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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집권당 의원들, ‘트러스 감세안’ 이어 복지 축소도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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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3일 버밍엄에서 열린 보수당 연례 총회에서 쿼지 콰텡 재무부 장관 연설 뒤 박수를 치고 있다.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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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보수당이 리즈 트러스 정부의 감세와 복지 예산 삭감안을 둘러싸고 내분에 휘말려 있다.

지난 2일부터 버밍엄에서 열리고 있는 보수당 연례총회에서 트러스 정부는 감세안을 설득하려고 총력을 다하고 있으나, 다수 보수당 의원들이 이를 저지하려고 세력 규합을 하고 있다고 <가디언> 등 영국 언론들이 3일 보도했다.

쿼지 콰텡 재무부 장관은 3일 보수당 안팎의 반대를 불렀던 450억파운드(약 72조원) 규모의 감세안 중 최고소득세율을 45%에서 40%로 인하하는 안을 철회했으나, 보수당 내에서는 복지 등 지출삭감도 저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콰텡 장관은 이날 최고소득세율 인하안을 철회한 뒤 연설에서 자신의 경제계획이 “작은 소란”을 일으켰다고 인정하면서도, 아동복지·농업·이민·금융서비스 등 분야의 규제완화를 포기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트러스 총리와 콰텡 재무장관은 450억파운드 감세안이 보수당 내에서도 지지를 받지 못해 의회 통과 가능성이 없어지자, 그중에서도 가장 비판받던 최고소득세율 인하안을 전격 철회해야만 했다.

하지만, 중진 의원들은 총리가 철회를 거부하는 복지 등의 예산 삭감을 저지하려는 추가적인 반란을 경고하고 있다. 복지 예산 삭감에 반대하는 의원들은 최고소득세율 인하 철회만으로는 감세안 규모에 큰 차이가 없고, 이런 감세규모에 따른 국가재정을 유지하려면 예산 삭감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영국의 주요 싱크탱크인 재정연구원(IFS)의 폴 존스 소장은 “콰텡이 감세안에 대한 추가적인 철회를 하지 않는다면, 사회보장, 투자계획, 공공서비스 등 공공 부문 예산 삭감을 고려해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물가오름세 상황에서 복지 등 공공지출 삭감은 중하류층에게 심각한 피해를 안긴다. 트러스 정부는 복지 급여를 물가오름세가 아니라 임금인상에 맞춰 올리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방안을 적용하면 약 50억파운드(약 8조원)가 절약되나, 저소득층 소득도 줄어든다. 정부의 한 각료는 저소득층을 쥐어짜는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는 분위기를 전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대부분의 각료들도 약자를 대상으로 하는 실질적인 지출삭감을 원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당내에서는 강경한 반대 입장이 분출하고 있다. 전 정부의 각료였던 데이미언 그린 의원은 “복지 삭감을 승인하지 않겠다. 의회를 통과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동료 의원들과 함께 반대할 뜻을 분명히 밝혔다. 노동연금장관이었던 에스던 맥베이 의원은 “복지 급여에서 생계비용을 올려주지 않는다면 큰 실수가 될 것이다”며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국민들이 다시 일할 수 있게 하는 것인데, 복지급여 예산을 깎으면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보수당 내에서는 셰일가스 시추인 프랙킹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높다. 트러스 정부가 환경에 유해한 프랙킹을 허용할 방침을 드러내자, 보수당 의원 150명이 가입한 보수환경네트워크가 이를 철회시킬 방안을 모색 중이다.

당내에서는 여전히 트러스 총리가 감세를 더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재무부에서 금융가를 관장하는 각료급 인사인 앤드류 그리피스 의원은 이날 당대회 맞춰 열린 각종 연회와 회의에 참석해 상속세를 완전히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러스 정부는 10월말께 감세안을 가다듬은 보강된 예산안을 제출해, 지출 삭감과 규제완화를 다시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보수당의 내홍은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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