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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세계는 에너지 확보 전쟁인데…해외탄광 매각 열올리는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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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너지대란 후폭풍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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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여파 등으로 에너지 불안이 해소되지 않는 가운데 국내 발전사들의 연료비 조달 부담이 급증하고 있다.

난방 수요가 많은 겨울철을 앞두고 친환경 위주 에너지 정책을 펼쳐왔던 유럽 국가들이 위기 상황이 닥치자 석탄발전을 재개하면서 석탄(유연탄) 가격이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전력 산하 발전공기업 5개사가 올 하반기 유연탄 구입에 들이는 비용만 10조원을 웃돌 전망이다.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급증하며 각국이 유연탄 확보전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보유한 해외 유연탄 광산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탈석탄을 강조한 전임 정부의 매각 결정에 따른 것이다. 전문가들은 친환경으로 전환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대세지만 위기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안전판은 꼭 필요하다며 매각 결정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3일 한국남동발전 한국중부발전 한국서부발전 한국남부발전 한국동서발전 등 발전공기업 5개사에 따르면 이들 기업은 올 하반기 유연탄 구입비로 총 10조1640억원을 배정했다. 작년 하반기(6조2140억원)에 비해 63.5% 증가한 규모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국제 유연탄 가격이 오르기 시작한 올 상반기(7조9304억원)와 비교해도 30%가량 늘었다.

통상 발전공기업들은 연초에 한 해 예상 연료비를 책정한다. 올 들어 하반기 유연탄 가격 급등과 함께 예상 연료비를 계속 상향 조정하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유연탄 가격은 t당 414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작년 동기(188달러) 대비 120% 상승한 것이다. 특히 지난 8월부터는 t당 가격이 줄곧 400달러 선을 웃돌고 있다. 전력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는 겨울철이 다가오면서 에너지 위기가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막무가내 행보를 보이는 러시아의 '자원 무기화' 기조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유럽 국가들은 겨울철 에너지난에 대비하고자 연료비가 가장 비싼 액화천연가스(LNG) 사용을 낮추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석탄발전 가동 확대' 카드를 잇달아 꺼내들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러시아에 대한 가스 의존도가 높은 독일은 석탄발전 가동률을 높이고 있다. 지난 4월 말 기준 독일의 가스발전은 작년 동기 대비 22%(8.3TWh) 줄어든 반면 같은 기간 석탄발전은 15%(8.5TWh) 증가했다. 독일은 올겨울까지 매달 최소 유연탄 10만t을 소비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독일 정부는 에너지 기업에 재정 지원을 할 수 있도록 관련 법도 개정했다.

프랑스도 올겨울에 석탄발전을 다시 가동할 방침이다. 프랑스는 원자력발전이 유럽 국가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나라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으로 일부 원자로에 대한 유지·보수가 지연되고 폭염·가뭄 영향 등으로 제때 가동하지 못하면서 원전 가동은 3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이에 프랑스는 올해 에너지 순수출국에서 순수입국으로 전락할 위기에 놓여 있다. 결국 프랑스 정부는 석탄발전 가동률을 높여 에너지 위기에 대처한다는 전략을 내놨다. 또 자국 원전기업인 전력공사(EDF)를 국유화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영국도 수개월 동안 중단한 노후 석탄발전 가동을 재개하기로 했다. 특히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시장에서 앞서가던 영국의 이번 결정은 에너지 위기에 대한 우려가 크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또 2030년까지 신규 원전 8기를 건설한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네덜란드는 석탄발전 가동 상한선(전체 생산량의 35%)을 없애는 방식으로 가스 수요를 절감할 방침이다. 신규 에너지 발굴을 위한 탐사·생산 절차 과정도 단축하기로 했다.

한국 정부도 올겨울 가스 수급 차질에 대비해 석탄발전 가동을 확대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실제 산업부와 환경부는 미세먼지 감축을 위해 석탄발전 가동을 제한하는 '미세먼지 계절관리제'에 대한 완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처럼 석탄발전 가동이 늘면 수요 증가로 유연탄 가격 역시 올겨울 내내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특히 유연탄 가격이 오르는 것은 피할 수 없어도 유연탄을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는 길은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때문에 정부가 보유한 해외 광산을 활용하자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국광해광업공단은 포스코인터내셔널과 함께 호주 뉴사우스웨일스(NSW)주에 소재한 나라브리 광산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유연탄 매장량은 1억6900만t 규모로 연간 600만t을 생산할 수 있다. 지분율은 호주가 77.5%로 가장 많고 한국·일본·중국이 7.5%씩이다. 또 호주 와이옹 광산(유연탄)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광해광업공단은 현재 두 광산에 대한 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 전임 문재인 정부에서 해외 자원개발을 적폐로 규정하고 보유 중인 해외 광산을 모두 매각하기로 정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발전사 고위 관계자는 "(공단이 보유한) 호주 광산은 고품질 유연탄을 생산하는 '알짜 광산'임에도 '탈석탄' 기조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매각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한국이 보유한 지분은 기존 주주(일본·중국 등)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며 "그만큼 다른 나라에 비해 자원안보가 약해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송광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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