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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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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골동품가게' 구아진 "이야기 무궁무진…영상화도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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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만화대상서 대상·인기상 받아…무속 중심 한국형 오컬트 만화

"마지막 작품처럼 치열하게 작업 중…10년 장편 연재해보고 싶어"

(부천=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올해 부천만화대상에서는 이례적으로 한 작품이 대상과 인기상을 휩쓸었다.

수상을 통해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인정받은 이 작품은 구아진 작가의 '미래의 골동품 가게'다.

지난달 30일 경기 부천 만화비즈니스센터에서 연합뉴스와 만난 구 작가는 "'미래의 골동품 가게'가 제 마지막 작품이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치열하게 작업 중"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웹툰 '미래의 골동품 가게'의 구아진 작가
(부천=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2022 부천만화대상에서 '미래의 골동품 가게'로 대상과 인기상을 수상한 구아진 작가가 지난달 30일 부천국제만화축제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했다. 2022.10.2 [투니드엔터테인먼트 촬영. 제공]


무속을 중심으로 한국형 오컬트를 선보이는 이 작품은 독특한 소재로 독자들의 이목을 모았다.

하지만 작품 구상 초기 단계부터 무속을 고려한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구 작가는 "동화 같은 스릴러, 스릴러 같은 동화를 쓰자고 생각해서 쓴 것이었고, 나중에 무속을 대입해보니 의외로 이야기에 잘 어울리더라"며 "'미래의 골동품 가게'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사람 간의 화학작용이고, 거기서 미래가 깨달음을 얻고 성장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제목은 찰스 디킨스의 '오래된 골동품 가게'(The Old Curiosity Shop)에서 따왔다고 했다.

그는 "그 소설에서 '넬'이라는 캐릭터가 매력적이라 미래를 이와 비슷하게 잡은 부분이 있다"며 "또 톨스토이 '부활'의 주인공이 환상 속에서 '넬'을 오마주한 듯한 인물을 보는데, 기괴하고 섬뜩한 이미지로 묘사돼 그런 양면성을 담아보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좋아하는 장르는 스릴러"라며 "스릴러는 인생의 단면을 보여주고, 어떤 장르에서도 통용이 되는 것 같다"는 견해를 밝혔다.

'미래의 골동품 가게'는 탄탄한 배경지식과 작가의 자료조사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구 작가는 "무속의 '무'(巫)자가 들어간 책은 다 샀다고 보면 된다"며 "주역은 필수라고 생각했고 동양철학 관련 책을 정말 많이 봤다"고 떠올렸다.

무속뿐만 아니라 도교, 불교 등 동양철학이 두루 언급되고, 근현대사는 물론 우리나라 상고사에 대한 탄탄한 조사와 관심도 엿보인다.

그는 "다른 지방과 구분되는 동북아시아 토착민들만의 고유한 신화나 문화를 조명하고 싶었다"며 "작가로서 상상력을 발휘하며 우리 고대 신화를 구상하는 과정에서 우리 역사와 반복적으로 얽히는 부분은 제 나름대로 공부하고 이런 이야기도 있다는 것을 소개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각주를 썼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작품 설정이나 배경을 정할 때는 가능한 교차검증이 가능하거나 고고학적으로 의미가 있는 자료를 인용하고 그에 맞춰 각주를 작성한다"며 "정사로 인정받거나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논란 없이 읽힌 책이나 자료를 인용하려 한다"고 강조했다.

경전과 고서 속 수많은 문장이 작품 속에서 인용됐지만, 그 가운데서도 '체용'(體用)에 관한 구절을 제일로 꼽았다.

구 작가는 "'만물의 구분은 체가 아니라 용에 있다'라는 구절을 보면서 느끼는 바가 있었다"며 "예를 들어 형태는 러닝머신이라고 하더라도 용도를 빨래건조대로 쓴다면 어떻겠느냐, 사람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또 "이 만화를 준비할 때 원고 상단에 '사람들이 진정으로 무언가를 두려워했다면 현재가 이렇게 형편없지는 않을 것이다'라는 셜리 잭슨 단편 속 문구를 넣어뒀었다"며 "아마 가장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아니었나 싶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웹툰 '미래의 골동품 가게'
[부천국제만화축제 홈페이지]


현재 112화까지 공개됐지만, 앞으로도 펼쳐놓을 이야기가 많다고 했다.

그는 "아직은 극 초반이고 미래의 어머니나 아버지 등 제대로 나오지 않은 캐릭터도 많다"며 "10년 정도 장편 연재도 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미래의 골동품 가게'는 영상으로도 재탄생할 예정이다. 구 작가는 "국내 영상 제작사에서 글로벌 프로젝트로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글로벌 시장으로 나가기에 너무나도 번역하기 어려운 한국적인 소재가 아닌가 하는 우려에 대해서는 "'귀멸의 칼날'도 그렇고 동양의 전통 소재 애니메이션이 서구권에서 인기가 있었다"며 "뜻 번역이 아니라 발음을 그대로 쓰면 주문처럼 들리고 신비롭지 않을까 한다"고 기대했다.

구 작가는 2008년 '빠삐냥'으로 데뷔해 벌써 15년 차 작가다.

이미 수많은 작품을 내놓은 중견작가지만, 이번 수상에 대한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데뷔 초에는 '언제 저기서 상을 받을 수 있을까?' 생각했다가도 나이가 들면서 마음을 내려놓게 됐다"며 "수상 소식을 듣고 눈물이 났는데, 기쁘다기보다는 그간 많은 부침이 있었는데 대상을 받았다고 하니 마음이 놓이면서 눈물이 난 것 같다. 많은 응원과 위로가 됐다"고 털어놨다.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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