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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뇌물과 맞바꾼 국민 안전’… 비리 백화점 진영국토관리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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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업체 알선·불법하도급 묵인·뇌물수수에 부실시공 못 본 척

세계일보

경찰에 적발된 부산 진영국토관리사무소 공무원들의 비리는 그야말로 천태만상이었다.

공사 계약 땐 특정업체를 알선하고, 불법하도급을 묵인한 데 이어 뇌물을 요구해 받은 것도 모자라 부실시공을 눈감아 주기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 안전을 뇌물과 맞바꾼 셈이어서 공분이 일고 있다.

경남경찰청은 하청업체 알선을 대가로 뇌물을 수수하고 부실시공도 눈 감아 국고를 손실한 혐의(뇌물수수·뇌물공여 등)로 진영국토관리사무소 공무원 10명(감리 3명 포함)과 업체대표, 법인 등 총 91명을 검거해 이 가운데 관리사무소 소속 6급·7급 공무원 3명을 구속했다고 4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0년 1월부터 지난해 12월 말까지 진영국토관리사무소에서 발주한 터널과 도로, 교량 설계·보수·관리 계약 시 특정업체를 알선하고 불법하도급을 묵인하거나 1억2000만원 상당의 뇌물을 수수하고 요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이 대가로 부실시공을 눈감아 주고 허위 준공조서를 작성해 2억6000만원 상당의 국고에 손해를 끼친 혐의도 받고 있다.

이들의 범행은 공익제보를 통해 드러났다.

경찰은 터널공사 관련 공무원들이 불법하도급을 묵인할 뿐만 아니라 무자격 공사업체를 알선한 사실을 확인하고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지난 7월 진영국토관리사무소 등 20곳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공무원 차량 트렁크에서는 뇌물로 받은 현금 1300만원이 발견되기도 했다.

이들의 범행 수법은 이랬다.

공사 계약은 A업체가 낙찰 받았지만, 실제 공사는 B업체가 진행했다.

공사가 마무리되면 관련 서류에는 A업체가 공사를 맡았던 것으로 꾸몄다.

공사 대금은 A·B업체가 나눠 가져갔다.

경찰은 일정 수준을 넘어 100% 하도급은 불법이며, 애초 공사비가 상당히 부풀려진 상태에서 계약이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경찰이 최근 2년 동안 진영국토관리사무소에서 발주한 터널 공사 47곳을 전수 조사한 결과 소방설비·환풍설비공사 전부를 무면허설계업자에게 실시설계용역을 맡겼던 것으로 확인됐다.

불법하도급은 부실시공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적 비리로, 국민 안전을 위험에 빠트렸다고 경찰은 지적했다.

지난 4월 불법하도급 공사를 한 울주군 상북면의 터널에서 승용차 화재가 발생했다.

하지만 당시 화재 수신기 회로는 고장이 났고, 스프링클러는 작동이 되지 않아 터널관리용역업체가 500만원의 과태료를 물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공무원들이 업체에 먼저 뇌물을 요구했고, 이에 업체 측이 뇌물을 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구속된 한 공무원은 업체에 자신의 동생 취업도 부탁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공사 감리를 포함한 이들 공무원은 터널 입구에 설치된 도로전광표지판의 정상 작동여부를 확인하는 카메라를 설치하지 않았는데도 허위로 준공검사를 공모해 2억6000만원 상당 국고를 손실시키기도 했다.

경찰은 불법하도급 근절을 위해 관련 요건을 강화하고, 처벌 규정 신설을 관계기관에 요청했다.

경남경찰청 관계자는 “부정부패로 인한 부실시공으로 내 가족을 포함한 전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중대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음을 명심하고, 이와 유사한 사례가 근절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공감대가 형성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창원=강승우 기자 ks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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