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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기능 상실 영주댐, 불법 담수로 가을녹조 창궐…주민 건강까지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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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지난달 18일 영주댐으로 인해 발생한 녹조로 인해 진한 초록색으로 물든 내성천 상류의 모습. 낙동강대구경북네트워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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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의 지류인 내성천에 건설된 영주댐 상류에 ‘가을 녹조’가 창궐하면서 환경단체들이 영주댐에 가둔 물을 방류하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낙동강 수질 개선을 목적으로 지은 영주댐 상류의 수질이 최악으로 악화하면서 담수를 중단하는 것은 물론 댐 자체를 철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주로 영남권 환경단체들로 이뤄진 낙동강대구경북네트워크(이하 네트워크)는 3일 성명을 통해 환경부에 녹조가 창궐하고 있는 내성천 영주댐의 담수를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이 단체는 성명에서 “완연한 가을로 접어드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영주댐에 심각한 녹조가 발생했다”며 “영주댐에서부터 보조댐인 유사조절지까지 13㎞ 구간 전체가 녹색 호수로 변해버릴 정도로 심각한 녹조가 창궐하고 있다”고 밝혔다.

네트워크는 이어 “영주댐 녹조는 사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라며 “2016년 시험 담수로 영주댐에 물을 채우기 시작한 첫해부터 지독한 녹조가 발생해 거의 매년 녹조가 창궐했다”라고 설명했다. 이 단체는 “영주댐이 내세운 목적은 낙동강 수질개선인데 해마다 반복되는 녹조 창궐로 이미 실현 불가능한 목적이 되었다”며 “녹조가 창궐한 물로 낙동강의 수질을 개선한다는 것은 어불성설로 사실상 영주댐은 그 기능을 상실한 댐으로 전락해버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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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댐으로 인해 발생한 녹조로 인해 녹조 호수로 변해버린 내성천 상류의 모습. 왼편에 수몰지역 주민들이 이사간 마을이 보인다. 낙동강대구경북네트워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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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는 “내성천 경관과 생태계 파괴에 더해 녹조 물 방류까지 영주댐은 백해무익한 댐임이 만천하에 드러났다”며 “환경부는 더 이상 머뭇거리지 말고 목적을 상실한 영주댐의 처리를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내성천은 영주댐이 생기기 전까지 국내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래강으로 꼽히던 곳이지만 댐 건설 이후 모래가 유실되고, 자갈밭이 늘어나면서 빠르게 훼손되고 있다. 내성천에 서식하던 흰목물떼새와 흰수마자 등 멸종위기 조류, 어류가 급감하는 등 생태계도 파괴되고 있다.

네트워크는 또 “상황이 이런데도 환경부는 현재 영주댐에 물을 채우고 있다”며 “이는 관련법이 엄격히 규정하고 있는 사항을 위반하는 불법행위”라고 주장했다. 이 단체가 영주댐 담수를 불법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는 ‘댐 건설·관리 및 주변지역지원에 관한 법률’은 준공 전에 댐을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법은 “댐 건설사업시행자는 댐 건설 완료의 고시가 이루어진 후가 아니면 댐을 사용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예외조항으로는 “긴급한 용수 공급, 홍수 조절 등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댐 건설 완료의 고시 전이라도 해당 댐을 사용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네트워크는 “환경부가 법에 명시된 ‘긴급한 용수 공급, 홍수 조절’ 상황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현재 댐에 물을 채워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네트워크는 “환경부는 지금이라도 불법 담수를 중단하고 물을 완전히 방류해 내성천 생태계 고사를 막고 주민들의 건강을 살펴야 한다”며 “환경부가 가둬놓은 물을 방류하지 않고 내성천 생태계 파괴에 앞장서는 행위를 계속한다면 환경부장관을 관련 법률 위반으로 고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네트워크는 “댐 건설 전 아름다웠던 영주댐 상류지역을 포함한 내성천 전 구간을 복원해 국립공원으로 만들고, 지역주민들의 보다 나은 삶을 위해 지속가능한 생태관광산업의 인프라를 구축하도록 돕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이라고 주장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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