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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남’ 조봉행 판결문으로 본 실제 범죄 행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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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영화 ‘수리남’은 실존인물인 한국인 ‘마약왕’ 조봉행의 이야기를 다뤘다. 2011년 한국 법원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은 조봉행은 복역 중이던 2016년 지병이 악화돼 사망했다. 조봉행의 판결문을 통해 실제 범죄 행각을 살펴봤다.

조봉행은 1980∼1988년 수리남에서 냉동기사로 일했다. 1988년 한국에 입국한 그는 사기죄로 수배를 받게 되자 1994년 수리남으로 도주했고, 2000년대부터는 중국과 수리남을 왕래하며 수산물 가공·제조업에 종사했다.

세계일보

‘수리남’의 한장면.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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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조봉행은 마약 사업에도 손을 뻗었다. 수리남 현지 출신 마약 조직원들을 통해 남미에서 코카인을 사들이고, 한국인들을 마약운반책으로 삼아 이를 유럽으로 밀반입했다.

조봉행은 2004년 4월쯤 수리남에서 인연을 맺어온 한국인 A·B씨에게 “유럽으로 코카인을 운반해 주면 마약 조직으로부터 1인당 2만 달러씩을 받을 수 있으니, 한국인 마약운반책을 모집해 이들에게 4∼500만원을 주고 남은 돈을 나눠 갖자”고 제의했다.

이를 승낙한 A·B씨는 한국인 마약운반책을 모집했다. 이들은 마약운반책으로 이용할 한국인들에게 “금광 원석이나 보석을 운반하는 일”이라고 거짓말을 했다. 제안을 받아들인 한국인 C·D씨는 2004년 10월 한국을 떠나 수리남에 있는 조봉행의 집에 도착했다. 조봉행은 이들에게 음식과 옷을 사주며 자신의 집에 약 일주일 정도를 머물게 했다.

조봉행의 집을 떠난 이들은 수리남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가이아나 공항에서 프랑스 오를리 공항으로 출국했다. A·B씨는 이들의 출국 수속을 밟아주면서 여행용 가방에 코카인 37kg를 넣어 부쳤다.

C·D씨는 프랑스 오를리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세관 검색에서 코카인이 발견돼 프랑스 경찰에 체포됐다. 이들은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이들의 검거 후에도 조봉행과 A씨 등은 한국인을 계속해서 마약운반책으로 이용했다. A씨는 “에메랄드 원석을 페루에서 네덜란드로 운반해 주면 4000달러를 주겠다”며 한국인 E씨를 2005년 3월 페루로 출국시켰다.

페루에 도착한 E씨는 마약 조직원인 수리남인 F씨를 만나 네덜란드행 비행기 표와 여행용 가방을 건네받았다. 가방에는 코카인 11.5kg이 들어있었다. E씨는 네덜란드로 출발하기 전날 가방에 코카인이 든 사실을 알게 됐다. 그러자 조봉행은 직접 전화로 “F씨의 말을 잘 듣고 그가 시키는 대로 하면 아무 일 없을 것”이라며 E씨를 안심시키기도 했다.

E씨 역시 페루 리마 공항에서 출국 수속을 밟던 중 코카인이 적발돼 페루 경찰에 체포됐다. E씨는 징역 10년에 처해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9부(당시 재판장 배준현)는 2011년 9월30일 조봉행에게 징역 10년에 벌금 1억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조봉행의 코카인 운반 행위는 남미·유럽 등 광범위한 지역을 대상으로 계획적·조직적으로 계속해 이뤄졌고, 조봉행이 운반하려던 코카인의 양은 합계 48.5kg(시가 약 24억 2500만원)에 달한다”며 “마약범죄의 국제적·사회적 해악을 고려할 때 이를 근절할 필요성이 크다”고 했다.

이지안 기자 eas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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