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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시위와 파업

노란봉투법 '위헌·불법파업 면죄부'라는데…따져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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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동자 파업 후 470억 손배소
노동계 "손배소로 노조 탄압…노동3권 침해" 지적
야권 '폭탄 손배소 제한하자' 노란봉투법 주목
재계 "불법파업 면죄부", "위헌" 비판…사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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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우조선해양이 파업 및 점거농성을 한 하청 노동자들을 상대로 47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면서 이른바 '노란봉투법'이 주목 받고 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안을 지칭하는 법안은 합법 파업의 범위를 넓히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한하자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를 두고 재계와 여권 등에서는 '불법 파업에 면죄부를 주자는 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기업의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해 '위헌'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반면 노동계와 야권에서는 현 노조법상 합법 파업의 범위가 좁고, 기업이 폭탄 손배소를 악용해 노동운동을 탄압하고 있다고 반박한다. CBS노컷뉴스가 각 주장의 사실관계를 따져봤다.

"불법파업 면죄부" vs "폭탄 손배소로 노동권 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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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달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안)발의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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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달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안)발의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지난달 15일 정의당은 당론으로 노란봉투법을 발의했다. 노조법을 개정해 근로자와 사용자의 범위를 넓히고, 파업 등으로 인한 손해에 대해 기업의 배상 청구를 제한하자는 것이 골자다. 2015년부터 관련 법안이 발의돼 왔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다가 최근 대우조선해양 사태로 다시 논의가 시작됐다. 더불어민주당도 '7대 민생입법과제'로 채택했다.

그러자 재계에서는 즉각 반발이 나왔다. 지난달 14일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경총)은 국회를 방문해 "노란봉투법은 정당한 쟁의행위가 아니라 불법 쟁의행위까지 면책하는 것으로 헌법상 기본권인 사용자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해 우리 헌법정신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정부와 여권에서도 반대 입장을 밝혔다.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였던 권성동 의원은 SNS에 "노란봉투법은 불법 파업을 조장하는 황건적 보호법"이라는 글을 올렸다. 고용노동부 이정식 장관은 지난달 29일 "위헌 논란은 물론 노동조합의 불법 파업이나 갈등을 조장한다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노동계는 이 같은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노란봉투법이 통과하더라도 폭력·파괴로 인한 직접 손해에 대해선 배상 청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외의 불법 파업의 경우 노동자 개인이 아닌 노조를 상대로만 배상 청구를 할 수 있도록 하고, 그 액수에 제한을 둬 '무분별한 폭탄 손배소'를 막자는 것이다.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운동본부) 정책법률팀 윤애림 연구원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헌법으로 노동3권을 보장하고 있지만 실제 법에 따라 합법이라고 인정받는 파업을 하기가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만큼 어렵다"며 "불법인데도 면죄부를 달라는 것이 아니다. 현 상황에서는 온전히 노동3권을 구현할 수 없으니, 이걸 제대로 해보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수억 손배소로 노동자 괴롭혀…노란봉투법은 최소 대항수단


현행법으로도 합법 파업의 경우엔 기업이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없다. 노조법 3조(손해배상 청구의 제한)는 '사용자는 이 법에 의한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로 인하여 손해를 입은 경우에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에 대하여 그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파업은 기업의 손해를 전제로 하는 노동운동 수단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은 파업 이후 합법·불법에 관계없이 일단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다. 시민단체 '손잡고'에 따르면 1989년부터 올해 5월까지 기업들이 파업한 노동자들에게 제기한 손배소 액수는 총 3160억원이 넘는다. 법원에서 불법 파업이라도 판단하면 거액의 배상을 받을 수 있고, 혹여 합법 파업이라고 판단하더라도 소송 기각 결정이 날뿐 별다른 불이익은 없기 때문이다.

반면 소송을 당한 노동자 개개인은 법원으로부터 확정 판결이 나기 전까지 월급이 가압류되는 등 고통에 시달리게 된다. 대법원까지 갈 경우 10년 넘는 시간이 걸리는 경우도 있어서 사실상 노동운동을 위축시키는 등 노동3권이 제한되는 효과로 이어진다. 손잡고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한 노동자가 손배가압류 소송을 당하고 나면 1심까지 도달하는 데 평균 2년 2개월, 길게는 7년까지 걸린다.

