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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세 인하 효과 없대도, 영국 사례 보고도…KDI는 ‘낡은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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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경제리뷰> 8월호 “우리 발견은 법인세 인하가

성장에 미치는 평균 효과는 제로(0)라는 것”

정부 8월, 법인세 최고세율 22% 국회 제출

KDI, 4일 “이번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는

경제규모를 더 성장시키는 효과 기대”

최근 영국 감세안 철회 사례보더라도

“지금 감세 추진 적기라고 보기 어렵다” 평가


한겨레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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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저명한 경제학술지에 법인세 인하가 경제 성장에 미치는 영향은 평균적으로 ‘0’에 수렴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기획재정부가 이미 ‘법인세 인하’ 등을 담은 세제개편안을 국회에 제출한 가운데 우리 국책연구원은 “법인세율 인하는 경제 성장으로 이어진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4일 <한겨레>가 살펴본 ‘유럽경제리뷰’ 8월호에는 ‘법인세 인하가 경제 성장을 촉진하는가’라는 제목의 논문이 실렸다. 법인세 인하가 경제 성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각종 연구는 서로 결론이 엇갈리거나 모호한 경향이 있는데, 이번 논문은 42개 관련 연구의 441개 추정치를 바탕으로 메타연구를 진행한 결과다. 유럽경제리뷰는 유럽 전역에서 가장 오래된 경제학술지 가운데 하나다.

이번 연구의 결론은 “법인세와 성장에 대한 논문들이 ‘법인세가 성장을 촉진한다’는 방향으로 편향되어 있다”는 것이다. 법인세와 성장의 관계는 연구자가 설정한 △성장의 측정 기간(장기 또는 단기) △법인세 측정 방법(법정세율 또는 실효세율) △세입과 재정지출을 함께 살피는지 여부 등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데, 법인세 인하의 경제 성장 효과를 긍정하는 쪽으로 편향된 논문이 2.7∼3배가량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편향을 제거하고 메타적(동일한 주제로 수행된 개별 연구들의 결과를 통합해 평균 요약 추정치를 산출)으로 이 연구들을 살펴본 결과 이 논문은 “평균적으로 보면 법인세 변화가 경제적으로도 통계적으로도 경제 성장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가설을 거부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우리의 발견은 법인세 인하가 성장에 미치는 평균 효과는 0이며 개별 사례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개별 사례에서 법인세 인하가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효과를 낼 수는 있지만, 평균적으로는 어느 쪽으로든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이런 결론은 법인세 인하가 투자·고용 등 여러 경로를 통해서 성장에 긍정적·부정적 효과를 모두 낸다는 식의 최근 연구 경향과도 맞닿는다.

우리 정부는 여전히 ‘법인세 인하→투자 증대→경제 성장’으로 이어지는 낡은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기재부는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 앞서 국회에 제출한 업무보고 자료에서도 “법인세를 비롯한 기업 과세 체계를 개편해 투자 활력을 제고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 8월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내리는 내용의 법인세 개편안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국책연구원에서도 정부 주장을 뒷받침하는 보고서가 발간됐다. 이날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법인세 세율체계 개편안에 대한 평가와 향후 정책과제’ 보고서를 통해 “3%포인트의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는 경제규모를 단기적으로는 0.6%, 장기적으로는 3.39% 더 성장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주장했다.

최근 영국 사례를 보더라도 지금이 감세를 추진할 적기라고 보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영국은 지난달 23일 연간 450억파운드(약 70조원)에 이르는 대규모 감세안을 발표했다가 파운드화 급락과 금융시장의 일대 혼란을 불러온 뒤 열흘 만에 전격 철회했다. 시중에 돈을 푸는 감세안이 물가를 자극할 것이란 우려에 재정난 관측까지 겹치며 투자자들이 파운드화를 투매한 것이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경제학)는 “최근 영국의 감세안은 재원 대안이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였다. 감세안 철회는 ‘감세가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영국 정부의 주장을 시장이 사실상 무력화시킨 결과”라며 “우리나라도 지출을 크게 줄일 수 없는 상황에 감세를 추진하고 재정 건전성을 주장하는 모순적 정책을 펴고 있기 때문에, 만일 법인세 인하 등 감세가 현실화 된다면 금융시장과 외환시장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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