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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마약과의 전쟁’한다면서···정부, 경찰 마약수사 전담인력 증원 0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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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마약전담 인력 충원 요청 2년 연속 미반영

윤희근 청장 ‘2호 약속’ 마약근절 외쳤으나 인력난

일선 “강남서 마약전담 5명뿐···강력팀 동원 한계”

경향신문

마약 투약 혐의를 받는 유명 작곡가겸 사업가인 돈스파이크가 지난달 28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도봉구 서울북부지법에 출두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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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근 경찰청장이 취임 직후 ‘국민체감 2호 약속’으로 마약범죄 근절을 약속하는 등 대대적인 ‘마약과의 전쟁’에 나서겠다고 했지만, 정작 정부는 경찰청의 마약사건 전담 인력 증원 요구를 수용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천준호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마약수사 전담인력 증원 요청 및 반영 현황’ 자료를 살펴보면, 경찰청은 내년도 마약수사 전담인력 82명을 증원 요청했으나 행정안전부와 기획재정부 등 정부 심사 과정에서 확정된 인원은 ‘0명’이었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2020년에는 159명을 요청해 100명이 증원됐고, 2021년에는 297명 요청에 85명이 증원됐다. 2022년과 2023년에는 216명과 82명을 각각 증원 요청했으나 2년 연속 한 명도 증원되지 않았다.

지난 7월 ‘강남 유흥업소 마약 사망사건’에 이어 최근 작곡가 겸 사업가 돈스파이크(45·본명 김민수)가 마약 투약 혐의로 구속되는 등 마약 범죄는 최근 끊이지 않고 있다. 다양해진 유통망으로 10대 청소년까지 마약범죄에 노출되고 있는 실정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올 들어 6월까지 검거된 마약 사범은 5988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7% 늘었다. 이 중 20대와 30대가 전체의 54%를 차지했으며, 올해 1∼8월 검거된 10대 마약사범은 227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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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소속 마약사건 관련 전담 인력 현황. 천준호 의원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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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에서는 현재 마약수사 전담 인력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불만이 나온다. 경찰청과 전국 18개 시·도경찰청, 17개 전국 일선서까지 모두 합쳐 마약 수사 전담 경찰관은 전국에 330여명에 불과하다.

‘경찰청 소속 마약사건 관련 전담 인력 현황’ 자료를 보면 마약수사 기획 및 수사지휘, 국내외 공조수사를 담당하는 경찰청 인력은 6명에 불과했으며, 전국 18개 시·도 경찰청에는 총 246명의 전담 수사 인력이 있었다. 서울 지역 10개, 경기남부 지역 4개, 부산·인천·경기북부 지역 각 1개 등 총 17개 일선경찰서 마약범죄수사팀 소속 경찰관은 85명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한 일선 경찰관은 “클럽이 밀집한 강남을 관할하는 서울 강남경찰서 마약팀 정원이 5명에 불과하다”며 “마약수사팀이 없는 일선에선 강력팀이 마약수사에 동원되는데 이렇게 되면 전체 부서에 업무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정원이 확보된 17개 경찰서 마약범죄수사팀 외에 7개서 강력팀 정원 31명도 마약 관련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클럽, 외국인 마약사범 등 현장 112신고 접수 시 신속 대응이 가능하도록 1급지 경찰서 위주로 매년 필요한 인력을 요청하고 있으나 행안부 심사에서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지난 6월 대국민 브리핑에서 “경찰의 임무역량 강화를 위해 제시된 적정인력 확충, 처우개선, 수사심사관 운영개선 등은 경찰청·기재부·인사처 등과 협의해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의 공무원 감축 기조와 맞물려 ‘공수표’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천준호 의원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수사 인력을 단 1명도 증원하지 않은 것은 경찰을 총칼 없이 전쟁터에 내몬 격”이며 “이상민 장관이 적정 수사 인력 확충에 전혀 역할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청은 마약수사 인력 부족 문제와 관련해 “지난 8월부터 오는 12월까지 마약류 범죄 집중단속을 벌이고 있다”며 “형사 및 생활질서기능(112) 등을 포함한 범수사부서 인력 1만4100여명을 투입해 수사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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