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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전쟁 나가기 싫어”… 극단적 선택한 20대 러시아 래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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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러시아 래퍼 이반 비탈리예비치 페투닌.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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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최근 30만명 규모의 부분 동원령을 발표하고 나선 가운데, 한 20대 남성이 전쟁에 나가기 싫다며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일이 벌어졌다.

2일(현지 시각) 영국 데일리메일, 더선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러시아에서 ‘워키’라는 예명으로 활동하던 래퍼 이반 비탈리예비치 페투닌(27)은 동원령에 반발하며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그는 러시아 크라스노다르주에 위치한 한 고층 건물에서 투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인이 공개한 페투닌 스마트폰 메모장에는 “나는 이 지옥 같은 세상에 항의하기 위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로 결정했다”는 내용이 담긴 유서가 적혀있었다. 그는 “내가 전장에서 살인을 저지르지 않기 위해 죽었다는 것을 사람들이 기억해주길 바란다”며 “암울한 시기 모두 잘 이겨내길 바란다. 내가 여러분을 사랑한다는 것을 항상 기억해달라”고 했다.

페투닌은 텔레그램에 자신의 심경을 담은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이 영상을 보고 있을 때쯤 나는 더 이상 살아있지 않은 상태일 것”이라며 “나는 내 영혼에 살인죄를 씌울 수 없다. 나는 그 누구도 죽일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푸틴은 모든 러시아 남성을 포로로 잡은 뒤 ‘살인자가 되는 것’ ‘감옥에 가는 것’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것’ 이 세 가지 선택 사항만을 제시했다”며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은 내 마지막 항의의 표현”이라고 덧붙였다.

영상은 트위터 등 다른 소셜미디어로도 일파만파 퍼졌다. 트위터에 영어로 번역되어 올라온 영상은 하루 만에 조회수 50만을 넘겼다. 온라인상에는 페투닌을 추모하는 글이 쏟아졌다.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 당국을 규탄하는 글도 잇따라 올라왔다. 이들은 “푸틴이 선량한 시민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러시아 시민들에게 남은 희망은 없다” “자국민을 지켜야 할 대통령이 되레 시민을 죽이고 있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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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1일 러시아 곳곳에서는 푸틴 대통령의 부분 동원령에 반대하는 시위가 이어졌다.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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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1일 푸틴 대통령이 부분 동원령을 발표한 이후, 러시아 곳곳에서 반대 시위가 벌어졌다.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등에서 각각 500명 이상이 불법 시위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시위 현장에서는 “푸틴을 위해 죽고 싶지 않다” “푸틴을 전장으로 보내라” 등의 구호가 터져 나왔다. 러시아의 제3 도시인 노보시비르스크와 시베리아 주요 도시인 하바롭스크, 이르쿠츠크, 울란우데 등에서도 시위가 벌어졌다.

동원령 발표 직후 구글과 러시아 검색 사이트 얀덱스에는 ‘팔 부러뜨리는 방법’ ‘징병을 피하는 방법’ 등의 검색량이 크게 늘었다. 국외로 탈출하기 위한 행렬도 이어졌다. 당시 인근 국가로 향하는 항공편 가격은 2배 이상 뛰었다. 러시아인들이 비자 없이 갈 수 있는 튀르키예(터키) 이스탄불, 아르메니아 예레반,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아제르바이잔 바쿠행 직항편은 일찍이 매진됐다.

러시아 군 당국이 징집에 다자녀 가정의 가장, 환자와 노인 등을 포함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동원령에 대한 반발은 거세졌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열린 국가안보위원회 회의에서 “징집 과정에서 발생한 모든 실수를 시정하고 재발을 막아야 한다”며 “정당한 이유 없이 징집된 사람들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시정해야 한다”고 했다.

[박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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