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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로에베 CEO, “韓 하회탈과 종이 공예 예술 가치 뛰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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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럭셔리 브랜드 로에베 파스칼 르포아브르 CEO 인터뷰

조선일보

“한국의 젊은 예술가를 여럿 만나면서, 한국인들의 손재주와 심미성(審美性)이 얼마나 시대를 앞섰는지 실감했습니다. 조상의 기술을 끊임없이 탐구하고, 현대적인 관점에서 창작해내는 젊은 예술가들의 땀과 시간이 한국의 문화 콘텐츠를 전 세계 최전선으로 진화시켰다고 생각해요.”

스페인을 대표하는 럭셔리 브랜드 로에베(Loewe)의 파스칼 르포아브르(Lepoivre) CEO는 최근 기자와의 만남에서 “지난 2016년 재단 공예상을 제정했을 때부터 공예에 대해 이해도가 높은 한국에서 시상식을 꼭 열고 싶었다”고 말했다.

국제적 권위의 로에베 재단 공예상은 올해 116국 3100여 명이 최다 응모를 기록하는 등 미술계에서도 관심이 높았다. 지난 7월 서울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대상을 받은 정다혜(33) 공예가에 대해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 스페인 엘 파이스 등 해외 유명 매체들도 관심 있게 보도했다. 서울공예박물관에서 7월 한 달간 열린 전시는 방탄소년단의 RM이 소셜미디어에 ‘인증샷’을 올린 뒤 더욱 화제가 됐다. 르포아브르 CEO는 “하루 1500여 명이 몰리면서 굉장한 관심을 보였다”면서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 젊은 공예 팬들이 점차 늘고 있다는 걸 피부로 느낀다”고 말했다. “정다혜 작가는 ‘한국인으로는 최초’일 뿐만 아니라, 로에베 재단 역대 ‘최연소’ 수상이기도 합니다. 최종 결선 30인 중엔 한국 공예가가 7명이나 포함됐어요. 한국 공예의 미래가 더욱 기대되는 점이기도 하죠.”

프랑스 출신으로 파리 HEC 경영대학원과 인시아드를 졸업한 뒤 30년 가까이 LVMH(루이비통모에헤네시) 그룹에 몸담은 그녀는 패션계에선 보기 드문 여성 CEO이기도 하다. 지난 2016년 로에베 CEO로 부임한 뒤 총괄 디자이너와 함께 공예와 장인정신에 대한 가치를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 “몇 년 전 한국에 왔을 때 수제 하회탈에 반해 세 개 구매했어요. 제가 마스크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섬세하면서도 독특했죠. 저희 아이들은 무섭다고 했지만(웃음), 하회탈의 역사와 해학을 공부하고 나니 그 어떤 마스크보다 예술적 가치가 뛰어나다고 생각했습니다.”

조선일보

지난 6월 이탈리아 밀라노 2022 살로네 델 모빌레에서 공개된 로에베 컬렉션. 한국의 이영순 공예가의 지승공예를 이용한 작품도 있다. /로에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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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최근 한지를 꼬아 만드는 지승공예의 이영순 공예가 작품에도 매료됐다고 덧붙였다. 최근 밀라노에서 열린 가구 박람회에서 로에베는 이영순 공예가와 협업한 작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해외 팬들이 한국 공예품을 실물로 봤다면, 그 아름다움과 노고에 아마 눈물을 흘렸을 겁니다. 수백 수천년 전 조상의 예술혼이 켜켜이 쌓인 현장이죠. 또 우리가 후대에 지켜내야 할 가치이기도 합니다.”

[최보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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