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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9위 업체가 '내부직원평가' 뒤 1위…LH, 전관예우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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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LH 출신이 있는 감정평가법인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LH 내부위원의 입김이 작용하는 ‘내부직원 평가’에서 이들에게 후한 점수를 줘 사업자로 선정되게 했다는 것이다.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은 LH로부터 제출받은 ‘공공주택지구 조성사업 감정평가사 선정현황’을 분석한 결과 이같은 내용이 드러났다고 4일 주장했다.

이에 따르면 LH는 공공주택지구 내 토지 소유자들의 토지보상금 등을 평가할 감정평가법인을 선정할 때 KASS라는 내부 평가 시스템을 이용한다. 여기에는 ▶평가 수수료 ▶수임 건수 ▶행정처분 등을 보는 ‘계량지표’에 80점, LH 내부직원이 평가하는 ‘비계량지표’에 20점이 배정됐다.

중앙일보

지난 3월 참여연대에서 열린 'LH 투기 사건 1년, 무엇이 바뀌었나?' 평가 좌담회.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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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계량지표 평가에선 순위가 낮은 감정평가법인이 비(非)계량지표인 ‘내부직원평가’에서 후한 점수를 받아 최종적으로 1위ㆍ2위에 선정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최근 10년간 총 54개 사업 중 46개 사업에서 이런 결과가 나왔다. 또 54개의 선정공고에서 74개 감정평가법인을 모집하는데, 16개 감정평가법인이 나눠먹기 식으로 최종 사업자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 중 1개 법인을 제외한 15개 법인에는 LH출신 감정평가사가 소속돼 있다.

특히 문재인 정부에서 발표한 3기 신도시 공공주택지구 보상 감정평가사 선정에서는 17개 사업 중 15개 사업이 내부직원평가로 순위가 뒤바뀌었고, 해당 법인에는 모두 LH 출신 감정평가사가 재직 중이었다. 결국 LH 평가위원의 주관이 반영되는 ‘내부직원평가’를 통해 일종의 ‘전관예우’가 이뤄졌다는 게 유 위원의 설명이다.

예컨대 3기 신도시로 선정된 인천 계양 공동주택 지구는 계량지표 평가에서 6ㆍ8등이었던 AㆍB법인이 내부직원평가에서 20점 만점을 얻어 1등ㆍ2등으로 최종 선정됐다. 만점을 받은 곳은 LH출신 감정평가사가 있는 AㆍB법인 둘 뿐이었다. 반면 당초 계량지표 평가에서 공동 1등이었던 다른 세 법인은 내부직원 평가에서 각각 10점ㆍ9.2점ㆍ8.6점을 받는 데 그쳐 탈락했다.

남양주 왕숙1 지구도 판박이다. 계량지표 평가에서 공동 9등이었던 CㆍD법인이 내부직원평가에서 20점 만점을 얻어 공동 1등으로 사업자로 선정됐다. 내부직원평가 3위 법인의 점수는 11.2점이었는데, CㆍD법인은 3위의 거의 배에 달하는 20점을 획득하면서 순위를 역전할 수 있었다.

이밖에 ▶하남교산, ▶남양주 왕숙2 ▶부천대장, ▶고양창릉 지구에서도 계량지표 평가만으로는 탈락 대상이었지만, 내부직원평가로 순위를 역전해 시행자로 선정되는 사례가 발견됐다.

이에 대해 LH는 “평가 당일 무작위로 선발된 인원이 비대면으로 감정평가사의 실적ㆍ경험을 평가하는 구조로, 우수한 법인이 고득점을 얻는 것이지 특혜 소지는 적다고 판단된다”면서도 “평가의 공정성을 더 제고할 방안을 계속 강구하겠다”고 해명했다.



수의계약 121건…혁신방안 유명무실



유 의원은 또 지난해 6월 LH가 내놓은 혁신방안도 유명무실해졌다고 지적했다. LH는 당시 자사 출신 퇴직자가 소속돼 있는 감정평가법인과의 수의계약을 5년간 제한한다고 발표했지만, 이후에도 121건이나 LH 출신이 있는 감정평가법인과 수의계약이 체결됐다.

유 의원은 “이를 걸러내는 시스템이 아직 갖춰지지 않았고, 내년부터 개발하겠다는 게 LH의 해명”이라며 “혁신방안 발표 이후 1년 4개월의 시간이 지났는데도 시스템 구축이 안 됐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유 의원은 이어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논란을 빚은 LH의 전관예우와 일감 몰아주기가 선을 넘었다고 본다”며 “이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감사원 감사는 물론이고 사업시행자 선정 제도의 근본적인 개편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세종=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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