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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尹정부 때리는 前 외교차관 “바이든 방한 때 IRA 물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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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돌아간 최종건 전 차관

”IRA로 먹거리 주저 앉으면 그건 5월부터 발생한 것”

조선일보

최종건 전 외교부 차관(오른쪽)이 올해 5월 김어준씨가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 '뉴스공장'에 출연해 김씨와 대화하고 있다. /교통방송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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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외교·안보 핵심이었던 최종건(48) 전 외교부 1차관이 미 의회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한국산 전기차 보조금 차별 문제 관련 “만약에 성장하고 있는 신(新)미래 먹거리들이 유탄을 맞아 다시 주저 앉는다면 그 시작은 올해 5월 이후부터 발생된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최 전 차관은 최근 윤석열 정부 외교부를 향해 여러 정책적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최 전 차관은 최근 유튜브 ‘메디치 미디어’ 채널에 출연해 “5월 바이든 방한했을 때 (IRA 관련) ‘니네들 이런거 하는데 물어볼 수가 있었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부가 선제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실기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최 전 차관은 “주미 한국대사관(미 워싱턴DC 소재)에는 의회팀·경제팀도 있고 로비 업체도 고용하고 있다”며 “돌아가는 것을 다 알고 있어야 했고 본국(서울)에 보고 했어야 한다”고 했다. IRA는 지난달 7일 상원에서 통과됐고, 12일 하원 통과를 거쳐 16일 대통령이 서명해 발효됐다.

최 전 차관은 올해 8월 미 국가 의전 서열 3위인 낸시 펠로시 연방 하원의장 방한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휴가를 이유로 전화 통화만 한것에 대해서도 “총리라도 붙여서 ‘한미 경제동맹 말하는데 이게 도대체 뭐하는 짓이냐’고 담벼락에라도 외쳤어야 우리 기록에 남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정권 초기라 놓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에 대해서는 “정권은 바뀌고 어수선하지만 거기서 일하는 전문가 집단이라는 외교 공무원들은 바뀌지 않는다”라고 했다. IRA 사태 관련 직업 외교관, 이른바 ‘커리어 디플로맷(career diplomat)’에 대해서도 책임을 돌린 것이다.

최 전 차관은 3일 오후에도 트위터에서 외교부가 대일·대미외교 비판에 대해 보도참고 및 해명자료를 낸 것과 관련해 “전임 정부를 비판하는 것은 정치가 그러려니 하겠으나, 2022년의 외교부는 과거의 외교부를 상대할 것인가”라고 했다. 외교부가 “‘피해자 중심주의’라는 레토릭(rhetoric)으로 사실상 방치되어 온 한일관계 복원을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경주 중이다”라고 표현한 대목을 문제 삼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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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건 전 외교부 차관이 재임 시절 스티븐 비건 당시 미 국무부 부장관(오른쪽)과 서울 시내 닭한마리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있다. /조선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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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전 차관은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평화군비통제비서관·평화기획비서관 등을 지낸 외교·안보 핵심 인사 중 한명이다. 2020년 8월부터 올해 5월까지는 외교부 1차관을 지냈는데, 연세대에서 정치학 석사학위를 받아 문정인 연세대 명예교수를 필두로 하는 이른바 ‘연정 라인’ 중 한 명으로 꼽혔다. 실세라는 뜻에서 ‘왕(王)차관’이라고도 불렸다.

최 전 차관은 문재인 정부 내내 외교·안보 보직을 맡았고, 약 5년 만에 학교로 돌아가 연세대 사회과학대 정치외교학과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그가 학생들에게 제시한 ‘읽기 자료’에는 윤석열 정부 외교·안보 핵심인 김성한 국가안보실장(고려대), 김태효 안보실 1차장(성균관대)이 교수 시절 집필한 논문과 함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추천한 논란의 도서(‘짱개주의의 탄생’, 김희교 저)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 전 차관은 최근 김어준·주진우 등 주로 친야(親野) 성향 인물들이 진행하는 방송 등에 출연해 윤석열 대통령과 외교 당국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달 22일에는 트위터에 “진지함도 없고 능력도 없고 태도도 바르지 않다”고 썼다. 또 더불어민주당의 이른바 ‘외교 참사’ 공세가 한창이었던 지난달 말에는 “한반도 평화와 우리 국익을 확보하기 위해 한순간도 허투루 쓰지 않았던 정성 외교를 한 시절이 있음을 기억하면 좋겠다”고도 했다.

지난 7월 8일 김어준씨가 진행하는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도 출연했는데, 김씨는 최 전 차관을 향해 “공직 생활을 오래하셔 갖고 말이 나올 때 외교적으로 튜닝이 되서 나온다”며 “언어 조탁(彫琢·문장이나 글 따위를 매끄럽게 다듬는 행위)을 좀 더 라이블리(lively)하게 해달라”고 조언했다. 최 전 차관이 “학교 선생이기 때문에 학생들이 뭐라 할 수 있다”고 하자 김씨는 “학생들이 이런거 좋아한다”고 했다.

[김은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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