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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야구는 끝내... '무관의 제왕'으로 떠나는 이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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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상급 기량 뽐냈지만, 팀은 30년 무관 기록 이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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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호, 최형우와 선수로서 작별 인사 ▲ 은퇴를 앞둔 롯데 이대호가 9월 29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와의 경기를 마치고 KIA 최형우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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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쓸쓸하고 찬란한' 시즌이었다. 여전히 최정상급 기량에 화려한 은퇴투어까지, 개인으로서는 누구보다 완벽한 피날레였지만, 그토록 간절히 염원하던 가을야구와 한국시리즈 우승의 꿈은 끝내 이루지 못했다. 은퇴시즌 100타점이라는 전대미문의 기록을 남기고 마지막 가을야구가 무산된 이대호는, 끝내 KBO리그 '무관의 제왕' 클럽에 합류하는 것이 확정됐다.

롯데는 지난 10월 3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두산전에서 3-9로 패배했다. 리그 2경기를 남겨둔 가운데 63승 4무 75패(.457)를 기록한 롯데는, 5위 KIA 타이거즈(61승 1무 71패, .486)와 승차가 4게임차로 벌어지며 잔여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포스트시즌 진출이 최종적으로 무산됐다. 지난 2018년부터 5년 연속으로 가을야구 좌절이다. 또한 롯데는 1993년부터 이어온 'KBO리그 역대 최장기간 한국시리즈 무관' 기록을 끝내 '30년'까지 채우게 됐다.

프로 22년차의 롯데 최고참 이대호는 팀의 가을야구가 좌절되는 마지막 순간까지 분전했다. 롯데는 완패했지만 팀이 기록한 3점은 모두 이대호의 방망이에서 나왔다. 이대호는 앞서 3회말 1사 1, 3루에서 투수 땅볼로 타점을 추가한 데 이어, 5회말 1사 1루에서는 두산 최승용을 상대로 추격의 좌월 투런포를 쏘아 올리며 시즌 23호 홈런을 기록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97타점을 기록 중이던 이대호는 3타점을 추가하며 100타점 시즌을 달성했다. 100타점은 현재 리그 공동 4위 기록이자, 개인 통산으로는 7번째로 이승엽-최형우와 함께 공동 최다 타이 기록이기도 하다.

올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예고한 이대호는 불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고군분투하며 최고의 기량을 과시하고 있다. 타율 3할 3푼 5리, 178안타, 23홈런, 100타점, OPS .889 WAR(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 4.92, 결승타 9개 등 대부분의 타격 지표에서 리그 최상위권이다.

다관왕에 도전하는 이정후(키움)와 피렐라(삼성) 때문에 아쉽게 타이틀과는 거리가 있지만 롯데 팀내에서는 부동의 1위다. 이대호에 앞서 첫 번째 은퇴투어 대상자이자, 역시 역대급 피날레 시즌을 보냈다고 평가받는 이승엽조차도 은퇴하던 2017시즌 타점은 87개(홈런 24개)로 이대호에 미치지 못했다.

은퇴를 앞둔 40대 선수가 여전히 리그 최고의 타자 중 한 명이라는 것은, 이대호가 왜 KBO리그 'GOAT(역대 최고선수)' 타자로 거론될 만한 레전드인지를 증명하고 있다. 반면 이런 슈퍼스타를 보유하고도 끝내 우승은 커녕 수년째 가을야구와도 인연을 맺지 못한 롯데 구단과 롯데 팬들로서는, 이대호와의 예정된 이별이 더욱 회한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한국시리즈 우승' 꿈 못 이루고 떠나는 이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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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의 응원받는 이대호 ▲ 9월 29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2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에서 은퇴를 앞둔 롯데 이대호가 4회에 팬들의 응원을 받으며 타격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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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호는 경남고를 졸업하고 2001년 신인 2차 1라운드 4순위로 롯데의 지명을 받아 프로에 입단했다. 고교까지는 투수를 했으나 프로 입단 이후 타자로 완전하게 전향했다. 이대호는 일본프로야구 오릭스와 소프트뱅크, 미국 메이저리그 시애틀 매리너스 등에서 활약하면서 22년간 한미일야구를 모두 경험했고, KBO리그에서는 오직 롯데 한 팀의 유니폼만 입고 17시즌을 뛰었다. 최동원-염종석-주형광-박정태 등의 뒤를 잇는 롯데의 전설이자 프랜차이즈 스타의 상징으로 남았다.

개인적인 기록과 업적으로는 선배들을 뛰어넘은 이대호가 유일하게 이루지 못한 아쉬움은 한국시리즈 우승이다. 롯데는 30년간 한국시리즈 무관에 이어, 프로 원년(1982년) 이래 40년간 단 한 번도 정규리그 1위를 달성해보지 못하는 진기록을 남겼다. 마지막 한국시리즈 진출도 20세기 끝자락인 1999년으로 이대호가 롯데에 입단하기 2년 전의 일이었다. 야구사에서 이대호 만한 위대한 커리어를 쌓은 선수가 우승은 고사하고 한국시리즈 한번 밟아보지 못했다는 것도 보기드문 기록이다.

