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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구로가 '11억', 미분양 굴욕에도…"안 깎아준다" 배짱,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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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일반분양 140가구 중 11가구만 계약, 129가구 무순위청약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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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구로구 오류동에 분양한 '천왕역 모아엘가 트레뷰' 단지 조감도. /사진제공=혜림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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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 84㎡(옛 34평) 분양가를 11억원에 책정해 고분양가 논란이 일었던 서울 구로구 역세권 단지에서 대규모 미분양이 발생했다. 역세권 입지에도 불구하고 금리인상 여파로 청약 흥행에 실패한 것이다.

이에 업계에선 할인분양 가능성도 거론된다. 하지만 시행사 측은 "가격을 낮출 바에 아예 사업을 접는 게 낫다"며 선을 그었다. 수요자와 공급자의 시각차로 단기간에 미분양 물량 해소가 어려울 전망이다.


'10년 재당첨 제한' 벌칙에도 계약 포기...로열층 당첨자도 청약 통장 새로 만들었다

4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금일 서울 구로구 오류동에 공급한 '천왕역 모아엘가 트레뷰' 129가구에 대한 무순위청약을 진행한다.

440가구 규모인 이 아파트는 특별공급과 조합원 물량 및 장기전세를 제외한 전용 67~84㎡ 134가구를 일반분양했다. 분양가는 전용 67㎡가 8억4900만~8억6000만원, 전용 84㎡가 10억5100만~10억9500만원으로 책정됐다. 발코니 확장비, 취득세 등 부대 비용을 고려하면 전용 84㎡의 경우 실부담액이 11억원을 넘는다.

청약 실적은 저조했다. 8월 말 진행한 1순위 청약에서 114명이 신청해 평균 0.85대 1로 미달했다. 올해 서울에서 분양한 12개 단지 중 1순위 청약 미달은 처음이었다. 다음날 타지역 거주자를 대상으로 한 2순위 청약을 거쳐 1.55대 1을 최종 경쟁률을 기록했지만, 당첨자가 대부분 계약을 포기하면서 대거 무순위청약 물량으로 나왔다.

특별공급을 포함한 140가구 중 실제 계약이 체결된 가구는 11가구에 불과했다. 계약률이 10%에도 미치지 못한 것이다. 미계약분은 전용 67㎡ 9가구, 전용 84㎡ 120가구(A형 90가구, B형 30가구)로 집계됐다.

금리인상 국면에 높은 분양가가 발목을 잡은 결과로 풀이된다. 이 단지는 투기과열지구에서 분양했기 때문에 당첨자가 계약을 포기하면 향후 10년간 재당첨이 제한된다. 계약 포기자들은 대부분 이런 벌칙을 알고 있었다. 한 당첨자는 부동산 커뮤니티에 "당첨된 층도 마음에 들었는데 결국 포기하고 청약 통장을 새로 만들었다"며 "마음이 안 좋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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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 장기 미분양 아파트 분양 사무실 앞에 이파트 할인 분양을 알리는 홍보 포스터가 놓여 있다. /사진제공=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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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분양가 논란에도...시행사 "2025년 되면 이 가격도 싼 것"

이 때문에 미분양 해소를 위해선 분양가를 좀 더 낮춰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하지만 시행사 측은 현실을 모르는 주장이라고 반박한다.

시행사 관계자는 "인건비와 자잿값이 급등하면서 요즘 공사비가 감당이 안 될 정도로 올랐다"며 "사업을 접으면 접었지, 분양가를 내릴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중소 업체들은 금융비용 이자도 많이 올라서 마진을 최대한 줄여도 분양가를 낮추기 어렵다"며 "입주 예정 시점(2025년 7월)이 되면 현재 분양가격이 지역에서 가장 싼 가격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칸타빌 수유팰리스처럼 할인분양을 결정할 수 없는 이유에 대해선 "그 단지는 기본적으로 후분양 단지라 공사비를 추가로 쓸 이유가 없기 때문"이라며 "우리는 이제 사업을 시작한 선분양 단지라 그럴 여력이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재 공사 현장은 건물 철거가 끝나고 땅 다지기 작업이 한창이어서 사실상 사업을 되돌릴 수도 없는 상황이다.

만약 이 단지 분양이 장기 표류하면 서울시가 추진하는 장기전세주택 공급도 차질이 우려된다. 시는 노후 저층 주택가였던 사업지의 용적률 상향 조건으로 약 170여 가구의 장기전세주택(전용 44㎡)을 기부채납으로 확보했다.

업계에선 이 같은 사례가 점차 확산하면 자금 여력이 녹록지 않은 중소 시행사부터 사업에 타격을 받고, 이로 인해 분양 시장 침체기가 길어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한동안 시행사와 조합이 갑의 위치에서 시공사를 선택하고 교체하는 게 일반적이었는데 지난해부터 분위기가 달라져 이제는 시공사가 공사비 확보를 위해 시행사의 자금조달 능력을 평가한 뒤 계약을 맺고 있다"고 말했다.

유엄식 기자 usy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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