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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권영세 통일장관 "북한 비핵화 전, 남북 문화 교류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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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통일의 날 행사' 참석… 숄츠 총리 등 만나
"문화 협정 고려"... 尹 대통령 '담대한 구상' 설명

독일을 방문 중인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북한 핵 문제가 해결되기 이전이라도 남북이 문화로 한 걸음씩 다가설 수 있을 것"이라며 "남북 문화 교류 추진 의지를 강력하게 표명한다"고 3일(현지시간) 말했다. 비교적 접근이 용이하고 갈등의 소지가 적은 문화 분야에서 교류를 시작해야 경색된 남북 관계 물꼬를 틀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한국일보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3일(현지시간) 독일 에르푸르트에서 진행된 '독일 통일의 날 32주년 기념행사'에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만나 웃으며 악수하고 있다. 에르푸르트=통일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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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관계 막혔을 때 문화의 힘 더 중요"


권 장관은 '독일 통일의 날 32주년 기념 행사' 참석을 위해 독일을 찾았다. 구동독 지역인 튀링겐주 주도 에르푸르트에서 개최된 공식 행사에 이어 에르푸르트 시립미술관을 찾은 그는 "북핵 문제는 갈수록 악화하고, 미∙중∙러 전략 경쟁이 심화하는 등 국제 정세까지 급변했다"고 현실을 진단했다.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이 현실적으로 어려워진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이어 "상황은 비관적으로 생각할 때만 비관적이 된다"는 빌리 브란트 전 독일 총리의 말을 인용하면서 권 장관은 "끝없는 인내와 부단한 노력으로 마침내 자유와 인권, 정의와 평화가 살아 숨쉬는 한반도의 통일 미래를 일궈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유, 정의 등은 윤석열 정부의 핵심 키워드이기도 하다.

통일의 시작점으로 권 장관은 문화를 제시했다. 그는 "문화는 이념과 체제를 뛰어 넘어 상호 공감과 연대를 형성하는 힘이 있다"며 "지금처럼 남북 관계가 꽉 막힌 상황에서 문화의 힘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성 만월대 문화재 발굴, 겨레말큰사전 편찬 등 현재 중단되어 있는 남북 공동사업들의 재개 필요성을 구체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또 "문화 협정 등 제도적 장치로 뒷받침한다면 남북 관계는 보다 안정적이고 보다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도 강조했다.
한국일보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3일(현지시간) 독일 에르푸르트에서 독일 통일의 날 32주년을 기념해 열린 축제 현장을 찾아 독일 시민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에르푸르트=신은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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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를 고리로 남북 대화∙협력의 접점을 마련하고, 이를 다른 분야로 확대하겠다는 게 권 장관의 구상으로 보인다. 남북 분단 상황 고착화로 커진 이질성을 극복하겠다는 것이자, 통일 이후를 준비하는 것이기도 하다.

다만 권 장관이 정치·경제·안보 등과 관련한 대화를 제안하는 대신 문화에만 특히 방점을 찍은 건, 현 상황에서 남북 관계 개선이 쉽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이 권 장관의 제안에 화답할 가능성도 현재로서는 크지 않다. 북한은 최근 핵무기 및 핵무력 정책법을 제정하고, 연일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한반도 긴장을 계속 높이고 있다.

권 장관이 참석한 독일 통일의 날 행사는 1990년 10월 3일 통일 선포를 기념하는 연례 행사다. 16개 주에서 순차적으로 진행되는데, 올해 개최지가 에르푸르트였다. 권 장관은 공식 행사가 열린 에르푸르트 극장에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등 독일 정관계 인사들과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권 장관은 행사장 인근 광장에서 열린 시민축제에도 들렀다. 이곳을 찾은 독일인 대학생 이나는 "통일은 우리에게 언제나 중요한 사건이기에 이런 행사는 정말 중요하다"고 말했다. 독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1일부터 사흘 간 열린 축제에 10만 명 이상이 방문했다.

尹 '담대한 구상' 설명... "주도적 노력 강화할 것"


권 장관은 이후 베를린으로 자리를 옮겨 윤석열 대통령의 통일∙대북 정책인 '담대한 구상'의 중요성도 거듭 설명했다. 민주평화통화자문회의 북유럽협의회를 대상으로 한 설명회에서 권 장관은 "담대한 구상은 북한의 비핵화와 경제∙정치∙군사 분야의 상응 조치를 '단계적으로' 추진해 나가는 구상"이라며 "담대한 구상이 본격 실현되면 북한은 안보 우려를 해소하고 경제난을 극복하여 핵을 더 이상 개발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게 되는 수준에 이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 장관은 또 "지난 시기에 북핵 문제를 미북 간 협의 의제로만 치부해 온 경향이 있는데 이는 올바른 접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우리의 주도적 노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통일부는 통일∙대북 문제와 관련한 분야에서 통일부의 외교적 역할 확대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르푸르트·베를린 신은별 특파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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