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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단독] ‘내돈안산’ 리뷰 조작단…“보름이면 상품랭킹 상위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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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리뷰 조작단] 기획

‘리뷰 건당 3500원’ 기업형 광고실행사 기승

업체 엑셀 파일엔 쿠팡 리뷰 조작 현황 담겨


한겨레

쿠팡 등 온라인 플랫폼에서 돈을 받고 상품 리뷰를 작성해주는 기업형 리뷰 조작 사건들이 성행해 소비자 피해가 우려된다.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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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 랭킹’ 100위권 밖 오메가3를 ‘탑10’ 상품으로 만드는 데 보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리뷰 알바’ 수백명에게 상품을 구매시킨 뒤 상품평을 쓰게 하고,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해당 상품 검색량을 높이는 방법으로 차츰 순위를 올렸다. 매뉴얼에 따라 체계적으로 진행된 일종의 플랫폼 여론 조작이었다. 그들에게 판매 랭킹은 의뢰인이 건넨 돈의 액수에 따라 얼마든지 조정할 수 있는 고무줄 같았다.

“‘작업 리뷰’ 달고 트래픽까지 넣으면 1페이지로 올릴 수 있습니다.”

전화기 너머에서 들리는 목소리는 확신에 차 있었다. 그는 자신을 ‘광고 실행사’ ㅈ업체의 김아무개 부장이라고 소개했다. “오메가3 상품 판매량을 올리고 싶다”고 문의하자, 쿠팡에서 검색했을 때 10페이지 밖에 노출되는 상품을 1페이지까지 끌어올리는 데 대략 보름 정도가 필요하다고 했다. ‘단기 속성’으로도 가능하지만, 너무 빨리 순위를 끌어올려 ‘작전’으로 의심받지 않으려면 시간을 두고 작업하는 게 안전하다고 추천했다.

김 부장의 설명은 과장이 아니다. <한겨레>가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입수한 엑셀파일에는 ㅈ업체가 지난 8월29일부터 9월13일까지 약 2주 동안 쿠팡에서 진행한 190건의 리뷰(상품평) 작업 현황이 담겨 있다. ‘6회차’라고 이름 붙은 파일 안에는 리뷰 작업을 진행한 플랫폼명(쿠팡)과 실제 작업을 진행한 날짜, 상품명, 리뷰 작업자 이름, 쿠팡 아이디, 은행 계좌번호 등이 적혀 있다. 플랫폼 입점 업체로부터 리뷰 작업 의뢰가 들어오면, 김 부장이 작업자들에게 상품명과 리뷰 작업 내용 등을 전달해 일사불란하게 리뷰 조작이 이뤄지는 과정이 담긴 문건이다.

작업은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리뷰 의뢰를 받은 상품의 검색·판매량 등 특징을 분석해 하루 최소 10개에서 최대 500개까지 리뷰 작업 개수를 정하고, 순위가 올라오는 결과를 본 뒤 추가 리뷰 작업을 벌이는 방식이다. 김 부장은 자신의 회사가 수백명의 국내 리뷰 작성자를 확보하고 있다며 “이들이 각자 상품을 구매한 뒤 리뷰를 작성해 불법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쿠팡에서 ‘발 지압 받침대' 상품의 리뷰 1개를 작성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약 2만원이다. 리뷰 의뢰인은 상품 구매 비용 1만6000원 안팎과 리뷰 작성료 3500원을 각각 작성자와 업체 쪽에 지급한다. 업체는 리뷰 작성료 3500원 중 2500원은 자신들이 갖고 1000원은 작성자에게 보낸다. 김 부장은 “리뷰 2000건 이상을 구매한 기업들도 많다”고 말했다.

