래된 사건이 쌍용차 사건인데다 ②현재 주요 손배소송 대부분이 2009년 이후 제기됐고③2008년 이전 소송은 관련 자료가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정부도, 사법부도 관련 현황조차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않았다는 사실도 이번 조사를 통해 간접적으로 드러났다.

이번 조사도 시민사회와 야당이 추진 중인 이른바 '노란봉투법'에 대한 국회 논의를 돕기 위해 시작됐다. 일명 '노란봉투법'은 파업의 범위를 합리화해서 파업 노동자에 대한 사측의 과도한 손해배상청구를 예방하려는 노조법 개정안을 말한다.

노동부는 이번 조사에서 노조·노동자를 상대로 한 소송 현황을 파악한 방법에 대해 "법원은 관련 자료가 없고, 개인정보 보호 등을 이유로 자료 제공을 거부했다"며 관련 시민단체인 손잡고(손배가압류를잡자,손에손을잡고)가 운영하는 아카이브 사이트를 토대로 한국노총 법률원, 언론·지방 관서를 통해 파악했다고 밝혔을 정도다.

이렇게 집계된 소송 사건 가운데 현재 진행 중인 사건은 24건(13개소), 청구액은 916억 5천만 원으로 집계됐다.

나머지 127건(64개소, 청구액 1836억 2천만 원)은 종결됐는데 판결확정된 사례가 61건(48.0%)으로 가장 많았고, 소취하한 경우가 51건(40.2%),조정·화해한 경우는 15건(11.8%)이었다.

선고 결과를 살펴보면, 우선 아직 2·3심이 진행 중인 12건 가운데 전심에서 노조·노동자가 배상할 책임이 없다고 기각한 사건은 1건 뿐, 나머지 11건은 배상액 75억 원에 모두 책임이 인정됐다.

판결이 확정돼 종결된 사건 61건의 경우 기각된 사건은 23건, 책임이 있다고 인용된 사건은 38건으로 인용율은 62.3%, 인용액은 275억 1천만 원에 달했다.

판결이 내려지기도 전에 노조·노동자의 자산부터 압류하는 가압류 사건은 총 7개소 기업의 30건, 이들 사건의 손배 신청액은 245억 9천만 원이었다.

다만 이 가운데 21건은 인용됐지만, 9건은 법원에서 기각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각 사건 대상을 노조 상급단체로 나눠볼 때 민주노총 소속 노조·조합원을 상대로 제기된 사건이 142건(94%)으로 청구액 기준 99.6%(2742억 1천만 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특히 금속노조 관련 사건이 105건으로 전체 소송의 69.5%였다.

한국노총을 상대로 제기된 사건은 8건, 나머지 2건은 전국택시노련과 공공연맹에 제기됐다.

구체적으로 소송 상대를 살펴보면 54.1%는 사용자가 자신의 사업장 소속 노동자를 상대로 제기했지만, 원청업체가 하청 노동자에게 제기한 경우도 25.5%에 달했다.

특히 원청이 하청에 제기한 소송 중 절반이 넘는(58%) 23건은 현대차가 2010년~2012년 사내하청노조 파업에 관해 집중 제기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노조 전체를 대상으로 손배소송을 제기한 경우는 24.6%에 불과했다. 노조 간부 개인에게 손배소송을 제기한 사례는 49.2%에 달했고, 일반 조합원에게 제기한 경우도 22.3%나 됐다.

이처럼 노조·노동자에게 거액의 손배소를 제기한 '손배소의 기업' 9곳도 지목됐다.

대우조선, 쌍용차, 현대차, 현대제철, 한국철도공사, 문화방송, 한진중공업, KEC, 갑을오토텍이 제기한 소송만 무려 56건으로, 전체 청구액의 80.9%(2227억 원)가 이들 기업에서 제기됐다.

다만 이번 실태조사 결과는 실제 노동자들이 현장에서 체감하는 손배소 문제의 심각성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손잡고 윤지선 활동가는 "노동부는 업무실수로 인한 손해배상을 제기한 경우는 노사관계와 아예 무관하다고 보고 조사결과에서 제외했는데, 실제로는 노조를 탄압하기 위해 노조 조합원에게 억지로 업무 실수를 저질렀다고 압박하는 경우도 있다"며 "또 최근에는 노동자가 산업재해를 막기 위한 작업중지권을 요청하더라도 업무상 실수로 몰아 소송을 제기한 사례도 있어 실제 손배소 문제는 더 심각하다고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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