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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네이버, 미국판 당근마켓 2.3兆 빅딜… 세계 무대 입지 강화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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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4일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포쉬마크 인수와 관련한 질의에 답하고 있다. /네이버 밴드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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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가 창사 이래 최고가 베팅을 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대상은 미국판 당근마켓으로 불리는 포쉬마크다. 네이버는 이번 인수를 발판 삼아 한국과 일본, 유럽을 잇는 글로벌 개인 간 거래(C2C) 포트폴리오에 북미 거점을 더하고, 나아가 커머스 사업과 콘텐츠 사업 간 연계를 늘려가기로 했다. 네이버가 두 핵심 사업의 시너지를 강화해 세계 무대에서 입지를 다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네이버는 전날 이사회를 열고 내년 4월 4일까지 포쉬마크 지분 100%를 약 2조3441억원에 인수하기로 의결했다고 4일 공시했다. 인수대금은 포쉬마크가 보유한 현금 5억8000만달러에 대한 대가를 포함해 결정했다. 네이버 측은 “취득금액은 미화 총 16억달러 상당으로 본 계약의 거래 종결 시 확정될 예정이다”라며 “취득금액의 원화금액은 지난달 30일 기준 KEB하나은행 고시 최초 매매 기준율(1달러당 1434.80원)을 적용해 환산했다”고 설명했다. 인수가 마무리되면 포쉬마크는 독립된 사업을 운영하는 네이버의 계열사로 편입된다.

네이버는 리커머스(중고 거래)를 중심으로 성장하는 미국 C2C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이번 인수를 추진하게 됐다고 밝혔다. 네이버는 국내에서는 크림을, 일본에서는 빈티지시티를 키우고 있다. 2020년 스니커즈 리셀(재판매) 전문 플랫폼으로 시작해 명품, 가전, 음반 등으로 영역을 넓힌 크림은 한국, 일본, 싱가포르, 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아시아 주요 권역을 관통하는 리커머스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관련 해외 플랫폼에 공격적인 지분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크림과 같은 해 출범한 빈티지시티는 일본 최초의 빈티지 패션 플랫폼으로, 올해 7월 기준 일본 전역의 451개 빈티지 가게를 입점하는 데 성공했다. 외국 기업의 사내 스타트업이 일본 시장에 진출한 지 2년도 채 안돼 47개 도도부현의 점포를 확보하는 일은 이례적이다.

앞서 2016년에는 한성숙 당시 최고경영자(CEO) 주도 아래 프랑스 명품 리셀 플랫폼 베스티에르콜렉티브에 2억유로를 출자했다. 베스티에르콜렉티브는 80개 국가 2300만명 이상이 참여하는 커뮤니티를 보유하고 있으며 에르메스와 구찌, 루이뷔통을 비롯한 럭셔리 브랜드의 가방, 신발, 액세서리, 의류 등 300만개 이상의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김남선 네이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네이버와 포쉬마크의 결합으로 가장 넓은 영역의 리커머스 플랫폼이 탄생할 것으로 보인다”며 “포쉬마크를 통해 네이버는 전 세계 최대 패션 리커머스 시장인 미국의 1위 사업자가 됐다”고 강조했다.

포쉬마크는 2011년 설립 이래 지역 단위의 소셜·커뮤니티 기능을 전면에 내세우며 빠르게 몸집을 불렸다. 2019년과 2021년에 각각 캐나다와 호주로 서비스를 확대한 데 이어 지난해 1월 나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지난해 기준 연간 거래액(GMV)은 18억달러, 매출은 3억3000만달러다. 단, 지난해 4분기부터는 주춤하는 모습이다. 올해 2분기 기준 거래액은 4억8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8% 증가에 그쳤다. 매출액은 8900만달러, 조정 에비타(EBITDA, 상각전 영업이익)는 1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김 CFO는 이에 대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커머스 시장성이 떨어지고, 애플의 정책 변화 등으로 마케팅비가 늘어난 것이 성장 정체의 주 원인으로 작용했다”며 “네이버는 앞으로 양사 간 중복되는 비용을 최적화해 수익성을 개선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포쉬마크는 현재 광고 매출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며 “이 밖에도 새롭게 창출할 수 있는 수익원이 많아 추가적인 수익성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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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선 네이버 최고재무책임자(CFO)가 4일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포쉬마크 인수와 관련한 질의에 답하고 있다. /네이버 밴드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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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포쉬마크의 강점을 살려 ‘커뮤니티 커머스’를 시장에 안착시킬 구상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네이버가 보유한 인공지능(AI), 머신러닝(기계학습), 라이브 커머스 등 기술력을 포쉬마크에 도입할 방침이다. 지난해 말 기준 포쉬마크 커뮤니티의 활성 이용자는 3700만명이다. 활성 구매자 및 판매자는 각각 760만명, 560만명이다. 최 대표는 “포쉬마크는 커뮤니티 기능과 커머스 기능의 선순환에 힘입어 MZ세대가 이용자의 80%를 차지하고 있다”며 “이들의 1일 평균 접속 시간은 25분 이상으로 활발한데, 이는 인스타그램과 맞먹는 수준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북미 지역에서 웹툰과 왓패드를 기반으로 전개 중인 콘텐츠 사업을 포쉬마크와 연계하는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네이버의 지난 2분기 콘텐츠 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3.8% 증가한 3002억원을 기록하며 전체 매출을 견인했다. 같은 기간 웹툰의 글로벌 통합 거래액은 4065억원으로 19.6% 성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는 글로벌 기업으로 나아가기 위해 콘텐츠 사업을 교두보로 삼고 사활을 걸고 있다”며 “이를 기존 효자 사업인 커머스와 결합한다는 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했다. 실제로 최 대표는 지난 2분기 실적 공개 당시 “웹툰은 왓패드를 제외하고도 2분기 말 기준 8600만명의 월간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다”며 “일본과 미국 등 주요 국가에서는 유료 이용자 비중이 아직 한자릿수에 불과하지만 성장세가 지속되고 있어 수익 창출 여력을 크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의 ‘깜짝’ 발표에도 주식 시장은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거시 경제가 불안한 가운데 네이버가 지나치게 높은 가격에 포쉬마크를 인수했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날 오후 2시 15분 기준 네이버는 17만7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네이버가 장중 저가 기준 18만원대로 내려온 것은 2020년 4월 24일(18만9000원) 이후 2년 5개월여 만에 처음이다.

김 CFO는 “지금이 적절한 시기라고 생각해 인수에 도전한 것”이라며 “오히려 자본시장 등 외형상의 밸류에이션(가치평가)이 많이 낮아진 상황에서 좋은 회사를 매력적인 가격에 인수할 수 있었다”고 투자자들을 안심시켰다. 그는 북미 유명 C2C 업체인 엣시가 지난해 포쉬마크보다 매출 규모가 현저히 작은 디팝을 16억달러에 인수한 사실도 언급했다. 네이버는 포쉬마크의 순기업 가치를 주당 17.9달러로 평가했다. 포쉬마크의 지난 3일(현지 시각) 기준 종가는 15.57달러였다.

박수현 기자(htinmakin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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