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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이달 월급 나오긴 하는지…" 포스코 하청업체·협력사 직원들 긴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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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제철소 태풍 피해 복구 한창
본사 "늦어도 연말까지는 복구"
현장선 "3개월내 정상화 어려워"
하청업체 물량도 2~3개월내 소진
지역 경기 타격…정부 지원 시급


"당장 다음달부터 월급이 얼마나 줄어 나올지, 월급이 나오긴 하는건지 아는 바가 없어서 불안하다." (포스코 사내 하청 근로자 A씨)

"지금은 평소 물량의 30% 정도 하고 있는데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

(포스코 협력업체 대표)

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역대 최악의 태풍 '힌남노' 피해를 입은 포스코 포항제철소 현장은 복구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포스코 본사는 침수 피해 복구에 3개월이 걸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현장에서 체감하는 상황은 훨씬 심각하다. 특히 포스코 하청 기업이나 1·2차 협력사, 포스코에서 원자재를 납품 받아 제조하는 중소기업 등 아래로 내려갈수록 피해는 더 치명적이다.

■현장에선 "3개월 내 복구 힘들 것"

포스코 하청 근로자 A씨는 지난 달 태풍 이후 거의 한달 째 밀려 온 토사를 파내고 치우는 일을 하고 있다. 본래 그의 업무는 포항제철소 내 유틸리티 설비 관리였다.

A씨는 "포스코 본사나 언론에서 말하는 복구 완료 기한은 현장에 투입된 모든 인원이 밤새 24시간 일하면 가능할지 모르겠다"면서 "현장 상황은 그야말로 막막하다. 진흙을 파고, 설비를 씻고, 폐기물을 치우는 일을 반복하고 있는데 언제까지 이렇게 해야 하는지, 월급은 어떻게 나오는지 아무것도 모른다"고 토로했다.

포항 지역 경기가 얼어붙을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원칙적으로 포스코 하청은 공장이 가동되지 않을 때는 원청으로부터 돈을 받지 못한다. 현재 하청 근로자들은 모두 복구 작업에 투입된 상태다. 제철소 특성 상 3교대로 쉼 없이 돌아가던 작업을 현재는 날이 밝은 시간에만 공장을 정상화하는 데 쓰고 있다.

A씨는 "업무마다, 상황마다 조금 다르겠지만 야간 근무가 없으면 월급이 적어도 80만원에서 크게는 100만원 이상 차이날 것"이라면서 "그나마 포스코 본사는 임금 협상이 끝났는데 우리 같은 하청 업체, 외주사는 아직 협상도 안 했다"고 걱정했다. 그러면서 "당장 이달부터 월급이 정상적으로 나오기는 하는지 전해들은 바가 전혀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포스코 협력업체들의 상황도 심각하긴 마찬가지다.

포스코에서 생산되는 제품의 운송을 담당하는 협력업체 B대표는 "현재 평소의 30% 정도 물량만 소화하고 있다"면서 "본사에서는 3개월, 올해 말이면 다 복구한다는데 사실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나마 미리 생산해 보관해 놓은 제품이 있기 때문에 일거리가 완전히 떨어지진 않은 상황이다. B대표는 "길게 봐도 2~3개월이면 물량이 다 소진될 것"이라면서 "아직까지 직원을 줄이거나 하진 않았는데 상황을 지켜보며 버티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게 없다"고 말했다.

■신속하고 폭넓은 정부 지원 필요

앞서 한국은행 포항본부는 포스코 생산공정 정상화 지연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에 금융지원을 확대한다고 밝혔으나 B대표의 회사는 해당되지 않는다. 지원 대상은 포스코 포항제철소 설비 침수로 간접적인 피해를 입은 1차 협력업체까지인데, B씨 회사는 2차 협력사이기 때문이다.

B대표는 "그래도 언젠간 공장이 다시 돌아갈테니 운송만 하는 우리는 상황이 나은 편"이라면서 "더 큰 문제는 중소 규모 제조사일 것"이라고 걱정했다.

실제 포항지역 산업에서 제조업은 39.8%를 차지하고, 제조업 가운데 1차 금속이 출하량 기준으로 84.6%를 차지하는 등 포항에서는 철강산업 비중이 절대적이다.

용접에 필요한 물질 알곤을 생산하는 업체 관계자는 "포스코 내에도 알곤 생산 업체가 있었는데 공장이 가동을 멈추면서 당장은 우리쪽 물건이 잘 팔리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하지만 이건 매우 일시적이고 포스코에서 제품을 받아 가공하는 업체들도 다 용접이 필요하니까 알곤을 많이 쓰는데 그런 중소규모 업체는 곧 마비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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