실구매 리뷰 비용이 부담스러우면, 의뢰인이 리뷰 작성자에게 빈 박스를 보내고 상품평을 다는 편법도 가능했다. 의뢰인 쪽에서는 리뷰 작성자에게 보내야 할 상품 비용을 아낄 수 있다. 하루 1000명씩 해당 상품 페이지에 방문한 것처럼 보이게 하는 트래픽 작업은 20만원짜리 추가 옵션이었다. 댓글 수와 상품 검색 빈도수, 판매량 등이 함께 늘어야 판매 랭킹이 올라가는 알고리즘을 노린 전략이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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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에 번진 제로섬 게임, 리뷰 조작


취재 과정에서 만난 ‘광고 실행사’들은 대부분 플랫폼에서 리뷰 조작이 이뤄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내비게이션 전문이라고 소개하거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특화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업체도 있었다. 판매 순위와 상품평을 보고 상품 구매를 결정하는 플랫폼 경제에서 이런 ‘플랫폼 여론 조작’은 이미 산업 곳곳에 퍼져 있었다.

김 부장은 “쿠팡, 네이버, 올리브영, 무신사 같은 곳에서 물건을 판매할 때 대기업들도 모두 작업을 하고 시작한다. 순수하게 자발적인 리뷰로만 장사하는 곳은 없다”고 말했다. ㅈ업체는 누리집에, 지난 6년간 업무를 의뢰한 고객사가 2300여곳에 이르고, 고객사 1곳당 평균 1500만원의 매출이 상승했다고 홍보했다. 케이티(KT), 에스케이(SK)플래닛, 넷마블, 하이마트 등 300개 이상 업체와 제휴를 맺고 있다고도 밝혔다. 취업포털에 등록된 ㅈ업체의 한해 매출은 89억원이다. 이 업체는 최근 한 중앙일간지가 주관한 브랜드 만족도 조사에서 광고대행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온라인에는 비슷한 일을 하는 ‘광고 실행사’가 넘쳐난다. 온라인 비즈니스 정보 공유 누리집 ‘셀클럽’ 게시판에 댓글 광고를 문의한 지 10분여 만에 카카오톡으로 여러 견적서들이 날아왔다. 이커머스 상품 리뷰 1개에 4000원, 인스타그램이나 블로그 상품평은 개당 5만원, 맘카페 바이럴 홍보는 10만원 안팎의 단가가 형성돼 있었다. 당근마켓 타임라인 중간에 올라오는 동네상점 광고 글에서 단골맺기는 1500원, 후기 작성은 건당 5000원의 가격이 제시됐다. 구글 지도나 내비게이션 등에서 주변 음식점을 검색할 때 노출되는 상점 리뷰와 별점도 건당 5000원에 작업이 가능했다. 상품 리뷰 기준 최소 30개부터 의뢰가 가능하고, 대량 작업일 때는 할인도 가능했다.

광고 실행사들은 ‘상품 랭킹을 높이려면 슬롯을 사용한 트래픽 작업도 필수’라고 권했다. ‘슬롯’이란 특정 상품의 검색량 트래픽을 높이기 위해 사용하는 매크로 프로그램의 일종이다. 1슬롯당 유효 검색량으로 잡히는 트래픽이 100이 되는 것을 기준으로 5만원 안팎이 들어간다.

쿠팡 등 일부 플랫폼 기업이 리뷰 조작을 사실상 방치하거나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네이버는 과거 ‘드루킹 뉴스 댓글 조작’ 사건 등 논란을 겪은 뒤 비정상적으로 몰리는 트래픽과 댓글을 점검하고 있지만, 쿠팡은 트래픽과 조작 리뷰를 걸러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쿠팡은 이에 대해 “자체 ‘상품평 운영 정책’을 통해 목적에 맞게 작성된 게시물만 노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쿠팡의 자체 브랜드(PB) 상품 리뷰 조작 의혹을 제기한 권호현 변호사(법률사무소 현명)는 “쿠팡이 광고실행사나 댓글 의뢰자를 적발해 영업방해 혐의로 고발하거나 강력한 억제책을 내놓을 수 있다. 하지만 쿠팡 입장에선 댓글을 통한 이용자 유입과 상품 판매 수수료 이득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고, 자신들이 직접 자사 브랜드 상품에 우호적인 댓글을 달았다는 의혹을 받는 상황에서 입점 업체까지 단속할 명분이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민 의원은 “가짜 상품평은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다. 중소 상인들은 쓰지 않아도 되는 돈을 쓰는 제로섬 게임 상황에 놓이게 돼 중소상인 전체에 큰 부담이 된다”고 지적했다.

옥기원 기자 ok@hani.co.kr 정인선 기자 r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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