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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외국인력 비자 늘려도 인력난 안 풀린다는 건설업계… “규제 너무 세다” 하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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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가 올해 고용허가제(E-9)로 국내에 입국할 수 있는 외국인력 쿼터를 1만명까지 늘리기로 했지만, 막상 인력난을 겪고 있는 건설업계 반응은 시큰둥하다. 외국인 불법 고용으로 고용 제한에 걸려있는 건설사가 많아서다. 불법 고용을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개선되지 않으면 비자 쿼터를 늘려도 인력난은 별로 나아지지 않을 거라는 게 건설업계의 주장이다.

◇ 비자 쿼터 늘렸지만 못 쓰는 사업장 수두룩

4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E-9 비자로 국내에 들어올 수 있는 건설업 외국인력은 2400명에서 2760명으로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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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 자료사진. (사진은 기사와 무관)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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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 8월 코로나19로 인한 구인난 해소를 위해 외국인력 확대 방안을 발표했을 당시 건설업은 빠져있었다. 올해 2400명 쿼터 중 하반기 소진되지 못한 쿼터만 1000개 가량이 있다는 이유였다. 당시 고용부 관계자는 “업계에 불법 고용이 너무 만연해 법적으로 고용 제한에 걸린 업체가 많다 보니 신청을 못 한 것이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 대책에서는 건설업도 포함됐다. 고용부는 전체 비자의 순 증가분을 늘리면서 건설업 역시 업종별 배분에 맞게 늘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다른 곳에 있는 쿼터를 깎아서 특정 업종을 늘려주는 조치가 아니라 순증가에 대한 조치기 때문에 다른 것(비자 쿼터가 얼마나 남았는지)에 대한 고려를 덜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이 같은 대책에도 업계에서는 실질적으로 인력난 해소에 아무런 효과가 없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불법 고용으로 정부의 3년 고용 제한에 걸린 업체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이 업체들은 E-9 비자로 들어온 인력을 쓸 수 없다.

건설업계는 불법 고용이 근절되는 환경이 만들어지지 않는 한 똑같이 비자 쿼터는 남고 합법 인력은 모자란 인력난이 계속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규제가 너무 과도하다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건설업의 경우 불법 고용이 발생한 현장 뿐만 아니라 해당 건설업체가 관리하는 모든 공사 현장의 외국인 근로자 고용이 제한된다. 전국 각지의 현장이 제한에 걸려 또 불법 고용에 손을 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건설업계는 주장하고 있다.

강성주 대한전문건설협회 노동정책팀장은 “건설업은 현장별로 사업장 번호를 따지고, 4대 보험 신고나 외국인 고용도 현장별로 하게 돼 있는데 위반행위 제재는 왜 사업주별로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고용부에서는 ‘현장별로 위반행위를 제한하면 규제 효과가 없으니 사업주 단위로 해야 한다’고 하는데, 그렇게 한다고 불법 고용이 없어졌는지 보면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 ”고용 제한의 현장별 처분·특별 해제로 업계 숨통 틔워야”

이 같은 이유로 전문건설협회 등 업계에서는 불법 고용 제한 특별해제를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고용 제한을 한꺼번에 면제해 줘 비자 쿼터를 소진할 수 있도록 하고, 합법 고용의 환경을 제공해달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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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한 공사장에서 공사 관계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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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부는 이에 대해 “일종의 사면을 해달라는 것인데, 고용 제한은 사법적 조치가 아니라 행정조치라 사면의 대상이 되는지, 가능한지 등 법적 근거 검토가 필요하다”면서 “사업주별 고용 제한이 아니라 현장별 제한 역시 검토 중이지만, 고용 허가 단위 등 여러 분야의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특별해제와 동시에 E-9비자 쿼터도 현재보다 확연하게 늘려야 한다고 업계에서는 주장한다. 불법 고용을 쓰지 않은 상태에서의 근본적인 인력난 해소를 위한 방안이다.

건설근로자공제회가 지난해 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건설업 총 인력 수요는 175만4000명에 달하지만, 내국인 인력 공급 가능 규모는 153만9000명에 그친다. 부족분 21만5000명은 외국인을 고용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그러나 E-9을 통해 비자를 받아 입국한 합법적인 외국인력은 올해 건설 현장에서 6만5000명에 불과한 것으로 추산됐다. 건설업에 불법 고용이 만연한 이유다.

최은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사회간접자본(SOC)을 만드는 토목 현장은 산간이나 오지에 있는 등 근로조건이 상대적으로 열악해 내국인 근로자의 기피가 심하고, 때문에 장기 고용이 가능한 E-9에 대한 수요가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상황”이라면서 “토목건설 현장만이라도 E-9 쿼터 확대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은선 기자(onsu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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