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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영국 새 정부 감세안 철회에서 얻어야 할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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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불안을 초래한 감세정책으로 궁지에 몰린 영국의 리즈 트러스 내각이 3일(현지시각) 감세정책 패키지(묶음) 중 하나인 고소득자에 대한 감세안(최고세율 45% 인하)을 철회하기로 했다. 감세 혜택이 부자들에게 집중됐다는 야당과 여론의 비판에 밀렸고 재정적자가 크게 악화할 것이란 예상에 파운드화가 폭락하는 등 국내외적 반발에 부딪히자 손을 든 것이다. 이번은 부분적 철회이지만 향후 트러스 총리의 정치적 입지에 따라 추가적인 정책 변경이 불가피해 보인다.

트러스 총리는 지난달 6일 취임하자마자 450억파운드(약 72조원)에 이르는 감세안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치솟는 물가에 영국 경제가 엉망인데 돈을 더 쏟아붓겠다는 처방이 나오자 금융시장은 패닉에 빠졌다. 물가를 더 끌어올리고 나랏빚만 늘릴 것이란 불안은 파운드화 투매로 이어졌다. 1파운드 가치는 역대 최저인 1.03달러까지 내려갔고 국가신용등급 전망 강등, 주택담보대출 중단 등 파장은 컸다. 국정책임자의 섣부른 정책이 국가경제를 단숨에 나락으로 빠뜨릴 수 있다는 것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이번 사례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7월 5년간 약 60조원 규모의 감세안을 발표했다. 최악의 고물가·고금리 상황이 닥친 만큼 이전 정부에서 높인 소득세와 법인세를 낮춰 가계와 기업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것이다. 이는 분명 급격한 경기침체를 막을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소비와 투자를 촉발해 세수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다주택자에 대한 부동산세 감면 등은 ‘부자감세’ 논란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영국처럼 인플레를 잡아야 할 시기에 감세나 보조금 지급 등 완화적 재정정책으로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부정적 인식이 나오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는 것도 큰 과제다.

영국의 사례에서 새겨야 할 교훈은 빚투성이 나라의 감세는 국제 사회의 외면을 받는다는 냉엄한 현실이다. 영국의 GDP(국내총생산) 대비 국가 채무는 2001년에는 33.9%였지만 2021년에는 143%로 급증했다. 20년 연속 적자이고 지난 한 해 재정 적자만 300조원에 달한다. 대규모 감세는 여기에 기름을 붓는 격이라는 우려가 파운드화 투매를 불러온 것이다. 우리나라는 영국에 비해 재정여력이 훨씬 나은 형편이지만 국가채무가 지난 5년간 400조원 증가할 정도로 가파르다. 다행히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윤석열 정부는 관리재정수지 적자를 -3.0% 이내로 유지하는 재정준칙을 입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코로나19 극복’ 명분은 있었지만 나랏빚을 크게 늘린 제1야당이 결자해지 차원에서 협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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