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0 (토)

'망 사용료'가 뭐길래…"문제점 있어 보인다" 이재명 심야트윗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일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6일 경기도청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잘 챙겨 보겠습니다. 망 사용료 법 문제점이 있어 보입니다.”

지난 2일 자정 직전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자신의 트위터에 이같은 글을 적었다. ‘망 사용료’ 지불을 의무화하는 법안의 문제점을 지적한 트위터 사용자 글에 대한 답변이었다.

심야에 나온 트윗이었지만 이 대표의 글은 사진 파일 형태로 곧바로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로 퍼져 나갔다. 보수·진보 성향 가릴 것 없이 커뮤니티 반응은 대부분 긍정적이었다. 평소 이 대표를 멸칭(경멸하는 명칭)으로 부르는 등 비판적인 사용자가 많은 에펨코리아(펨코)에서도 “준석이가 부재니까, 귀신같이 꿀빨러(고생 안 하고 편한 사람) 등판하네”라는 글이 올라왔다. 여기엔 “국힘(국민의힘) 구태들은 저 이슈는 관심이 없나”라거나 “ㄹㅇ(레알·진짜) 저런 거 왜 선점 안 하냐. 유승민 뭐해ㅜ 제발 윤석열 까는 데 시간 보내지 말고 자기 얘기들을 좀 해” 등의 댓글이 달렸다. 이념 성향을 떠나 모든 온라인 커뮤니티가 이 대표의 트윗에 대동단결하는 듯한 모양새였다.

중앙일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일 밤 11시 54분에 자신의 트위터에 남긴 글. 사진 이재명 대표 트위터 캡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도대체 ‘망 사용료’ 법안이 뭐길래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드라마와 영화를 TV나 극장에서 주로 봤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유튜브·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콘텐트 사업자(CP)가 제공하는 동영상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들이 많다. 기존 공중파나 종합편성채널이 아닌 넷플릭스에서 방영된 드라마 ‘오징어 게임’과 ‘수리남’이 한국을 넘어 세계적 화제가 되는 게 이런 소비 형태를 반영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해 10~12월 구글(유튜브 포함, 27.1%)과 넷플릭스(7.2%) 2개사가 차지하는 국내 인터넷 트래픽은 34.3%에 달한다. 그에 반해 국내 대표적 CP인 네이버(2.1%)와 카카오(1.2%) 2개사는 트래픽 점유율이 3.3%에 그쳤다.

문제는 국내 CP는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인터넷 제공 사업자(ISP), 쉽게 말해 통신사에 망 사용료를 내고 있는데, 국내에 진출한 글로벌 CP는 사용료를 내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는 글로벌 CP가 국내에서 두각을 나타낸 이후 줄기차게 제기된 문제다.

그래서 현재 국회에는 ISP가 CP에게 망 사용료를 부과하는 것과 관련한 법안(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7개 제출돼 있다. 사용료 지급을 의무화하는 내용부터 당사자간의 계약 내용을 규율하는 내용까지 다양하지만 큰 틀에서 ‘글로벌 CP가 정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철학적 기반 위에 놓여 있다. 그래서 ‘국내 소비자의 호주머니에서 빠져나간 돈이 글로벌 기업을 거쳐 해외로 흘러가는 걸 그대로 방치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을 기초로한 망 사용료 법안은 초창기에는 “애국적 법안”(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으로 통했다.

하지만 글로벌 CP가 ‘무력 시위’를 시작하면서 여야의 단순 계산은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구글이 운영하는 유튜브는 최근 자사가 운영하는 블로그를 통해 망 사용료 법안을 공개 비판하고, 유튜브 채널을 통해 ‘법안 반대’ 서명 운동까지 벌였다. 글로벌 온라인 방송 중계 서비스인 트위치는 한 술 더 떠 그동안 초고화질(1080픽셀)로 운영하던 동영상 화질을 지난달 30일부터 최대 720픽셀로 낮췄다.

중앙일보

유튜브코리아가 각종 SNS 광고를 통해 ‘망 사용료’ 입법 반대 서명 운동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사진 페이스북 캡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여기에 사용료가 전가될 걸 우려하는 1인 유튜버와 사용자들이 법안 반대 행렬에 동참하면서 여야 과방위 의원에게는 “법안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와 이메일 등이 날아들고 있다.

정부 또한 이 문제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이다. “글로벌 CP에 망 사용료를 부과할 경우 미국과의 통상 마찰을 빚을 수 있고, 국내 CP가 해외로 진출할 때 역차별을 당할 수 있다”(과방위 관계자)는 정부 측 우려라고 한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자 당장 여야 전선에도 이탈자가 생겼다. 국회 과방위원장이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인 정청래 의원은 지난달 30일 페이스북에 “제 단견으로는 소수의 국내 ISP를 보호하려는 편협하고 왜곡된 애국 마케팅을 하다가 국내 CP의 폭망을 불러올 위험천만한 일이라 생각한다”며 “조만간 망 사용료를 반대한 분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장을 열겠다”고 했다.



정청래, “편협·왜곡 애국 마케팅 하다 폭망 불러올 위험천만한 일”



당초 법안 처리에 손발을 맞추려던 과방위 여야 간사 모두 신중한 입장이다. 국내 CP와는 달리 글로벌 CP가 망 사용료를 내지 않는 것에 대한 문제 의식은 공유하고 있지만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다만, 글로벌 CP가 법안 반대를 부추기는 데 대해선 분명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과방위 민주당 간사인 조승래 의원은 3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망 사용료 법안을 처리하든 하지 않든 (글로벌 CP가) 일종의 정치 투쟁을 하는 행태는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