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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네이버 직원 일할맛 나겠네…로봇이 햄버거 배달하고 택배 찾아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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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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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본사 그린팩토리 바로 옆 제2신사옥에서는 매일 오후 3~4시 '루키'로 불리는 배달 로봇 수십 대가 가장 분주하게 움직인다. 직원들이 모바일로 시킨 주문이 몰려서다. 루키는 몸통에 택배, 음료, 음식 등을 싣고 로봇 전용 엘리베이터(로보포트)를 타고 7층부터 27층까지 활보하며 직원들 자리로 택배 등을 전달한다. 네이버 관계자는 "지난여름 시작한 도시락 배달 서비스에선 햄버거 주문량이 가장 많다"며 "로봇이 일상에 녹아들고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가 로봇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네이버는 올해 제2사옥을 로봇 친화형 건물로 완공한 뒤 그간 연구개발해온 로봇들을 사내 곳곳에 배치하고 있다. 네이버에 로봇이 전면에 등장한 것은 회사가 2017년 로봇 개발 계열사인 네이버랩스를 설립한 지 5년 만이다. 3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네이버가 지난 7월부터 제2사옥에 투입한 루키의 배달 건수는 2000건을 넘어섰다. 단순 계산하면 루키는 매일 평균 40여 건의 각종 배달 서비스를 소화하고 있는 셈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루키 사용 횟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루키는 네이버 사옥에 데뷔한 첫 로봇이다. 네이버는 신사옥에서 최대 100대의 루키를 비롯해 여러 로봇을 동시에 운영하고 학습시키기 위해 국내 기업 최초로 5G(5세대) 이동통신 특화망을 구축하고, 로봇의 눈과 두뇌 기능을 모두 클라우드에 올렸다. 그 결과 로봇을 상황에 맞게 원격조종하거나 개선이 가능하고, 다양한 역할을 맡길 수 있다. 루키가 낮에는 배달을 하지만, 밤에는 경비를 설 수 있다는 얘기다.

양팔 로봇 개발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네이버의 양팔 로봇 '앰비덱스'의 강점은 사람의 팔처럼 가볍다는 점이다. 같은 짐을 들 경우 네이버랩스의 로봇팔 무게는 3.5~5㎏ 수준인데 다른 회사의 로봇팔은 3배 이상 무겁다. 앰비덱스는 복잡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사람의 운동지능도 학습하고 있다. 내년에 루키처럼 사내 테스트를 할 예정이다. 앰비덱스가 기술력과 범용성 등을 모두 확보하면 물류센터에서 많은 시간과 노동력이 투입되는 패키징(포장) 작업 등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네이버는 드로잉 로봇(아르토원)도 선보였다. 아르토원은 태블릿용 펜슬을 잡고 사람처럼 힘과 속도, 각도 등을 조절하며 미끄러운 액정 표면에 그림을 그려낸다. 클라우드에 수천 개의 드로잉 기술을 저장하고 계속 학습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네이버랩스는 네이버랩스유럽과 함께 로봇의 끝판왕인 지능 개발에도 뛰어들었다. 네이버랩스유럽은 네이버가 유럽 연구 거점을 마련하기 위해 2017년 제록스리서치센터유럽을 인수해 만든 AI연구소다. 김인혁 네이버랩스 책임리더는 "컴퓨터 비전, 자연어처리 등 세계 최고 수준의 네이버랩스유럽 연구자들이 로봇 전용 AI를 새롭게 개발하고 있다"며 "로봇이 일상에서 유용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인지·판단 능력을 어떻게 구현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5년 내 의미 있는 가능성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구글이 개발 중인 로봇과 비슷하다. 구글 모기업 알파벳에서 독립한 로봇 개발 기업인 '에브리데이 로봇'은 지난 8월 AI 기술을 활용해 로봇이 사람의 말에서 의도를 파악하고 행동하는 기술을 선보였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마시던 음료수를 엎질렀다"고 말하면 로봇이 빈 병을 버리고 여러 가지 청소 도구 중에 물수건을 선택해 가져다주는 식이다.

네이버랩스는 실제 공간을 삼차원으로 정밀하게 복제하는 디지털트윈 데이터 제작에 필요한 매핑 로봇(M2)과 근력증강 웨어러블 로봇 기술을 적용한 에어카트 등도 내놨다.

인구 감소, 비대면 수요 증가 등으로 로봇 시장성은 밝지만 수익화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네이버는 네이버랩스의 로봇 연구개발에 수백억 원을 투입해왔다. 현재 네이버랩스가 포함된 미래기술·연구개발 부문은 수년째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제2사옥을 활용한 로봇 실험에서 개발·검증한 솔루션을 클라우드를 통해 본격적으로 상품화하면 실적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는 게 네이버의 구상이다.

김 책임리더는 "앞으로 인터넷 세상과 물리적 환경을 연결하는 매개체는 로봇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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