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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서 수건·생수 갖다주는 로봇···뷔페선 빈 접시 수거 ‘척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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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기업을 뛰게 하자-3부 혁신 현장을 가다]

일상 파고드는 서비스 로봇

좁은 복도서 고객과 충돌 피하고

전파 끊기는 엘리베이터서도 운행

서빙·배송 등 다양한 활용 매력에

글로벌 시장 2년 뒤 175조로 성장

LG전자·KT 등 잇달아 시장 진출

기업간 ‘동맹’으로 시너지 기대도

“지니야. 수건 2개, 생수 2병 가져다줘.”

KT(030200)가 운영하는 노보텔앰배서더서울동대문호텔에서는 프론트데스크로 전화를 거는 대신 인공지능(AI) 스피커를 이용한 주문이 가능하다. 잠시 뒤 벨 소리와 함께 수건과 생수를 가져다 준 것은 직원이 아닌 1m 남짓한 크기의 로봇이었다. KT가 현대로보틱스와 공동 개발한 기가지니 호텔로봇이 그 주인공이다. 객실에 자리 잡은 AI 스피커가 로봇과 연결돼 사람이 할 수밖에 없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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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가지니 호텔로봇은 한 사람 몫을 충분히 해낸다. 호텔 관계자는 “같은 시간대 여러 개의 주문이 들어올 경우 1명 정도 인력은 거들 수 있다”며 “체크인·체크아웃 등 바쁜 시간대에 잡무를 줄여주고 있다”고 전했다. 호텔의 ‘마스코트’로서 마케팅에 도움을 주기도 한다. 이날 로봇과 마주친 승객들은 연신 놀랍다는 반응을 보이며 사진을 찍어대기 바빴다. 어린아이와 호캉스를 즐기러 온 가족들은 로봇과 함께 가족사진을 찍기도 했다. 호텔 관계자는 “크리스마스에는 산타 옷을 로봇에 입혀 무작위로 선물을 발송하는 행사를 열기도 했다”며 “투숙자의 재이용률이 높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 실용성은 물론 호텔 투숙 경험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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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가지니 호텔로봇은 주문이 들어오기 전에는 로비에서 대기하다 주문을 접수한 직원이 물품을 넣어주면 행선지로 이동을 시작한다. 투숙객을 피하는 자율주행이 1차 과제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목적지로 이동하는 것 또한 어려운 일이다. 무선으로 지시를 받는 로봇이 전파가 차단되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움직여야 하는 탓이다. 엘리베이터 내에서 목표하는 층을 정확히 파악해 하차하는 것 또한 로봇에는 큰 과제다.

이날 기가지니 호텔로봇은 좁은 호텔 복도에서 승객을 피해 오가며 급작스럽게 길을 막아도 곧장 제동하는 ‘안전운전’을 자랑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 물품을 전달한 후에는 다시 엘리베이터에 탑승해 20층 로비의 대기석으로 돌아가 자동 충전을 시작했다. 호텔 관계자는 “배송 중인 로봇을 고객이 만지다 로봇이 비상 정지하는 변수 등을 상정하고 수많은 테스트를 거쳐 사고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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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이 미래 산업으로 각광받자 국내 기업들도 로봇 사업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소비자가 효용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서비스로봇 시장도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2019년 310억 달러(약 44조 6700억 원)던 세계 서비스로봇 시장의 규모가 2024년에는 1220억 달러로 5년 사이 네 배 가까이 성장한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과거 생산로봇 위주였던 국내 로봇 시장의 중심축도 서비스로봇으로 옮겨가고 있다. 국제로봇연맹(IFR)에 따르면 2020년 세계 로봇 시장에서 서비스로봇의 비중은 43.5%였지만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의 2020년 로봇 산업 실태조사를 보면 국내 시장에서 서비스로봇의 점유율은 23%에 그쳤다. 하지만 2019년 17.8%에서 1년 사이 점유율이 5.2%포인트 늘어나는 등 성장세가 가파르다. KT 경영연구소는 “글로벌 트렌드보다 국내 서비스로봇의 비중이 낮은 만큼 잠재력이 더욱 높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실제로 최근 식당에서 서빙로봇은 사람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존재가 됐다. 특히 인파가 몰리고 접시를 치울 일이 많은 뷔페는 식당용 서빙로봇이 크게 활약할 수 있는 장소다. 인천국제공항 마니타 라운지도 서빙로봇이 활용되는 곳 중 하나다. 워커힐은 2018년부터 LG전자(066570)와 협업해 로봇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캡슐호텔에 처음 도입했던 로봇은 이제 라운지 뷔페를 돌며 접시를 수거한다. 로봇이 ‘이동 반납 트레이’가 되는 셈이다.

실시간 경기 정보 공유가 필수인 경마장도 서비스로봇의 활용도가 높다. 한국마사회가 운영하는 렛츠런파크서울경마장에서는 지난해 11월부터 LG 클로이 가이드봇이 활약하고 있다. 경마장 지도와 안내를 제공할 뿐 아니라 경기 정보를 소개하는 ‘이동 전광판’ 역할도 한다. 렛츠런파크서울 관계자는 “석달간 시범 운영 후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86%라는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며 “근무자가 곳곳을 돌아다니며 안내하던 일이 줄었고 각종 행사 홍보에 사용할 수 있어 로봇을 추가 도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감염 우려가 큰 병원 또한 서비스로봇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서울대학교병원은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년에 외래진료 전용 공간인 ‘대한외래’에 LG 클로이 서브봇을 도입했다. 의료진이 전달했던 처방약·진단시약·혈액검체·의료용품·서류 등을 로봇이 대신 배송하는 것이다. 의료진의 편의 개선뿐 아니라 비대면 배송으로 코로나19 감염 우려를 줄일 수 있어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검체 등 운반이 필요한 물품 배송을 직원들이 수행하면서 환자에 대한 집중도가 낮아질 가능성도 있지만 로봇 도입으로 단순 반복 업무가 줄어 내원객과 직원의 만족도가 높아졌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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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도 서비스로봇 생산에 속도를 내고 있다. LG전자는 2017년 인천국제공항에 LG 클로이 가이드봇 도입을 시작으로 서브봇·바리스타봇·셰프봇·캐리봇 등을 운영하고 있다. 수출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로봇산업진흥원에 따르면 2020년 국내 로봇 시장 규모는 5조 4736억 원으로 수출이 1조 1290억 원을 차지했다. 이미 조 원 단위의 수출산업이 된 셈이다.

생산자와 서비스 공급자 간 협업도 활발하다. KT와 LG전자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양사는 최근 업무협약을 맺고 서비스로봇 사업 확대에 나섰다. 양사는 로봇 제조와 서비스 역량을 결합하고 차세대 로봇 연구개발을 위해 협력할 계획이다.

LG전자의 자율주행·센서·AI·카메라 등 로봇 솔루션과 관련된 기술 역량과 KT의 통신·네트워크 기술력은 물론 AI·안내·배송·서빙 등 사업 운영 노하우를 접목해 시너지를 내겠다는 전략이다. 안시카 자인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애널리스트는 “AI의 발전으로 부품 및 소프트웨어의 가격이 낮아지면서 로봇의 가격 역시 하락하고 있다”며 “음성인식과 컴퓨터 인식 같은 기술 개선 역시 성장을 촉진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윤민혁 기자 behereno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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