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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유엔 산하기구 “연준, 경솔한 도박”…금리인상 중단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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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6월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올해 첫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인상) 을 발표한 뒤 기자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워싱턴=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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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가 ‘킹 달러’와 이에 따른 글로벌 경제위기 우려 속에 금리 인상 기조에서 한 발 물러설 수 있다는 분석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른바 연준 ‘피봇(정책전환)’설에 다시 힘이 실리는 것이다. 유엔 산하기구도 미 연준의 강력한 긴축적 통화정책이 개발도상국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경고에 나섰다.

●UNCTAD “연준, 경솔한 도박”

3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둔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이날 보고서를 내고 미국 연준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인상이 세계 경제를 위기로 몰고 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책이 만든 경기침체 위기는 정책 철회로 바꿀 수 있다고도 밝혔다. 공급이 줄어 물가가 상승하고 있는데, 미 연준 등이 수요를 줄이는 방식으로 인플레이션을 잡으려다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경제위기가 촉발될 수 있다는 의미다.

보고서는 미 연준이 1%포인트 올리면 3년 후 선진국 국내총생산(GDP)이 0.5%, 개도국 GDP가 0.8% 줄어든다고 밝혔다. 이미 올해 들어 이뤄진 연준의 5연속 금리인상으로 개도국은 앞으로 3년간 총 3600억 달러(약 518조 원)의 GDP 감축을 겪게 될 것이라고 UNCTAD는 예상했다.

UNCTAD는 “경기침체를 일으키지 않으면서 높은 금리에 의존해 물가를 내릴 수 있다는 (중앙은행들의) 믿음은 경솔한 도박”이라고 밝혔다. 레베카 그린스판 UNCTAD 사무총장도 기자회견에서 “경기침체의 벼랑 끝에서 물러설 시간이 아직은 있다”며 “(중앙은행들의) 현재 정책 방향은 특히 개도국들에서 가장 취약한 계층에 고통을 주고 세계를 글로벌 경기침체로 빠뜨릴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야데니 “연준 11월 이후 멈출 것”

금융위기 가능성이 대두되며 미국 내에서도 연준의 속도조절론이 다시 힘을 받기 시작했다. ‘채권자경단’이란 말을 만들어낸 유명한 시장 전문가 에드워드 야데니는 이날 블룸버그TV에 출연해 레이얼 브레이너드 부의장이 지난달 30일 금융시장 혼란을 언급한 것에 주목한다며 “연준이 강달러, 금융시장 혼란을 막기 위해 나서야 할 것이다. 11월에 한 번만 더 금리를 올리고 이후에는 금융안정 문제가 우선 이슈가 되며 금리 인상을 멈출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준의 금리 인상이 세계적 문제가 되고 있고, 역사상 ‘킹 달러’는 경제위기를 일으켰다는 것을 연준이 인식하게 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경제위기는 앞서 브레이너드 부의장이 연준의 금리인상이 이어진 후 처음으로 달러가치 상승과 금융시장 취약성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특히 이번 ‘파운드화 쇼크’로 유럽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금융 시장 취약성이 드러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게다가 유동성 위기 논란을 빚고 있는 스위스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가 2007년 금융위기를 촉발한 ‘제 2의 리먼’이 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도 유럽발 금융위기 우려를 키우고 있다.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수석경제고문은 3일 CNBC에 “크레디트스위스의 재정건전성 악화는 ‘리먼 모먼트’는 아니다. 리먼 브러더스 파산과 같은 사태를 초래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금융 환경이 긴축되면서 시장 기능에 대한 불안감이 더 큰 문제”라고 전했다.

이날 미국 구매자제조업지수가 2020년 5월 이후 최저치로 돌아서며 경기침체 우려가 커진 것도 한 피봇 전환에 대한 기대에 힘을 실었다. 경제에 좋지 않은 뉴스가 연준의 피봇에 대한 희망을 키우는 셈이다.

연준의 피봇(정책 전환)에 대한 희망 속에 이날 뉴욕 3대 증시는 2% 폭으로 급등했다. 다우존수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 대비 2.66% 상승한 2만9490.89로 장을 마쳐 2만9000선을 회복했다. 연중 최저치를 갱신하던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이날 2.59% 올라 다시 3600선을 넘어섰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도 이날 2.27% 반등에 성공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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