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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끝까지판다] 박형준-김태흠, 자체 조사로 '쪼개기 후원 의혹' 풀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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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방울그룹, 박형준 부산시장 '쪼개기 후원' 의혹



SBS 탐사보도부 '끝까지판다팀'은 지난 6.1 지방선거에서 17개 광역자치단체 후보로 나선 여야 후보 34명의 정치후원금 명단을 분석했습니다. 공개 대상인 300~500만 원을 후원한 고액 후원자 명단을 분석한 겁니다.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로 나선 박형준 시장을 후원한 명단을 보면, 500만 원을 기부한 '김성태'라는 이름이 눈에 띕니다. 300만 원 이상을 후원한 고액 후원자 92명 가운데 유일하게 이름을 제외한 생년월일·직업 등 인적사항이 공란이기 때문입니다. 기부 날짜는 5월 19일.

그런데 같은 날, 역시 500만 원을 기부한 고액 후원자 중 '1976년생 회사원' 박 모 씨가 있습니다. 쌍방울 전 이사이자 쌍방울의 실질적 소유주로 알려진 김성태 전 회장이 대주주로 있는 착한이인베스트란 회사의 박모 이사와 생년월일이 같습니다. 박 이사의 서류상 주소로 가봤더니, 김성태 회장의 친척 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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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황 상 인적사항이 없는 '김성태'는 김성태 쌍방울 전 부회장인 걸로 보입니다. 박형준 시장의 지난해 정치후원금 명단을 보면 그런 정황은 더 짙어집니다. 지난해 4.7 재보궐 선거에서 박형준 시장이 모금한 고액 후원자 명단에는 김성태 관련 인물이 4명 포함됐습니다. 2021년 3월 11일, 김성태 전 회장과 쌍방울의 계열사 광림 방모 대표, 아이오케이컴퍼니 장모 대표가 500만 원씩 후원했습니다. 하루 전 3월 10일에는 배상윤 KH그룹 회장도 500만 원을 박 시장 후원회 쪽에 입금했습니다. 배상윤 회장은 김성태 전 회장과 함께 '쌍방울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돼 집행유예 처벌을 받은 인물입니다. 지난해 보궐선거와 올해 지방선거에서 박형준 시장 측에 들어간 쌍방울그룹 관계자 돈이 최소 3,000만 원으로 추정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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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조명 받으면서도 굳이 고액 후원…해외 도피 직전 입금



지난해 보궐선거 때, 생년월일과 직업을 굉장히 상세하게 적어냈던 쌍방울그룹 관계자들이 올해 지방선거 때엔 '공란'이거나 '회사원'으로 신분을 숨기며 후원했습니다. 대선 과정을 거치며 김성태 전 회장이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 변호사비 대납 사건'을 비롯해 각종 형사 사건에 연루되면서 신분을 숨길 걸로 추정됩니다. 하지만 거꾸로 생각해보면 김성태 전 회장이 '변호사비 대납 사건'으로 언론의 조명을 받으면서도, 또한 올해 5월 말 전후 해외로 도피할 정도로 급박한 상황 속에서도 굳이 자신과 가까운 사람과 함께 500만 원 씩을 후원했는지는 의문입니다.

박형준 시장 측은 "박 시장은 김성태 전 회장과 스쳐가며 본 듯한 사이며, 김 전 회장이 왜 후원했는지 전혀 모른다"고 설명했습니다. 후원했다는 사실 자체를 이번에 해명 과정에서 찾아보고 알았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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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정그룹, 김태흠 충남도지사 '쪼개 기 후원' 의혹



'쪼개기 후원'을 한 정황은 김태흠 충남도지사 고액 후원자 명단에서도 보입니다. 성정그룹 관계자 4명이 500만 원씩 후원한 겁니다. 먼저 형남순 성정 회장과 계열사인 백제컨트리클럽(이하 백제CC) 정모 이사, 형 회장의 사위인 최모 이스타항공 이사가 올해 5월 17일 500만 원씩 후원했습니다. 하루 뒤 5월 18일에는 형 회장의 아들 형모 성정 대표가 또 최대 금액 500만 원을 냈습니다. 생년월일과 주소 등을 써내긴 했지만, 모두 직업을 '자영업' '회사원' 등으로 써냈습니다. 성정그룹 관계자들이 최소 2,000만 원을 김태흠 지사에게 후원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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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정이란 이름은 다소 생소할 수 있습니다. 형남순 회장이 지난해 이스타항공을 인수하면서 세상에 조금 알려지기 시작했지만, 전국적으로 이름이 알려지진 않았습니다. 그래도 충청남도에선 꽤 알려진 회사인데, 충남 부여군에서 백제CC를 운영하고 있고 계열사인 건설사도 충남에서 여러 사업을 해왔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여기에 있습니다. 성정은 사업적으로 충남도와 긴밀하게 연결돼 있습니다. 백제CC가 지분 100%를 보유한 대국건설산업은 충청남도가 100% 지분을 보유한 충청남도개발공사가 발주한 '충남형 더 행복한주택 건설형 후속사업'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도급 금액만 수십 억 원에 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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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 500만 원 입금, 과연 우연의 일치인가?



