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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이슈 세계 금리 흐름

유엔 “부자나라 금리 인상, 세계 경제침체 부를 경솔한 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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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무역개발회의, 경제 침체 경고

“개도국들은 외채 위기 충격 빠질 것”

물가 잡을 대안으로 가격상한제 제시


한겨레

유엔이 부자나라들의 금리 인상이 개도국들에게 극심한 경제 충격을 준다고 경고했다. 기름값 인상에 항의하는 시위로 혼란이 이어지고 있는 카리브해의 가난한 나라 아이티. 포르토프랭스/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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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나라들의 금리 인상과 긴축 정책이 전세계적인 경제 침체를 부르면서 개발도상국들에 특히 큰 타격을 가하는 ‘경솔한 도박’이라고 유엔이 경고하고 나섰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3일(현지시각) 내놓은 연차 보고서에서 부자 나라의 금리 인상이 개도국들에 부채 위기를 부르고 보건과 기후변화 대응에 필요한 자금 부족을 유발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초저금리 시기에도 각국 중앙은행들은 물가인상 억제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으며 건실한 경제 성장을 끌어내지도 못했다”며 “금리 인상을 통해 경제 침체 없는 물가 상승 억제가 가능하다는 생각은 경솔한 도박”이라고 지적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이 전했다.

보고서는 올해 들어 지금까지 단행된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중국을 뺀) 개도국의 미래 소득이 3600억달러(약 515조9천억원) 가량 줄 것으로 추산하고 미국의 금리 인상이 개도국에 끼칠 악영향은 더욱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기준금리를 1%포인트 올리면 이후 3년간 다른 부자나라들의 경제 생산을 0.5%, 가난한 나라들의 경제 생산을 0.8% 각각 낮추는 것으로 추산했다. 연준은 올해 들어 5차례의 금리 인상을 단행해 지난 3월까지 0~0.25%였던 기준 금리를 9월15일 2.25~2.5%까지 끌어 올렸다. 유럽연합(EU)과 영국 등 다른 부자나라 중앙은행들도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한 금리 인상을 이어가고 있다.

레베카 그린스판 무역개발회의 사무총장은 제네바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경기침체의 벼랑 끝에서 물러설 시간이 아직은 있다”며 “(중앙은행들의) 현재 정책 방향은 개도국의 가장 취약한 계층에 고통을 주고 세계를 경기침체에 빠뜨릴 위험이 있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을 기존의 2.6%에서 2.5%로 하향 조정하고, 내년에는 성장률이 2.2%로 더 둔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보고서는 내년 말까지도 전세계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에 예상되던 수준에 도달하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지난해 4분기부터 전세계 금융 상황이 악화되면서 개도국에서 자금이 순유출되고 있으며 현재 46개 개도국이 다양한 경제 충격으로 극심한 타격을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상당한 정도의 충격을 겪고 있는 나라도 48개국에 이른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이어, 미국 달러 강세 속에서 개도국들이 자국 통화 가치를 지키기 위해 쏟아부은 자금이 이미 3790억달러(약 543조원)에 달했으며 이는 국제통화기금(IMF)이 새로 개도국에 제공한 ‘특별인출권’(SDR) 액수의 2배에 달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개도국들의 이런 노력에도 여전히 많은 나라가 자본 이탈을 막지 못하면서 외채 위기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고 보고서는 우려했다. 보고서는 스리랑카의 경우 올해 초부터 지난 7월까지 달러 대비 자국 통화의 가치가 77.8%나 떨어졌으며 라오스(34.4%), 가나(32.1%), 튀르키예(31.4%), 수단(29.7%) 등도 극심한 통화 가치 하락을 겪었다고 설명했다.

유엔무역개발회의 보고서는 정책 결정권자들이 에너지와 식료품 부족 해결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금리인상보다 가격상한제 등 직접적인 물가 대책에 집중할 것을 권고했다. 이에 필요한 재원은 전세계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큰 이익을 챙긴 에너지 기업 등에 대한 일회성 ‘초과이익세’ 부과로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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