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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위풍당당 그 자체→내년이 기대" 늦게 터진 LG '1차 지명자'...단, '과제'도 있다 [SS 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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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LG 김영준이 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2 KBO리그 NC전 6회초 2사 3루 위기에서 정진기를 삼진으로 잡아낸 후 기뻐하고 있다. 6이닝 무실점으로 데뷔 첫 퀄리티스타트를 만들었다. 잠실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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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잠실=김동영기자] 감독 입에서 “위풍당당했다”는 말이 나왔다. 살짝 늦게 터진 1차 지명자. 재능은 확실하다. 만만치 않은 시간을 거쳐 위력을 떨쳤다. 만족은 없다. 더 위를 본다. 과제도 알고 있다. LG 김영준(23) 이야기다.

김영준은 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NC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4피안타 5사사구 5탈삼진 무실점의 퀄리티스타트(QS) 호투를 펼쳤다. 개인 한 경기 최다 이닝을 먹었고, QS는 처음이다. 최고 구속은 시속 143㎞에 그쳤으나 슬라이더-커터-체인지업-커브-포크볼을 구사하며 NC 타자들을 잡았다.

류지현 감독 눈에도 쏙 들었다. 류 감독은 김영준이 6회까지 실점 없이 막고 내려올 때 더그아웃을 박차고 나와 김영준을 직접 맞이했다. 퓨처스에서 거의 풀 시즌을 치렀고, 뒤늦게나마 1군에 올라왔다. 오자마자 호투. 대체선발 개념이었는데 기존 선발들처럼 던졌다. 예쁘지 않을 수가 없다.

3일 만난 류 감독은 “위기관리능력, 구종 가치, 변화구 제구 등 모든 것이 좋았다. 가장 좋은 것은 따로 있다. 마운드에서 던지는 것을 보니 ‘위풍당당’이라는 말이 딱 떠오르더라. 마운드에서 표정도 그랬고, 모습도 그랬다. 큰 울림을 줬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영준이 등판을 마친 후 나가서 악수를 했다. 1년간 퓨처스에서 묵묵히 준비를 했다. 노력의 결과물이 나왔다. 고맙다는 의미로 나가서 맞이했다. 내년이 더 기대되는 우리 팀 선발 자원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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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류지현 감독(왼쪽)이 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2 KBO리그 NC전 6회초 수비가 끝난 뒤 그라운드로 나가 마운드에서 내려온 선발 김영준을 격려하고 있다. 잠실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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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준은 “항상 자신은 있었다. 언제든 기회가 왔을 때 잘 잡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좋은 결과가 나와 다행이다. 감독님이 나와서 맞아주시는데 소름이 돋았다. 사실 등판 전날 일찍 자려고 밤 10시에 누웠다. 새벽 1시까지 잠이 안 오더라. 마운드 올라가기 전까지 엄청 긴장했다. 애국가 끝나고, 팔을 풀 때부터 긴장이 풀렸다. 스트라이크 비율만 최대한 높게 운영하자는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비 도움을 많이 받았다. 지금의 나는 구속으로 타자를 압도하고, 구위로 누르는 스타일이 아니다. 야수들이 너무 잘 도와줬다. 고맙다. 결정구를 커브로 갔는데 허도환 선배가 최대한 편하게 만들어주셨다. 볼 배합도 선배께서 잘 해주셨다. 좋은 결과가 나왔다”며 선배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이처럼 최상의 하루를 보냈지만,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2018년 1차 지명자. 계약금 2억5000만원을 받았다. 키움의 안우진, 두산의 곽빈과 비교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안우진은 리그를 대표하는 토종 에이스로 올라섰고, 곽빈도 파이어볼러 선발로 자리를 잡았다.

김영준은 뚜렷하게 남긴 것 없이 2019시즌을 마치고 군에 입대했다. ‘실패’라는 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전역 후 팀에 돌아왔고, 육성선수 신분이 됐다. 2022시즌 퓨처스에서 20경기 98이닝, 9승 5패, 평균자책점 4.41을 기록했다. 그리고 1군에 올라와 호투를 뽐냈다. 6회 2사 3루에서 정진기를 삼진으로 잡은 후 크게 포효하기도 했다.

김영준은 “육성선수 신분이 됐을 때 속이 상하기는 했다. 멘탈도 살짝 흔들렸다. 어차피 프로는 냉정한 곳이다. 실력으로 보여주면 된다. 더 준비를 열심히 했다. 더 악착같이 했던 것 같다. 자극이 됐다. 4년이라는 시간이 누군가에게는 짧고, 누군가에게는 길 것이다. 군에 다녀왔고, 올해 1년간 준비도 계속 했다. 뭔가 나도 모르게 쌓였던 것들이 터져나온 것 같다”며 멋쩍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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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김영준이 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2 KBO리그 NC전에 선발 등판해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잠실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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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한 경기를 했다. 보완점도 확인됐다. 구속이다. 류 감독은 “사실 올 시즌 초반 6연승을 한 적이 있는데 그때는 구속이 더 나왔다. 이후 퓨처스에서 한 번 휴식을 준 적이 있다. 체력 저하 우려가 있었고, 군대 2년 공백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후 구속이 안 올라오더라. 올시즌 잘 마치고, 비시즌 훈련에 다음 시즌 스프링캠프까지 정상적으로 치르면 달라질 것이다. 발전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김영준도 “20살 때 프로 처음 와서는 시속 148~149㎞까지 나왔다. 올시즌 초반에도 시속 145~146㎞까지는 나왔다. 구속 하락은 하늘에 물어봐야 할 것 같다. 나도 진짜 의문이다. 답 아는 사람 있으면 좀 내게도 알려달라. 코치님들도 의문이라고 한다. 휴식 후 구속이 떨어진 케이스가 처음이라고 한다”며 웃었다. 답답함이 묻어나왔다.

이어 “속구의 완성도가 조금만 더 올라온다면 괜찮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구속은, 시속 160㎞가 나오면 너무 좋을 것이고, 시속 170㎞이 나오면 더 좋을 것이다. 미국이라도 가지 않겠나. 현실적으로는 시속 140㎞ 중반만 나와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시즌 내내 토종 선발 고민이 있던 LG다. 그나마 시즌 후반 김윤식이 호투 행진을 펼치며 한 시름은 덜었다. 그러나 이민호가 들쑥날쑥하고, 임찬규도 아쉬움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김영준이 등장했다. 2023년 선발로 활약한다면 LG도 그만큼 더 강해질 수 있다. 선발투수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법이다. 구속 회복과 선발 한 자리. 김영준 앞에 놓인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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