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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열정부자 팀장과 마이웨이 팀원…'업무궁합'도 MBTI처럼 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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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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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팀은 팀원들이 회의 때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내고 화기애애한데 왜 성과가 잘 나지 않을까?"

이 질문의 답은 직원들의 업무 성향 데이터에서 찾을 수 있다. 인사관리(HR) 테크 스타트업 아이티앤베이직이 개발한 심오피스는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직원들의 업무 성향을 분석하는 솔루션이다. 심오피스에 따르면 이 팀은 주변 사람을 잘 도와주는 '친절' 성향의 직원들이 많은 반면 목표 중심적으로 성취하려는 '성과'와 자기 주장이 강하며 거침없이 도전하는 '주도' 성향을 지닌 인재가 부족했다.

지난해 8월 출시된 심오피스를 현재 유료로 이용하고 있는 국내 기업은 165개사에 달한다. 포스코, 우리은행, SK텔레콤, 카카오 등 국내 기업들이 심오피스를 활용해 워크숍 등을 진행했다. 최근에는 국내 최대 인터넷 기업 네이버도 전사 도입을 결정했다. 매일경제 디지털테크부 소속 기자들이 개인 업무 성향과 팀의 특징을 진단받기 위해 심오피스를 사용해봤다.

심오피스는 '함께'의 뜻을 가진 심포니(Symphony)와 회사(Office)를 합쳐 만든 단어다. 업무 성향이 서로 다른 직원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회사'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심오피스는 개인의 업무 성향을 9가지로 유형화했다. 행동형인 △규칙 △주도 △성과, 협력형인 △친절 △안전 △평화, 독립형에 해당하는 △창조 △연구 △긍정 등이다.

스마트폰이나 PC에서 '나는 새로 입사한 직원이 어색해할까 봐 친절하게 먼저 말을 걸어주는 편이다' '나는 출장을 갈 때 짐이 많은 편이다' 등 업무 스타일과 관련된 총 90개 문항에 답하면 가장 도드라지는 업무 성향 1·2순위를 도출해낸다. 설문에 답하는 데 10~15분이 걸리고, 검사 결과는 1초 만에 나온다.

9가지 업무 성향별로 점수가 붙는다. 30점 이하는 낮음, 30~40점은 보통, 40점 이상이면 높음을 의미한다. 박정아 아이티앤베이직 교육연구소장은 "점수는 해당 업무 성향이 얼마나 강한지를 보여준다"며 "점수가 높다고 좋거나, 낮다고 해서 나쁜 것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디지털테크부 소속 20대 A기자는 1순위 업무 성향이 지식을 얻고 관찰하며 분석하는 것을 선호하는 '연구'이며 45점에 달한다. 2순위는 새로운 경험과 재미, 즐거움을 추구하는 '긍정'으로 39점이다. 박 소장은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박학다식, 호기심 천국, 마이웨이에 해당한다"며 "일단 그 일에 자신이 재미와 흥미를 느껴야 몰입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같은 부서의 30대 B기자는 1순위 '성과' 점수가 42점, 2순위 '친절' 점수가 40점으로 둘 다 평균 이상으로 높다. 박 소장은 "B기자는 나의 가치는 내가 하는 일에 달려 있다고 여기며 어떻게 하면 많은 일을 동시다발적으로 빨리 해서 다양한 성과를 낼 수 있을지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고 진단했다.

A기자는 자율·독립성을 추구하고 자유분방한 사고를 갖고 있지만, B기자는 효율과 속도를 강조하며 업무의 성과에 많은 의미를 두고 일을 추진한다. 이 둘은 MZ세대로 묶이지만 '업무 캐릭터'가 완전히 다르고, 개성도 강하다.

이에 비해 40대 C기자는 1순위가 '친절'(33점), 2순위가 '연구'(31점)인데 보통 구간에 해당하는 30점대다. 다른 업무 성향에서도 점수의 굴곡이 거의 없다. 박 소장은 "9가지 사회적 스킬을 골고루 잘 쓰는 사람"이라며 "조직에서 균형 잡힌 사람으로 통할 것"이라고 말했다. 팀원에게 지식이나 기술 등 도움을 주기 좋아하는, 츤데레(겉으론 차가워 보이지만 속마음은 따뜻한 사람)보다 더한 '츤츤츤데레'이기도 하다. 심오피스의 강점은 진단 결과를 바탕으로 소통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준다는 점이다. 개인 업무 성향에 맞는 소통법이 따로 있다. A기자에 대해서는 다양한 경험을 존중하고, 적당한 선을 지키면서 대화해야 한다. B기자와 이야기할 땐 사적인 이야기보다 생산적인 대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C기자에겐 업무 일정 등 약속을 꼭 지키며 고마움의 표현을 적극적으로 하면 좋다. 박 소장은 "팀원들의 업무 성향을 잘 알면 소통의 양과 질이 달라진다"며 "상대의 의견을 수용하기 수월해지기 때문에 일하는 방식도 바뀐다"고 말했다.

개인 업무 성향을 토대로 팀도 분석할 수 있다. 디지털테크부는 총 10명의 기자 중 절반의 1순위 업무 성향이 '연구'에 쏠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과'가 2명으로 두 번째로 많았고, '친절' '안전' '긍정'이 각각 1명씩 있었다. 1순위 업무 성향만 볼 때 원리·원칙과 완벽함을 추구하는 '규칙'과 '주도', 높은 감수성으로 특별한 것을 만들어내려는 '창조', 안정적인 삶을 추구하는 '평화' 성향의 팀원이 없다.

박 소장은 "디지털테크부는 협업보다 혼자 일할 때 몰입도가 높아지는 인재들이 많아 '따로 또 같이'를 선호하는 조합"이라며 "서로 두루두루 잘 지내지만 관계가 지나치게 깊어지면 객관적 관찰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해 약간의 거리를 두는 방식을 취하는 경향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정서적 소통보다 업무적·창의적 소통의 비중이 높다. 불만이 생길 때 갈등을 만들고 싶지 않아서 묵인하는 경향도 있다.

가장 이상적인 팀은 1순위 업무 성향에서 9가지 유형의 팀원을 모두 갖춘 경우다. 그러나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다고 디지털테크부에서 지금 부재한 업무 성향을 가진 인재를 외부에서 충원하는 것도 쉽지 않다.

이에 대해 박 소장은 "가장 현실적인 해법은 기존 팀원들이 35점 이상인 성향을 끄집어내서 부족한 부분을 메우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실제 친밀한 교류와 협업을 통해 함께 성과를 내는 데 능한 '친절'이 35점 이상인 팀원은 5명이나 되고, '주도'는 5명, '평화'와 '창조'는 각각 3명씩 있다. 즉 최상의 팀을 만들기 위해 A기자는 '창조'(35점), B기자는 '주도'(39점)의 성향을 '사회적 스킬'로 발휘할 수 있도록 노력하면 된다는 얘기다.

박 소장은 "단순 감(感)이 아니라 객관적 데이터를 활용하면 조직 구성원들이 서로 다른 존재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수월해진다"며 "팀원들이 자신의 업무 성향을 공개하고 서로 이를 인정하면 성과를 낼 수 있는 소통이 가능해질 뿐 아니라 친밀함을 넘어 존중하고 신뢰하는 팀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말했다.

[임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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