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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이번엔 헤르손에 우크라 국기 꽂혔다…병합선언 푸틴 또 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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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3일 우크라이나 동부 리만에서 우크라이나 병사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지난 1일 리만을 수복한 우크라이나군은 이날 리만 동쪽에서 러시아군을 격퇴시켰다고 밝혔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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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군이 동부와 남부 전선에서 러시아 방어선을 뚫고 동진을 계속했다.

3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과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은 우크라이나 정부관리를 인용해 우크라이나군이 도네츠크주 리만 동쪽과 헤르손주에서 러시아군 방어선을 돌파했으며, 전략 요충지인 드니프로 강을 따라 몇 개의 마을을 탈환했다고 보도했다. 외신은 이번 성과가 러시아의 점령지 영토 합병과 군 동원령, 핵무기 위협에도 불구하고 여러 전선에서 우크라이나 선전을 반영한다고 전했다. 반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계속된 동진으로 합병한 영토의 국경을 확정짓지 못하는 곤란한 처지가 됐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이날 남부 전선에 투입된 128산악강습여단이 헤르손주의 미롤류비우카(Myrolyubivka) 마을에 국기를 다는 영상을 트위터를 통해 게재했다. 또 몇 시간 후 미롤류비우카 동쪽에 있는 졸로타 발카 마을을 점령했다고 밝혔다. 이 마을은 헤르손과 자포리자의 중간 지점, 드니프로강 서안에 자리 잡고 있다.

헤르손의 친러 행정부 수반인 블라미디르 살디도 우크라이나군이 졸로타 발카 남쪽에 있는 두드차니 마을까지 왔다고 러시아 국영 TV를 통해 밝혔다. 그는 "정보가 긴박하게 들어오고 있다. 전선이 돌파당했다"고 말했다. 두드차니는 드니프로강과 접하고 있으며, 동쪽으로 강을 건너면 남부 주요 도시인 멜리토폴로 이어진다. 로이터는 "이날 돌파 전까지 두드차니는 전선에서 남쪽으로 약 30㎞ 떨어져 있었다"며 "이는 지금까지 남부 전선에서 가장 빠른 진전"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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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우크라이나 전황. 사진 I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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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에서 우크라이나의 공세는 드니프로강 서안에 있는 러시아군 2만5000명의 보급 차단을 목표로 삼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이 서안 마을을 모두 점령하게 되면 러시아군은 사실상 포위된다. 앞서 우크라이나군은 동쪽으로 이어지는 주요 교량을 파괴해 임시 다리만 남아 있다.

우크라이나 군사분석가 올레 즈다노프는 로이터에 "러시아군은 이미 공격 능력을 잃었고, 조만간 방어 능력도 잃게 될 것"이라고 했다. 셀레스트 왈란더 미국 국방부 차관보는 이번 진전에 대해 "우크라이나가 겨울 동안 치르게 될 힘든 전투를 위한 더 나은 진지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군은 동부에서도 더 치고 나아갔다. 국방부는 이틀 전 탈환한 도네츠크주 리만 동쪽 토르스케 마을에서 러시아군 기갑부대를 파괴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군 대변인은 인근 도로에 불탄 러시아 탱크와 장갑차가 나뒹굴었다고 전했다. 토르스케는 러시아가 점령한 루한스크주의 주요 도시 리시찬스크·세베로도네츠크와 불과 30㎞ 떨어진 곳이다.

로이터는 우크라이나가 기세를 올리고 있다는 신호로 상당한 수의 군용 차량이 지난 주말 탈환한 리만을 향해 가고 있으며, 돈바스 공세를 위한 부대 집결지를 목격했다고 전했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도 이날 우크라이나군이 리만과 헤르손에서 상당한 전과를 올렸다고 밝혔다. 특히 리만 인근에서 찍힌 영상 분석을 통해 우크라이나군이 도네츠크주에서 루한스크주 경계를 넘어 크레민나 방향으로 치고 들어왔다는 러시아의 주장과 일치한다고 전했다. 또 공수부대와 근위공습사단 등 러시아 정예부대가 방어선을 구축한 리만·헤르손에서의 패퇴는 "러시아군의 전력이 점점 약화하고 있다"는 기존 관측을 뒷받침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2일 ISW는 러시아군의 패배가 계속되자 밀리터리 블로거 등 러시아 내 전쟁 강경파의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며, 이는 "러시아의 정보 공간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고 했다. 이런 움직임은 전쟁 여론을 잘 통제하고 있다는 크렘린궁의 주장에서 벗어난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2월 우크라이나 침공 후 전쟁 분위기를 주도한 인사 중 한명인 러시아 국영 TV 진행자 블라디미르 솔로비요프도 "일정 기간 쉽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당장 좋은 소식을 기대해선 안 된다"고 지난 1일 말했다.

우크라이나군의 선전은 4개(도네츠크·루한스크·헤르손·자포리자) 점령지의 영토 합병을 완료하려는 러시아의 계획에 찬물을 끼얹었다. 특히 헤르손 등에서 우크라이나의 동진으로 국경을 확정짓지 못하게 됐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3일 브리핑에서 헤르손과 자포리자 지역의 영토 경계를 정하기 위해 "지역 주민과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와중에도 러시아 상원은 4일 우크라이나 4개 점령지 합병 조약을 만장일치로 비준했다. 해당 조약은 전날 하원에서도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이에 따라 러시아와 이들 점령지와의 합병 절차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최종 서명만 남게 됐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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