이대호와 비슷한 케이스로, 타자중에는 이병규-박용택(전 LG), 김태균(전 한화), 추신수(SSG), 투수로는 박찬호(전 한화)와 류현진(토론토) 등이 화려했던 레전드급 개인 커리어에 비하여 팀 우승복과는 영 인연이 없었던 대표적인 '무관의 제왕'들로 꼽힌다.

다만 이대호는 롯데에서만 우승을 못했을 뿐, 일본 프로야구 소프트뱅크 시절 2년 연속(2014-2015) 일본시리즈 우승을 경험했기에 프로 커리어 전체로는 완전한 무관이 아니다. 또한 국가대표팀에서도 2008 베이징올림픽-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2015 프리미어12 등에서 여러 차례 정상에 오른 바 있다.

타자로서 이대호와 커리어에서 유독 비슷한 면이 많은 이병규와 김태균도 KBO리그에서는 끝내 못 이뤘던 우승을, 각각 주니치와 지바 롯데 소속으로 일본 프로야구에서 처음 달성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또한 이병규는 2002년 LG, 김태균은 2006년 한화 소속으로 각각 소속팀의 마지막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아보기는 했다. 이대호는 롯데 유니폼을 입고 한국시리즈를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고, 2011년에 플레이오프 무대를 한 차례 밟아본 것이 가장 최고성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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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그아웃 들어가며 인사하는 이대호 ▲ 9월 2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2 프로야구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LG 트윈스의 경기. 9회초 2사 1루 롯데 이대호가 안타를 쳐낸 뒤 더그아웃에 들어가며 관중에게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아무리 훌륭한 선수라고 해도 결국 팀을 잘 만나야 더 빛이 난다. 이승엽-김광현-오승환-양현종-최형우-최정-양의지 등은 뛰어난 개인 성적에다가 우승복도 있었던 대표적 선수들로 꼽힌다. 또한 1980~1990년대 해태(현 KIA), 2000년대의 현대(현 키움 히어로즈)-SK(현 SSG), 2010년대 삼성-두산 등에서 활약한 선수들은 스타플레이어가 아니라도 우승 경험이 있는 경우가 많다.

역대 한국시리즈 최다 우승 경험자는 김정수와 배영수(은퇴)로 각각 총 8회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했다. 김정수는 해태, 배영수는 삼성의 최전성기 시절, 왕조의 주축 투수로 오랜 시간을 활약했다. 이밖에 한대화-박한이-진갑용 등이 7회 우승으로 그 뒤를 잇고 있다.

반면 이대호처럼 2000년대 이후 한때 장기간 가을야구와 인연을 맺지 못하고 암흑기를 보냈던 LG-한화–롯데 소속으로 오랫동안 뛰었던 스타들은 팀우승 커리어에서 손해를 본 경우가 많았다. 대표적인 사례가 류현진으로, 한화 시절에 엄청난 활약에도 불구하고 2006년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비롯하여 가을야구에 나갔던 것은 데뷔 직후인 단 2시즌 뿐이었다. 심지어 미국 진출전까지는 팀이 암흑기에 접어들며 팀성적이 주로 하위권을 전전해야 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불운은 이어졌는데, 류현진이 뛰었던 LA 다저스는 공교롭게도 하필 그가 토론토로 떠난 다음 시즌(2020년)에 바로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또한 LG의 레전드였던 박용택은, 해외 리그 경험이나 국가대표와도 전혀 인연이 없어서 그야말로 프로 경력 내내 완벽한 무관에 그쳤다. 어쩌면 이대호보다도 더 운이 없는 사례들로 꼽힐 만하다.

현재진행형으로 이대호에 버금가는 무관의 제왕 계보를 잇는 1순위로는 박병호(KT)가 있다. 홈런왕 5회-타점왕 4회, MVP 2회의 화려한 개인 경력을 자랑하는 박병호는 히어로즈와 KT를 거치며 팀 우승과는 한 번도 인연이 없었다. 한국시리즈 무대에는 두 번(2014,2019) 올랐으나 모두 준우승에 그쳤다.

이대호는 "은퇴하기 전까지 고향팀에서 우승을 거두고 팬들과 소주 한잔 하고 싶다"던 마지막 소원을 끝내 이루지 못한 채 작별을 앞두고 있다. 최고의 선수가 팀스포츠에서도 반드시 1등을 차지하는 것은 아니다. 안타깝지만 이 역시도 승부의 세계에 있어서 일부분이다. '팀보다 더 위대한 선수'로 남게된 이대호의 피날레를 지켜보며 롯데가 지난 30년 무관의 세월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해야 할 시점이다.

이준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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