형남순 회장은 "2년 전 양승조 지사 시절 발주한 공사로 이번 후원과 전혀 무관하다"고 답했습니다. 또한 "관계자 4명이 각자 별개로 후원한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백제CC의 정모 이사도 "다른 사람들의 후원 내역은 이번에 처음 알았다"며 "김태흠 지사가 우리 골프장에 가끔 오시고, 지역 발전을 위해 일할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 후원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3명이 같은 날, 1명은 다음 날 특정 후보를 지원한 것이 '우연의 일치'라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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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조직적 '쪼개기 후원'은 엄한 처벌



정치자금법 상 지방선거에서 1인 당 1명의 후보에게 후원할 수 있는 최대 금액은 500만 원입니다. 기업 명의로 기부는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더 많은 돈을 후원하고 싶은 사람이나 기업은 돈을 잘게 '쪼개서 후원'하는 유혹에 빠집니다. 하지만 우리 사법 기관은 선거에 이권이 끼어드는 것을 막기 위해 조직적이거나 고의적인 '쪼개기 후원'을 강도 높게 처벌합니다. 경북 포항시의원이던 A 씨는 남편과 아들, 사위 명의로 4차례에 걸쳐 2천만 원을 B 국회의원에게 후원했다 결국 시의원 직을 상실했습니다.

기업이 '쪼개기 후원'을 하는 경우 위법 사항은 더 복잡해집니다. 기업이 조직적으로 '쪼개기 후원'을 할 때, 임직원들은 자기 돈으로 정치자금 후원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결국 회사 돈이 들어갑니다. 정상적인 회계 처리된 돈을 '쪼개기 후원금'으로 줄 수 없으니, 결국 불법적으로 조성된 회사 돈이 들어가는 경우가 생깁니다. KT 임직원들의 국회의원 '쪼개기 후원'에 대한 판결이 징역형까지 나오는 이유는 불법 비자금 조성을 통한 조직적 후원 의혹까지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500만 원은 기업 경영진 입장에서 그리 큰 돈이 아닐 수 있습니다. 친분 있는 정치인에게 500만 원은 소액으로 보여, 뭔가 더 많은 금액을 후원하는 것이 인지상정일 것 같은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쪼개기 후원'은 "정치자금 투명성 확보를 위해 사라져야 한다"는 대의명분은 제쳐 두더라도, '이권 개입' '형사적 문제' 등 기업 범죄로 커질 수 있는 가능성이 항상 존재합니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는 기본적인 의문에서 출발하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김태흠·박형준, 자체 조사로 해결해야



이번 취재에 김태흠 지사는 해명을 하지 않았고, 박형준 시장은 "왜 후원했는지 모른다"고 답했습니다. 정말로 '후원해 달라'고 하지 않았는데, 성정이나 쌍방울 측에서 자발적으로 후원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역 토착 기업과 돈으로 연계되고, 해외 도피 사범과 이름이 같이 오르내리는 건 두 광역 단체장에게 달갑진 않은 일일 겁니다.

결국 김 지사와 박 시장이 직접 해결해야 될 문제입니다. 고액 후원자 중에 두 기업 직원이 혹여 더 있는지, 나아가 300만 원 이하 소액 후원자 중에 그룹 관계자들이 있는지 직접 살펴본 뒤 결과를 알려야 할 것입니다. 300만 원 이하 소액 후원자 경우 선거관리위원회와 후원회 측 말고는 누군지 들여다볼 수도 없어 스스로 검증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선량한 소액 후원자 명단까지 외부에 공개할 순 없으니, 권위 있는 시민단체 등에 맡겨 검증을 하는 것이 의혹을 해소하는 방법일 것입니다. 아니면 사법 기관에 의뢰에 '쪼개기 의혹'이 있는지 없는지 살펴봐 달라고 극약 처방을 내리는 것도 건강한 정치자금 문화 만들기 위한 하나의 방법일 것입니다.
고정현 기자(yd@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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