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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산할 판... 물가 낮추고 임금 올려라” 다시 불붙는 유럽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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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1일(현지 시각) 영국 런던에서 물가 폭등에 항의하는 시민들이 ‘우리는 공정한 사회를 원한다’ ‘거짓말과 탐욕, 부패는 그만’ 등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날 영국 전역의 50여 도시에서 시위를 벌인 시민들은 “내 월급만 빼고 모든 게 다 올랐다”며 최근 급등한 에너지 요금 등에 대해 불만을 터뜨렸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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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 에너지와 식료품 가격 급등으로 불만이 쌓인 시민들이 대거 길거리 시위에 뛰어들고 있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인플레이션으로 당분간 고물가 시대가 불가피해 성난 민심을 잠재우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일부 국가에선 이런 집회와 시위가 집권 세력의 지지율 하락과 반정부 투쟁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1일(현지 시각) 영국에서는 수도 런던을 비롯해 에든버러와 글래스고, 맨체스터, 뉴캐슬 등 전국 50여 도시에서 고물가에 항의하는 시위가 동시다발적으로 열렸다. 일간 가디언은 “도시마다 수천명의 시위대가 모였고, 환경·사회 단체뿐만 아니라 정치 단체들도 나왔다”며 “전국적으로 약 10만명이 참여한 것으로 추산된다”고 전했다. 시위 현장에서는 “내 월급만 빼고 모든 게 다 올랐다” “올겨울에 서민 대부분이 파산할 것” 등의 구호도 터져 나왔다.

시위대는 지난해보다 3배 이상 급등한 에너지 요금에 가장 큰 불만을 드러냈다. 영국은 본래 10월부터 추가로 80% 요금 인상을 계획했다. 하지만 리즈 트러스 총리가 에너지 가격 상한선의 상승률을 27%로 억제하고 400~500파운드의 일회성 에너지 보조금을 주는 ‘부담 경감책’을 내놓았다. 시위대는 “이미 물가가 많이 오른 상황에서 턱없이 부족한 대책”이라고 주장했다. 몇몇 사람은 전기와 가스 요금 고지서를 태우기도 했다.

영국에선 지난 8월부터 임금 대폭 인상을 요구하는 파업도 계속됐다. 철도·버스·지하철·항만·우편 등 공공 노조들이 앞장서고, 국선 변호사들까지 파업에 나섰다. 시위는 9월이 되면서 극에 달할 전망이었다. 그러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갑작스러운 서거로 영국 전체가 추모 분위기로 접어들며 잠시 중단됐다. 데일리미러 등 영국 매체들은 “이번 시위를 계기로 파업도 재개될 우려가 커졌다”고 내다봤다.

프랑스에서도 지난달 29일 파리와 리옹, 마르세유 등 주요 도시에서 서민들의 생활고 해결을 요구하는 시위가 열렸다. 프랑스 노동총연맹(CGT)과 극좌 성향의 야당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 등이 주도한 이날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으로 파리에 4만명, 마르세유에 4000여 명이 모였다. 이들은 물가 안정과 함께 급여 인상과 연금 시스템 개혁 중단을 요구했다. 이들은 “정년이 아닌 급여를 올려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지난 4월 재선에 성공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정년을 62세에서 64~65세로 높이고, 무려 42개에 달하는 복잡한 연금 체계를 하나로 통합하는 연금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앞서 지난달 21일에는 벨기에 수도 브뤼셀에서 경찰 추산 1만여 명이 모여 물가 상승과 임금 동결에 항의했다. 물가 상승을 유럽연합(EU)의 대러 제재 탓으로 몰면서 현 집권 세력에 대한 저항운동을 촉구하는 시위도 발생하고 있다. 지난달 3일 체코 프라하에서는 7만명이 모여 “러시아 제재를 중단하고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을 확대하라”고 주장했다. 독일의 구(舊) 동독 지역인 라이프치히와 마그데부르크 등에서도 수천명이 모이는 시위가 벌어졌다. 극좌 정당이 앞장선 시위대가 “동독의 공산 독재를 무너뜨린 시민 저항운동을 통해 정부의 잘못된 물가 정책에 대항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미국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에 따르면, 올 들어 유럽에서는 물가 인상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20여 회 열렸다. 지난 3~4월 프랑스와 이탈리아, 스페인, 오스트리아 등에서 빈발했던 시위는 EU와 각국 정부가 각종 부담 경감책을 쏟아내면서 소강 상태를 보였다. 그러나 겨울을 앞두고 전기와 가스 가격이 다시 상승세를 보이고, 정부의 대책도 효과가 떨어지기 시작하자 시위가 재개되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과 포린폴리시는 “유럽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시위는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유럽 정치 지도자들이 직면한 정치적 혼란의 징후를 보여준다”며 “겨울에도 에너지 가격이 높은 상태로 유지되면 정치적 스트레스는 더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파리=정철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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