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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르포]제주 작물로 만드는 '메이드 인 제주' 화장품…유씨엘의 성공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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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산 원료와 물로 만든 제품들…"올해 손익분기점 넘긴다"

제주와 함께 커가는 대표 中企…"3~5년 내 IPO 목표"

뉴스1

이지원 유씨엘 대표가 30일 제주공장에서 화장품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중소기업중앙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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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뉴스1) 신윤하 기자 = "눈이 펑펑 내리던 어느 날, 애월읍의 밭에서 파릇파릇한 새싹이 올라오는 게 보였습니다. 애월읍은 지금도 겨울에 땅이 잘 얼지 않아 가을과 초겨울에 미리 심은 작물들이 잘 자라요. 제주도의 다양한 천연 자원을 활용한 화장품을 개발하자는 꿈을 가지고 이곳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지난달 28일 제주도 애월읍에서 만난 이지원 유씨엘 대표는 10여년 전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제주공장 준공 10여년만인 올해 손익분기점을 넘기게 되자 뿌듯함을 드러냈다.

유씨엘은 화장품 원료의 국산화와 기술 자립을 목표로 설립돼 올해 창립 42주년을 맞은 화장품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ODM(제조자개발생산) 전문기업이다. 화장품 콘셉트부터 원료, 제형, 임상, 품질관리 및 생산까지 고객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제주 애월읍에 위치한 제주공장은 스킨케어 연구소와 천연 소재개발 연구소를 운영해 제주 청정 섬의 특색과 스토리를 입힌 천연·유기농 화장품 생산에 중점을 두고 있다.

저자극 고기능 자연주의 제품을 연구개발하는 스킨케어 연구팀, 제주에만 있는 소재를 발굴해서 제품화하는 소재개발 연구팀을 별도로 만들어 '메이드 인 제주' 상품을 생산하고 있다.

유씨엘은 제주특별자치도지사가 증명하는 지자체 최초의 지역 화장품 품질 인증인 '제주화장품인증'(JCC)제품 개발과 생산에 특화됐다. 제주화장품인증은 제주산 원물과 원료를 5~10% 이상 함유하고 제주의 물을 담아 도내에서 생산의 전 공정이 이뤄져야 하는 등 엄격한 품질관리가 필수다.

김정미 연구소장은 "2016년부터 총 293개의 제품이 제주화장품인증을 받았고 그중 65%는 우리가 개발·생산했다"며 "최근 제주의 향, 원료, 버려지는 자원을 활용한 탈모완화 물질의 특허 등록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진정성 하나로 제주도 정착…농가 협업·지역경제 활성화

지금은 제주도의 대표 화장품 전문제조사가 됐지만, 혈족·친족을 중심으로 결집하는 제주도 공동체 문화에 녹아 드는 건 유씨엘에게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 대표는 "제주 사람들이 육지 사람들에게 배타적인 부분이 있고, 농동단지나 공단이 아닌 곳에 공장 인허가를 받는게 쉽지 않았다. 중소기업 여건상 빌릴 수 있는 다른 힘도 없었고 호소할 수 있는 건 진정성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10여년전 이 대표는 마을회관에서 제주도민들을 수차례 설득했다. 공장을 짓는 게 부동산 투기 목적이 아니라는 것을 설명하고 지역 경제에 어떤 파급효과가 있을지도 호소했다. 결국 주민들도 진정성에 설득됐다.

덕분에 유씨엘은 지역 농가와 함께 커가는 중소기업으로 자리잡았다. 벌꿀영농조합과 협업해 벌꿀을 채취하고 남은 밀랍을 화장품 생산에 활용하고, 제주의 대표 작물 중 하나인 당근에서 버려지는 이파리를 활용해 탈모 방지 기능성 제품을 개발하는 식이다.

제주 공장 직원의 99%는 제주도에서 채용하고 있다. 제주도 학생들을 대상으로 특강도 진행하고, 화장품 제조 노하우도 지역 기업·청년에게 가르치는 등 제주와 함께 성장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진행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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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씨엘 제주공장 전경(중소기업중앙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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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킴벌리·클리오 등 화장품 제조…"자사 브랜드도 유럽에 수출"

제주공장은 제주화장품인증 제품, 기초·헤어·바디케어· 어린이 등의 화장품을 연간 3000만개 생산할 수 있다. 유씨엘 인천 공장은 연간 5600만개의 화장품을 생산할 수 있으며, 향후 송도에도 공장을 지을 예정이다.

제주공장 제조실에는 제품이 만들어지는 유화기(제조탱크)가 나란히 설치돼 돌아가고 있었다. 유화는 물과 기름 성분이 분리되지 않고 섞여 화장품이 될 수 있도록 물리적 힘을 가하는 작업이다.

유씨엘은 고객사가 원하는 규격에 맞게 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1동에는 유화기를 50㎏, 200㎏, 1000㎏ 등의 규모로 4개, 2동에는 2톤과 3톤 규모로 3개 설치했다.

제조실에서 생산된 제품의 내용물은 3일가량 보관되다가 충전, 포장된다. 이날 충전실에서는 친환경 제조 파우치에 유명 대기업의 샴푸 내용물이 충전되고 있었다. 포장실에서는 내용물이 충전된 파우치에 유통기한 등을 찍는 코딩 작업과 라벨 작업이 이뤄졌다.

김정미 연구소장은 "유한킴벌리, 클리오, 로레알, LG생활건강 등이 저희의 주요 고객사"라며 "원료부터 제형, 임상, 생산까지 원스톱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으며, 90% 이상 제주화장품인증을 받은 자사 브랜드 '아꼬제'도 33종 정도의 제품 라인업을 구성해 유럽 등에 수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0년만에 손익분기점 넘겼다"…3~5년 내 IPO목표

유씨엘 제주공장은 준공 이후 10여년만인 올해 손익분기점을 넘길 전망이다. 코로나19로 인해 해외 바이어와 교류가 끊기면서 수출 암흑기를 보냈지만, 절망하지 않고 2년을 R&D에 투자하며 알차게 보낸 덕분이다.

유씨엘은 최근 환경 문제로 주목받고 잇는 안티폴루션(Anti-pollution, 오염방지) 제품과 여드름, 극건성, 베이비 등 민감성 피부를 보호할 수 있는 저자극성 화장품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피부장벽강화 인자 생성량 증가, 피부 진정, 아토피성 인자 생성 억제 활성 효과를 주는 특허를 취득했다.

이 대표는 "지난해 대비 올해 매출이 40% 정도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며 "힘든 시기에 R&D 등 준비를 차근차근 진행한게 빛을 내는 것 같다"고 말했다.

3~5년 사이 IPO(기업공개)에 성공하는 것이 이 대표의 목표다.

이 대표는 "자연주의를 표방하고 천연을 얘기하는 회사는 많지만 정말로 현지에서 열심히 작업하는 기업은 소수인데, 우리는 그런 역할을 하고 있다"며 "화장품 업계는 성장할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 역할을 해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sinjenny9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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