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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요새 샤인머스캣 맛 별로더니…이유가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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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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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인머스캣은 정말로 교과서에 실릴만한 성공과 실패 양면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에요. 아마 3~4년 후에는 가격이 더 하락할 것으로 봅니다."

비싸게 주고 산 샤인머스캣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소비자들 사이 커지고 있다. 단맛은 커녕, 껍질을 뱉어내야 할 정도로 자꾸 신맛이 강해져서다. 이같은 시장 분위기를 익히 잘 알고 있다는 글로벌청과업체 에스피프레시(SP fresh) 박대성(사진) 대표는 샤인머스캣 농가에 뼈아픈 말을 가감없이 했다.

박 대표는 비단 샤인머스캣 농가 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했다. 국내 과일 농가에서 발견한 문제 해결을 위해 전직원이 밤낮으로 고민하고 바쁘다는 그였다. 과연 어떤 해결책을 모색 중인지 지난 9월 중순 박 대표를 직접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초기엔 샤인머스캣의 품종적 희소성과 재배 면적의 한계로 농가들은 비싼 가격에 잘 팔 수 있었어요. 마침, 우리 소비자들은 맛있는 과일이라면 비싼 돈을 지불할 용의가 있었죠. 그래서 샤인머스캣이 비싸도 잘 팔려나갔던 것인데...품종 보호 없이 어느 순간 과생산된데다 일원화되지 못한 유통망 등으로 시장의 외면을 받는 형편이 됐어요."

박 대표는 값만 좋으면 조기출하해 맛 보장이 어려워진 샤인머스캣 농가 상황을 안타까워했다. 샤인머스캣의 재배면적은 초기 2016년 240ha에서 4000ha까지 늘어났다. 전체 포도 재배면적의 40%를 육박하며 재배면적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이런 현실이 지속되다가는 소비가 급감한 캠벨포도보다 향후 더 나쁜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고 박 대표는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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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피프레시 박대성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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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국내 과일 농가의 가장 큰 문제로 작물 선정과 유통을 꼽았다.

박 대표는 "차별적 우위성이 없는 품종을 재배해선 단독유통이 안 된다"며 "그래서 대부분 농협, 경매를 통해 판매되는데 그럼 가격대가 높을 수가 없고 또 개인 혼자서 유통하는 것은 더욱이 제한적이기 마련이다"고 지적했다.

토지 매매 및 시설 투자비용 등 초기 투자 비용도 부담이다. 재배 매뉴얼이나 재배 이후 유통대안 없이 단순한 이뤄지는 재배교육은 우리 과일 농가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한다고 박 대표는 강조했다.

"70년대 우리 농가 인구는 1400만명이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200만명대로 주저앉았습니다. 도시에 살던 젊은 분들이 시골 가서 농사 지으며 살겠다는 분이 얼마나 될까요? 이대로 가다가는 우리나라 농업기반은 다 무너질 겁니다."

그가 나섰다. 국내 과일 농가와 상생하고 차별화된 품종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며 기술을 지원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지난 2019년 글로벌 청과전문업체 에스피프레시 법인을 세운 이유다. 에스피프레시의 슬로건은 'Always best taste’다.

그는 이미 2003년도부터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또 다른 청과전문업체 스미후루코리아를 이끌고 있다. 20년 가까운 업력을 자랑한다. 스미후루코리아의 연매출은 1700~1800억원에 이른다.

스미후루코리아가 바나나와 파인애플 사업에 집중한다면 에스피프레시는 바나나와 파인애플을 제외한 과일사업을 하기위해 설립됐다.

"한 동안 고민을 참 많이 했어요. 요즘 제가 자주 받는 질문이 스미후루를 잘 성장시켜왔고, 시장에서 인정 받고 있는데 왜 굳이 에스피프레시를 설립해 이 고생을 하냐는 거에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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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피프레시 박대성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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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과일을 수입 유통하는 시장은 레드오션 시장이다. 경쟁은 매우 치열하다. 그럼에도 그가 뛰어든 것은 과일 전문가로서 자신이 있고, 무너지는 농가를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그대로 보고 만은 있을 수 없다는 사명감이 컸다.

무엇보다 모두가 윈윈 할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라이선스 기반의 독점 품종을 확보해 생산, 유통 하는 것이다.

현재 에스피프레시에서 독점 라이선스를 가지고 있는 품종으로는 일본 농연기구의 감귤류(미하야, 아수미, 아수키)와 딸기류(토쿤, 아카사노 키요카), 뉴질랜드 골드키위 품종이 있다.

라이선스 품종의 독점유통 계약이 체결된 품종은 블루베리(유레카, 토파즈), 제주 스위트키위 등이 있다. 이 과일들은 모두 가격대가 상대적으로 비싼 편이지만 맛과 품질을 담보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먼저 찾고 있다.

에스피프레시 매출은 단순히 맛있는 과일을 수입해 유통, 납품하는 것에서 나오지 않는다. 과일 소비 트렌드 변화와 더불어 궁극적으로는 우리나라의 농업문제(농가 고령화, 청년농가 정착 등)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모델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바로 한국형 New Agri모델이다.

"한국형 New Agri모델 유형은 총 4가지로 나뉘는데요. 지자체와 대학교 협업형, 농가상생형, 농업회사법인 SP Agri 등입니다. 각 모델모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농가와의 상생, 품종에 대한 안정적인 보급과 기술 지원 등 지금까지 한국에 없는 농가 지원 및 수익 모델임을 자부합니다."

에스피프레시는 모든 모델 유형에서 역할을 한다. 품종 보급부터 기술 지원, 생산, 유통 등의 측면에서다. 스미후루는 물론 돌, 델몬트, 치키타, 파이프스 등 세계 유수의 과일 생산 유통회사들은 이미 자체 품종개발과 직접 생산, 계약 생산 등을 통해 매출을 올리고 있다. 작게는 1~2조원부터 수십조원의 매출로 이어진다.

그러나 이같은 기업이 우리나라에는 전무하다. 에스피프레시를 이런 회사로 키우겠다는 게 박 대표의 목표다.

그는 "현재 우리는 에스피프레시 2.0 단계에 있다"며 "에스프레시 1.0은 전통적인 수입 및 유통과 신품종 라이선스 계약 및 계약재배를 시작하는 단계였다면 2.0 단계에서는 라이선스와 유통채널 확보, 미래 사업에 대한 준비를 해 나가는 과정이다"고 말했다.

중장기적으로는 R&D 센터 설립과 최신 스마트팜 기술을 활용한 생산과 유통을 계획하고 있다. 무인재배 및 자동화 로봇을 활용한 사업 확장도 포함된다.

"최근 외부 재무자문사를 통해 에스피프레시의 사업가치 용역 검토 결과 기업가치로 5300억원을 산정 받았어요. 무척 기뻤습니다. 우리 사업이 국내 농업 발전에 보탬이 되고, 사회 문제 및 정책적 이슈를 해결하는 방안과 보완책이 되길 바랍니다. 그러면 더 기쁠 것 같아요. 제가 요새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이유 아시겠죠?(웃음)"

[방영덕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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