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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이상직 변호사의 DX문화살롱](38)반복과 차이를 통한 '일하는 방식'의 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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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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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에 사는 대벌레는 가늘고 긴 나뭇잎 모양을 하고 있다. 천적의 눈에 잘 띄지 않는 모양으로 진화했다. 호주의 캥거루는 원래 달리기를 잘하지 못했다. 동남아시아에서 유입된 들개에 쫓기면서 잘 달리는 캥거루만 살아남아 진화했다. 진화는 다른 생물의 진화도 촉진한다. 식물이 잎을 갉아먹는 애벌레가 싫어서 독을 만들면 애벌레 가운데 독을 몸에 저장해서 살아남는 종이 나타난다. 독 때문에 애벌레는 다른 동물에게 잡아먹힐 위험도 줄어든다. 모든 동식물은 생존이라는 끊임없는 '반복'을 거듭하지만 거친 환경에 따라 변화하는 '차이'를 보이지 않으면 멸종한다. 오랫동안 차이를 찾고 만드는 데 집중한 것만 살아남는다.

조지프 슘페터의 창조적 파괴를 통한 혁신은 파괴 과정에서 기득권을 공격, 거센 반대에 부닥친다. 기득권을 보호하는 법령도 위반하기가 싶다. 과거에나 가능한 혁신 방법이다. 현대 사회에선 그런 혁신이 쉽지 않다. 방법을 바꿔야 한다. 직장·가정 등 일상의 오랜 반복에서 차이를 만들고, 그 차이를 반복하면서 새로운 가치를 찾아야 한다. 오랜 반복에서 나온 차이는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그것만이 대기업의 시장지배력 남용, 과열 경쟁에서 오는 담합, 영업비밀 탈취, 불공정행위 등 경쟁에서 오는 문제점과 일상의 정신적 스트레스 및 감정 소모를 줄이면서 발전을 이끌 수 있다.

경제성장 정체와 빈부격차 확대 등 상대적 박탈감이 늘고 있다. 지구상에 있는 모든 국가의 공통 현상이다. 성장이 정체된 사회에서는 경쟁이 격화되더라도 그것이 성장을 견인하기는 어렵다. 슘페터식 혁신이 막힌 사회에서 경쟁이 새로운 시장을 만들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 결과 경쟁사회에선 나의 실력이나 성과가 늘지 않더라도 경쟁자보다 나으면 만족한다. 경쟁자를 누르는 데 집중한다. 어떻게 해야 할까. 반복과 차이를 통한 생활 혁신으로 나아가야 한다. 초격차를 내라고 주문하는 기업이 많지만 그것도 사실 경쟁 문제가 아니라 자신과의 싸움이다. 스스로 과거의 나에 비해 엄청난 발전을 이룬다면 그것이 초격차다. 경쟁자보다 나은 상태에서 초격차를 내려면 스스로와 싸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경쟁을 통한 혁신은 대부분 경쟁자를 배제하고 부정하기 때문에 투쟁을 즐긴다. 서로 존중하지 않는다. 플라톤이 이상세계인 이데아와 거짓 세계인 인간 세상을 나눈 후로 이분법적 대립이 서구 사회의 핵심 사상이 됐다. 이분법적 사고는 선과 악, 진실과 거짓, 정반합의 변증법 등 투쟁과 경쟁을 통해 정의를 구현한다고 보았다. 그 결과 현대의 일상생활도 투쟁과 경쟁을 통해 성장하는 질서 및 문화로 만들었다. 경쟁이 기여하는 바가 있다는 것을 부정하진 않는다. 잘못된 경쟁을 막기 위해 공정경쟁 등 게임의 법칙을 확립, 집행하고 있다. 그러나 선한 경쟁의 잘못된 결과는 성장이 정체된 곳에서 일어난다. 더 이상 자신의 발전을 추구하기 어렵게 된 상황에선 경쟁자를 주저앉히고 다시 일어나지 못하게 하는 고질적 구조를 만드는 데 집중한다. 그것이 사회를 퇴화시킨다. 정치의 여야 대립이나 경제의 부익부 빈익빈도 그것 가운데 하나다. 더 이상 경제적 부를 획득하기 어려우면 다른 자의 부를 빼앗고 자신의 부로 편입해서 격차를 늘이려는 유혹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경쟁은 경쟁자만이 아니라 나 자신도 지치게 한다. 스스로의 반복과 차이를 만드는 것에 집중해야 할 시간에 경쟁자를 염탐하고 약점을 잡는 데 시간을 낭비한다.

반복과 차이에 집중하면 경쟁자보다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내 일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차이를 발견하고 만들어야 한다. 그동안의 반복을 파괴할 필요가 없다. 미세한 차이를 찾는 일에 집중하면 된다. 그 과정에서 누군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고, 누군가를 도와줄 수도 있다. 반복과 차이를 통한 생활 혁신은 인간의 건강한 성장을 이끄는 길이기도 하다.

이상직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나는 인공지능을 변호한다' 저자) sangjik.lee@bk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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