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7 (수)

[뉴스AS] 불황땐 출혈경쟁 재현 우려…조선 ‘3사 체제’ 지속 가능할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화그룹 대우조선 인수에 ‘대형 3사’ 유지

2014-15년 출혈경쟁으로 약 9조 영업손실 내

불황 닥치면 과거 저가수주 재현될까 우려


한겨레

2017년 3월 경남 거제시 아주동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서문으로 직원들이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014년 3조6560억원, 2015년 5조2113억원….’

한국조선해양·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등 국내 대형 조선 3사가 2014년과 2015년에 낸 영업손실 규모다. 당시 세계적인 경기 침체와 유가 급락으로 조선·해양플랜트 시장에 불황이 닥치면서 2년 동안에만 9조원 규모의 손실을 봤다. 대형 3사의 과도한 출혈경쟁 탓에 손실 규모가 확대됐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조선업계 내부에서 터져 나왔다.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면서 국내 조선업계는 대형 3사 체제가 그대로 유지되게 됐다. 조선 업계는 대우조선해양 매각 발표에 대해 환영한다고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3사 체제가 불러올 출혈경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조심스럽게 내고 있다. 정부도 대형 3사 체제가 그대로 유지되는 상황을 부담스러워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요즘 같은 조선업 호황기에는 대형 3사 체제라도 별 문제가 없다. 주문이 몰려들어 배값이 높아져 굳이 조선사가 낮은 가격에 배를 수주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불황이 닥치면 상황은 반전된다. 조선업은 대규모 장치·인력이 투입되는 산업이다. 물량 감소로 조선소 가동을 멈췄을 때 발생할 손실에 견줘 저가 수주로 인한 손실이 더 적다면 낮은 가격에 배를 수주해서라도 조선소 가동을 지속하게 된다.

한겨레

지난 7월25일 경남 거제시 아주동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작업자가 용접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특히 선박 건조 시장은 ‘아시안 리그’와 ‘코리안 리그’로 나뉘는데, 아시안 리그에선 건조 난이도가 낮은 벌크선·중소형 컨테이너선 등을 두고 한국·중국·일본 조선사가 경쟁한다. 반면, 코리안 리그는 국내 조선 3사만 참여하는 시장이다. 초대형원유운반선(VLCC)·액화천연가스운반선(LNGC)·초대형컨테이너선·해양플랜트 등이다. 이 시장에는 기술력이 부족한 중국 조선사들은 참여하기 어려워, 국내 3사 간에 치열한 수주 경쟁이 벌어진다.

2008년 미국 발 금융위기로 해운시장에 불황이 닥치며 선박 발주가 크게 줄자, 국내 조선업계는 새로운 먹거리로 해양플랜트 시장을 겨냥했다. 해양플랜트는 바다 위에 떠 유전을 시추하고 원유를 뽑아 올려 정제하는 구조물을 말한다. 고유가로 수요가 높아진 해양플랜트를 두고 국내 조선 3사가 치열한 수주 경쟁을 벌였다. 2014년부터 유가가 곤두박질치자 해양플랜트 발주가 급감했다. 이미 조선사와 건조 계약을 맺은 선주들은 발주를 취소하거나 건조된 해양플랜트 인도를 거부했다. 여기에 저가 수주가 겹치며 조선 3사 모두 대규모 손실을 냈다.

이에 조선업 구조조정이 이슈로 떠오르자, 정부는 2019년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통해 대형 3사 체제를 대형 2사 체제로 재편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유럽연합(EU)의 불승인 결정으로 무산됐다.

한겨레

2018년 8월 울산시 동구 현대중공업 해양공장에서 마지막 수주 물량인 나스르(NASR) 원유생산설비가 완공돼 운송선에 실려 출항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다만, 향후에는 조선 3사가 경쟁을 지속하면서도 과도한 저가수주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용환 서울대 교수(조선해양공학)는 “비즈니스 세계에서 경쟁은 피할 수 없다”면서도 “과거와 비교하면 조선 3사의 경영진들이 치열한 경쟁에 대한 부작용을 잘 알고 있어, 과도한 출혈경쟁을 하진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대형 2사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은창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조선 업계를 대형 2사 체제로 재편해 경쟁을 다소 완화할 필요가 있다. 당장 삼성과 대우의 합병이 어렵더라도 연구개발·생산설비 공유 등 사업협력을 통해 (대형 2사 체제와) 유사한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안태호 기자 eco@hani.co.kr

▶▶남다른 시각, <한겨레> 네이버 뉴스 구독
▶▶아침을 바꾸는 습관 H:730▶▶한겨레의 ‘벗’이 되어주세요!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