실제 2011년 한 자동차 부품업체는 노조 와해 전략의 일환으로 일단 노조원들에게 손해배상 소장을 보내 겁을 주고 노조를 탈퇴하면 소송을 취하해 주는 식의 방식을 사용해 온 사실이 내부 문건에서 드러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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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기본소득당, 무소속 등 현역 의원들과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노란봉투법 정기국회 중 처리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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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기본소득당, 무소속 등 현역 의원들과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노란봉투법 정기국회 중 처리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노동계는 노란봉투법으로 무분별한 폭탄 손배소를 제한, 실질적인 노동3권 보장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업의 손배소로 노동자가 노동3권을 침해받을 때 이에 대한 대항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파업으로 인한 기업의 재산권 침해는 눈에 보이지만, 노동3권 침해로 인한 손해에 대해서는 객관적인 계산이 쉽지 않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여기서 더 나아가 노조법상 근로자·사용자의 정의를 바꿔 '합법 파업'의 범위를 넓히자는 것이 노동계 주장이다. 과거 법원은 노조법을 근거로 하청·재하청 노동자가 원청을 상대로 파업을 하거나, 파업의 절차·목적이 조금이라도 법에 어긋날 경우 불법 파업으로 판단해 왔다. 하지만 최근 대법원은 이를 합법으로 보는 등 변화하고 있음에도 구체적으로 입법화되지는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윤 연구원은 "대법원 판례에서는 근로자 범위를 넓게 인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문제는 이같이 (노동자로서) 보호를 받으려면 대법원까지 가는 등 10년 넘는 소송을 거쳐야 한다"며 "(노란봉투법은) 지금까지 없던걸 새롭게 하라는 게 아니다. 근로자, 사용자의 정의를 실질적으로 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산권 침해는 위헌" vs "헌법상 노동권이 우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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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법에는 '불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하면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헌법에 규정된 재산권을 보호하는 장치 중 하나다. 이 때문에 불법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것은 민법상 기본원칙을 부정하는 것이란 비판이 제기된다. 노란봉투법을 두고 '위헌' 논란이 나오는 이유다.

현재 발의된 노조법 개정안을 살펴보면 노조법의 목적에 맞게 쟁의행위가 이뤄졌으면 그로 인한 손해에 대해서는 노조나 노동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하거나, 쟁의행위 등이 노조에 의해 계획된 것이라면 개별 근로자에게는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 등이 포함돼 있다. 헌법상 재산권을 침해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이 사실이다.

반면 노동계에서는 현재의 노조법이 기업의 무분별한 폭탄 손배소를 막지 못해 실질적으로 헌법상 권리인 노동3권을 보장하고 있지 못하고 있으니, 이를 그대로 두는 것 역시 위헌적인 요소가 강하다고 반박한다. 만약 재산권과 노동3권이 충돌한다면, 그 우위에 있는 것은 노동3권이라는 입장이다.

운동본부는 "헌법이 보장하는 영업의 자유나 경영권은 무제한적인 것이 아니라 그 의사결정과 관계되는 또 다른 기본권 주체인 노동자 등과의 관계 속에서 얼마든지 조정될 수 있는 기본권"이라며 "재산권이나 경제적 자유는 노사가 동등하게 국가로부터의 침해나 부당한 간섭을 받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기본권으로서 보호를 받지만, 노사 간 집단적인 법질서를 형성하는 노동3권과 관련해서는 헌법상 동등한 지위를 가질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단체행동권은 필연적으로 사용자의 경제적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기 때문에 쟁의권 행사로 발생하는 본질적으로 고유한 손해에 대해서는 사용자가 재산권 또는 경제적 자유라는 이름으로 대항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헌법에 부합하는 해석"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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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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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환 기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노동위원회 부위원장 이용우 변호사는 "손해배상청구 제한이 평등권에 반하고 위헌적이라는 주장이 정부와 재계에서 계속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미 민법의 법리를 수정하는 내용이 현행 노조법 3조의 손해배상청구 제한으로 들어와 있다"며 "어느 수준에서 제한할 것인지는 순전히 입법 정책의 문제일 뿐 우리 헌법 체계상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에 일부 정치권에서는 기업의 손해배상 자체를 원천적으로 틀어막기보다는 그 액수에 제한을 두거나, 합법 파업의 범위를 확대하는 쪽에 방점을 두는 등 위헌적인 요소를 제거하는 방향으로 논의를 진행하고 있기도 하다.

선진국에도 손배소 금지법은 없다?…"손배소 자체가 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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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윤석열 대통령,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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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윤석열 대통령,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연합뉴스
노란봉투법이 다시 주목받기 시작하자 재계와 여권 등을 중심으로 "유럽 등 노동권이 발달한 선진국에서도 불법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금지하는 법률은 없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실제 영국, 독일, 프랑스 등에서는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금지하는 법률은 없다.

하지만 그 맥락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우리나라와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이들 국가들에서는 파업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청구 소송 자체가 매우 드문 일이기 때문이다. 손해배상 청구를 법으로 금지하고 있지는 않지만, 이를 제한하는 별도의 규정이 함께 존재한다.

영국의 경우 노조 규모에 따라 청구할 수 있는 손해배상 액수의 상한선이 법으로 규정돼 있다. 프랑스는 기업이 입은 손해에 대해 정확하게 입증해야 하고, 만약 노동자 개개인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려면 기업 측에서 각각의 노동자가 입힌 손해에 대한 입증 책임을 진다. 독일 또한 파업으로 인한 손해 중 생산손실은 배상 청구 대상으로 보지 않는 등 규정이 까다롭다.

운동본부 관계자는 "해외에서 우리나라처럼 기업이 손배소 폭탄을 투하해 노동조합을 탄압하는 곳이 어디있느냐"며 "재계는 꼭 그런 건 빼놓고 해외사례를 언급한다. 굉장히 편향적이고 왜곡된 방식으로 해외사례를 언급하는건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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