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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현생인류와 네안데르탈의 수만년전 로맨스 밝혀낸 게놈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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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보, 현생·멸종 인류간 공존과 종간교배 규명…기념비적 성과에 노벨상 영예

"우리 몸속에도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 유전자 살아 숨쉰다"

"코로나19 증상, 사람마다 다른 이유도 네안데르탈 유전자 때문"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의 영예는 고대인의 유전체(게놈)를 분석해 인류 진화의 비밀을 규명한 스반테 페보(독일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 연구소) 박사에게 돌아갔다.

페보 박사는 유전체 분석 방법을 이용해 초기 인간과 다른 고대인을 연구하는 고생물학의 창시자 중 한 명이자 이 분야를 선도해온 진화인류학자다.

인류 진화와 관련한 그의 연구 업적은 2010년 국제 네트워크를 구축해 독일 뒤셀도르프의 네안데르 계곡에서 발견된 네안데르탈인의 게놈 초안을 완성한 데서 시작된다.

이후 그는 러시아 시베리아동굴에서 발견된 인류의 뼈 화석에 들어있는 DNA 염기서열을 분석한 결과, 이 화석의 주인이 4만 년 전 사라진 네안데르탈인(Homo sapiens neanderthalensis)과 데니소바인(mo sapiens denisova) 사이에서 태어난 10대 소녀라는 사실을 2018년 8월 네이처(Nature)에 발표해 과학계의 큰 주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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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안데르탈인인 어머니와 데니소바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소녀의 뼈 화석
네안데르탈인인 어머니와 데니소바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소녀의 뼈 화석 [독일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 제공=연합뉴스]



이전까지만 해도 고대인의 뼛속에 들어있는 유전자를 분석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파보 박사팀이 개발한 유전체 분석 방식은 고대인의 이동 경로나 인류의 기원 등에 대한 고고학적인 접근을 가능하게 하는 시발점이 됐다.

과거엔 과학자들조차 현생 인류와 멸종 인류가 완전히 다른 종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진화인류학 등이 발전하면서 그동안 지구상에 출현했다가 사라진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 sapiens) 사이에 서로 성적인 접촉이 있을 수 있다는 가설이 제시됐다. 이는 이들의 생존 시기가 일부 겹치기 때문이다.

페보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의 유전자 분석 결과는 이런 가설이 실제였을 수 있음을 확인시켰다.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 사이에 13세가량의 혼혈아가 탄생한 점으로 미뤄 고대 인종 간 교배(짝짓기)가 있었다는 게 연구팀의 추론이다.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은 약 39만 년 전 갈라졌는데, 이들 사이에 종간 교배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됐으나 이것이 DNA 분석으로 확인된 것은 페보 박사의 연구가 처음이었다. 이들은 호모 사피엔스와 일정 기간 공존하다가 멸종한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팀은 또 미토콘드리아 DNA 분석으로 이 혼혈아가 데니소바 동굴에 살았던 네안데르탈인들보다 당시 서유럽에 거주했던 네안데르탈인과 유전적으로 더 가깝다는 사실을 규명하고, 네안데르탈인들이 유라시아 서부와 동부 지역을 오갔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보통 자녀의 미토콘드리아 DNA는 전부 엄마의 난자로부터 물려받기 때문에 이 DNA를 추적하면 인류의 기원이나 이동 경로 등을 알 수 있다.

특히 페보 박사는 이 연구를 통해 현대 유럽인의 1∼2%가 네안데르탈인 유전자를 가지고 있고, 아시아인의 경우 1∼6%가 데니소바인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연합뉴스

노벨 생리의학상에 '인류 진화 연구' 스반테 페보 수상
(라이프치히 AP=연합뉴스) 게놈(유전체) 연구를 통해 인류의 진화에 관한 비밀을 밝혀낸 스웨덴 출신 스반테 페보가 3일(현지시간) 2022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사진은 2010년 4월 27일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두개골을 들고 포즈를 취하는 페보의 모습. [자료사진] 2022.10.03 ddy04002@yna.co.kr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진단검사의학과 제갈동욱 교수는 "페보 박사는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 등 멸종 인류에 대한 유전체 비교 분석을 통해 현생 인류 탄생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다"면서 "이런 고생물학이 의미를 가지는 건 멸종한 인류에 대한 연구를 통해 앞으로 인류가 진화할 방향에 대한 단서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페보 박사의 유전체 연구 방식은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빛을 발했다.

그는 코로나19 감염 환자 중 왜 일부에서만 더 심각한 증상이 나타나는지를 보려고 각 환자의 유전체를 비교 분석한 결과, 인간 게놈의 0.002%에 해당하는 부위가 증상 발현 차이의 핵심이라는 사실을 규명했다.

박웅양 삼성서울병원 유전체연구소장은 "페보 박사는 고생물학에 활용된 연구방식을 현재의 질병 연구에도 응용함으로써 사람마다 코로나19 감염의 양상이 다른 이유가 고대 네안데르탈인에서부터 유래했음을 밝혔다"면서 "이는 향후 인간 진화 생물학에 대한 새로운 통찰력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bi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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