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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법원의 '보수 본능'...소수인종 우대, 성소수자 보호도 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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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 휴정기 끝내고 10월부터 심리 재개
사회적 파장 큰 민감한 소송 줄줄이 대기
보수 대법관이 수적 우세...보수 일색 판결 내려질 듯
한국일보

6월 28일 미 미시시피주 잭슨의 주 의사당 앞에서 임신중지 권리 지지자들이 미국 연방대법원의 임신중지 권리 폐기 판결에 항의하며 시위하고 있다. 대법원 판결과 동시에 자동으로 임신중지를 불법화하는 '트리거 조항'이 적용되는 미시시피주의 린 피치 법무 장관은 산모의 생명이 위험하거나 강간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임신중지를 금지했다. 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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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30일부터 휴회에 들어갔던 미국 연방 대법원이 이번 주 심리를 재개하면서, '임신중지 권리 폐기' 같은 사회적으로 파장이 큰 보수적 판결이 무더기로 내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재 미 대법원에는 소수인종 우대, 성소수자 차별금지처럼 좌우의 찬반이 극심히 갈리는 민감한 소송이 다수 계류돼 있다.

이달 31일 미 대학의 소수인종 배려 정책 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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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워싱턴에 있는 대법원의 모습.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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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대법원의 심리 중 현재 가장 이목이 집중된 건 이달 31일 열릴 미 하버드대와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의 소수인종 배려 정책의 불합리성을 따지는 소송이다.

앞서 백인 학생인 바바라 그루터는 2003년 미시간대가 소수인종 우대를 이유로 흑인과 히스패닉 등에게 더 많은 입학 기회를 주면서 자신을 불합격시켰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2016년 “인종적 다양성을 고려한 적극적 평등 조치”라며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미국 버지니아주의 시민단체인 ‘공정한 입학을 바라는 학생들(SFA)’이 2014년 하버드대와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를 상대로 소수인종 배려 정책에 대한 소송을 제기하면서, 이 문제는 다시 한번 대법원의 판단을 받게 됐다.

현지 언론은 비슷한 사건에 대해 대법원의 판단이 뒤바뀔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전임 정부인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대법관 수가 보수 우위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미 조지타운대 법학대학원의 이르브 건스테인 대법원 연구소 사무총장은 “보수 대 진보 대법관 숫자가 6대 3인 대법원의 구도대로 판결이 나올 것”이라며 “미국 대학에서 40년간 이어져 온 소수인종 배려 정책이 폐기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콜로라도주의 성소수자 차별금지법도 판결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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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연방대법원의 보수적 판결을 이끌고 있는 6명의 대법관들(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캐버노, 고서치, 배럿, 로버츠, 토마스, 알리토). 연방대법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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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4일에는 대법원이 앨라배마주의 선거구 획정 문제를 심리한다. 올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앨라배마주가 주민 27%에 달하는 흑인들을 사실상 한 선거구로 묶으려 하자, 대법원이 흑인들의 선거권이 제약됐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시민단체 등에서는 "자의적인 선거구 조정으로, 소수자를 차별해선 안 된다는 투표권의 핵심 조항을 앨라배마주가 침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보수적인 대법원이 이에 대해서도 앨라배마주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크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망했다.

이 밖에 기독교 웹디자이너인 로리 스미스가 2016년 콜로라도주의 차별금지법에 제기한 소송도 조만간 대법원에서 심리가 이뤄질 예정이다. 스미스는 웹사이트를 제작하면서 "종교적 신념에 따라 동성결혼을 배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해 차별금지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NYT는 “스미스는 헌법에 보장된 언론의 자유를 근거로 무죄를 주장한다”며 “대법원이 이를 용인하면 동성애자의 권리가 대폭 축소되는 사태를 맞을 것”이라고 전했다.

사법부 신뢰도, 역대 최저 기록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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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현지시간) 미 워싱턴에 있는 대법원 앞에서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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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법원이 보수 일색의 판결을 내리거나 앞으로도 내릴 것으로 전망되면서 사법부에 대한 미국인들의 신뢰도 곤두박질치는 중이다. 미국 CNN방송은 이날 갤럽이 이달 1~16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해 사법부에 대한 신뢰도를 묻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47%만 “그렇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갤럽의 여론조사에서 사법부의 신뢰도가 50% 이하로 떨어진 건 처음이다. 지난해는 54%, 2020년에는 67%를 각각 기록했으며 2020년(67%)과 비교하면 20%포인트나 낮아진 수준이다. 역대 최저치는 53%(2015년)였다.

줄리언 젤리저 프린스턴대 교수는 정치전문매체 더힐에 "사법부에 대한 신뢰가 광범위하게 줄어들면서 대법원이 중요한 국면에 놓이게 됐다"면서 "향후 특정한 정치적 방향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이는 결정이 계속될 경우 대법원 개혁에 대한 요구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우 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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