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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박찬호의 패기와 로망은 없나… 유인구만 보인다, 저지 AL 신기록 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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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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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훗날 약물의 도움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 의미는 크게 퇴색됐지만, 2001년 배리 본즈(당시 샌프란시스코)의 홈런 레이스는 대단했다. 홈런도 치면서, 선구안도 좋았다. 약점이 없는 괴물 같았다.

1998년 마크 맥과이어가 기록한 메이저리그 당시 단일시즌 최다 홈런(70개)에 가까워지자 투수들은 좀처럼 정면승부를 하지 않았다. 어쩌면 감히 정면승부를 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유인구를 던지면 골라내고, 스트라이크존에 던지면 벼락같은 스윙이 나왔다. 평생 본즈의 영광에 같이 따라다닐 피홈런 투수의 불명예를 피하고 싶은 심정도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본즈는 70개에 가까워질수록 고의4구가 많아졌다. 본즈는 당시 무려 177개의 볼넷을 골랐고, 이중 35개가 고의4구였다. 실제 많은 투수들이 고의든, 혹은 신중하든 본즈와 승부를 피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본즈에 정면승부를 한 투수들도 분명 적지 않았다. 박찬호가 대표적인 선수였다.

당시 LA 다저스 소속으로 본즈와 자주 만났던 박찬호는 본즈에게 71호 홈런과 72호 홈런을 모두 허용한 ‘역사적인’ 투수가 됐다. 71호 홈런은 유리한 카운트에서 바깥쪽 패스트볼로 정면 승부를 하다 메이저리그 신기록을 장식하는 홈런을 허용했다. 이어진 타석에서는 1B-1S 카운트에서 역시 높은 쪽 패스트볼을 던졌으나 본즈는 이 또한 홈런으로 연결했다. 본즈는 2001년 73개의 홈런으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여전히 이 기록을 깬 선수는 없다.

올해 아메리칸리그 단일시즌 최다 홈런(61개) 및 뉴욕 양키스 프랜차이즈 최다 홈런을 기록한 애런 저지(31뉴욕 양키스) 또한 상대 투수들의 집중 견제에 홈런 페이스가 최근 주춤하다. 사실 6월부터 8월까지는 양상이 조금 달랐다. 저지를 상대로 스트라이크를 던지는 투수들이 많았고, 실제 저지의 스트라이크 비율은 6월 이후 8월까지 계속 올랐다. 하지만 60호 홈런 조준을 기준으로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

철저히 유인구 패턴을 쓰는 배터리가 많아졌다. 특히 주자 상황에 여유가 있다면 굳이 모험을 하지 않는다. 스트라이크존 바깥쪽으로 떨어지는 유인구를 던지고, 골라내면 고르고 치려면 치려는 식이다. 홈런이 잘 나오지 않는 코스로 던진다. 실제 저지는 9월 이후 26경기에서 무려 32개의 볼넷을 기록했다.

60호 홈런이 나온 이후 투수들은 저지를 상대로 스트라이크존 바깥으로 나가는 공을 더 많이 던졌다. 이 비율은 66.8%에 이를 정도다. 특정 기간이기는 하지만 이처럼 투수들이 승부를 피하는 일은 보기 드물다. 어쨌든 볼을 쳐서 홈런을 만들기는 쉽지 않다. 계속되는 유인구 승부에 저지도 조금은 답답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 기간 출루율은 0.556으로 굉장히 좋지만, 타율은 0.259로 많이 떨어졌다.

3일(한국시간) 볼티모어와 경기에서도 철저한 바깥쪽 슬라이더 승부에 고전했고, 그러다보니 전체적인 자신의 타격 타이밍이 늦는 모습이었다. 한가운데 슬라이더나 높은 쪽 패스트볼 등 홈런을 노려볼 수 있는 공이 몇 개 있었지만 타이밍이 늦어 파울이 되거나 헛스윙이 나왔다. 저지 또한 인생에 단 한 번밖에 없을 기회일 수도 있다. 사람인 이상 마음이 조급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볼티모어 홈 3연전에서 홈런을 추가하지 못한 저지는 이제 4일부터 시작되는 텍사스 4연전(더블헤더 포함)에서 신기록 달성을 노린다. 텍사스 또한 호기롭게 정면승부를 할 리는 없다. 저지가 견제를 이겨내고 역사에 남을 만한 시즌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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