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우리로 치면 한일전, 사망 149명”… 한인회장이 전한 인니 축구장 참사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조선일보

인도네시아 말랑에 위치한 사이풀 안와르 병원에 축구장에서 사망한 시신 여러 구가 안치되어 있다. /로이터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동부 자바주에서 열린 축구 경기에서 현지 경찰이 팬들의 난동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압사 사고가 발생해 최소 125명이 사망하고 수백명이 다쳤다. 이와 관련, 이경윤 인도네시아 자바 한인회장은 “2일 저녁 6시 기준으로 현지 경찰서를 통해 저희가 파악한 사망자는 149명”이라고 밝혔다.

이 회장은 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꼭 병원으로 옮겨지지 않았더라도 귀가하신 분들 중에서도 피해를 입은 분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경찰도 2명 사망했기 때문에 굉장히 심각한 상황”이라고 했다.

사고는 지난 1일(현지 시각) 오후 10시쯤 말랑 리젠시 칸주루한 축구장에서 열린 아레마FC와 페르세바야 수라바야 축구팀 경기가 끝난 뒤 벌어졌다. 아레마가 홈 경기에서 페르세바야 수라바야에 23년 만에 패하자 화가 난 홈팀 관중 일부가 선수와 팀 관계자들에게 항의하기 위해 경기장 내로 뛰어든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경기장은 수천 명의 관중으로 가득 찼고, 경찰은 난입한 관중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최루탄을 쐈다. 수천명의 관중이 최루탄을 피하려 출구 쪽으로 달려가다 뒤엉키면서 대규모 사망 사고로 이어졌다. 외교부가 지역 한인단체와 접촉한 결과에 따르면 해당 사고로 인한 한국인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회장은 원정팀 페르세바야가 있는 수라바야에 대해 “자바 주도로, 인도네시아 제2의 도시”라며 “우리로 치면 부산”이라고 설명했다. 사고가 발생한 말랑에 관해서는 “수라바야에서 1시간 정도 떨어진, 우리로 치면 김해”라고 했다.

조선일보

축구장 참사 현장. /AFP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조선일보

축구장 참사 현장. /EPA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 회장은 “두 팀은 한일전처럼 전통적으로 굉장히 앙숙인 팀”이라며 “그래서 이 두 팀이 맞붙는 경기가 있으면 꼭 한 번씩 사달이 나기는 한다”고 했다. 이어 “다만 이번 사태는 굉장히 심각한 사태가 됐다. 아마 홈팀이 져서 이런 사달이 벌어지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인도네시아 축구 열기가 유럽의 여느 도시 못지않게 높다. 소위 훌리건들도 있어 사고가 자주는 아니지만, 종종 일어난다”면서 “그런데 이번 사고는 너무 많은 희생자가 났기 때문에 현지에서도 굉장히 충격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했다.

이 회장은 경찰의 최루탄 발사에 대해 “시내에서 가끔 데모가 있을 때 한두 번씩 발포하지만, 경기장에서 쏜 건 처음 본 것 같다”며 “워낙 두 팀이 오래전부터 사고가 난 팀들이기 때문에 경찰도 만반의 준비를 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발포 명령을 누가 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 경찰들이 자기 신변을 보호하기 위해 발포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했다.

현지에서 ‘과잉 진압’ 논란이 커지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는 “인도네시아 국민들이 좀 온순하다”며 “현재는 큰 이슈가 되고 있지만 며칠 지나면 조용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일부 소수 단체들이 과잉진압에 항의하는 등 시위를 할 가능성이 있지만 이것도 며칠 지나지 않아 조용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한편 이번 축구장 참사 사상자에 어린이 17명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인권단체들은 경찰이 규정을 어기고 최루탄을 발사했다고 비난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경기장에서 공공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경찰을 배치할 수는 있지만, 총포류나 최루탄 등은 사용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아레마 코치 하비에르 로카는 “당시 현장에 있지 않아서 피해를 보진 않았지만, 경찰의 진압은 과했다”고 했다. 현장에서 지인 3명이 사망한 샘 길랑이라는 이름의 생존자는 “많은 사람이 출구 게이트로 향하는 길에 짓밟혔다. 최루탄 때문에 눈이 화끈거렸고, 다행히 담장을 넘어서 살아남았다”고 했다.

[박선민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