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5 (목)

러시아, 이번엔 이탈리아에 가스 공급 중단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친러 성향 이탈리아 극우 정권 첫 시험대
'혹독한 겨울' 닥치면 러시아와 관계 개선 나설까
북아프리카와 신규 계약…러 가스 수입량 10%로 떨어져
한국일보

이탈리아 차기 총리를 예약한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형제당 대표가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로마에 있는 당 선거본부에서 '고맙습니다 이탈리아'라고 쓰인 손팻말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로마=AP 뉴시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에너지를 무기로 서방을 옥죄고 있는 러시아가 이번엔 이탈리아로의 가스 공급을 중단했다. 최근 이탈리아 총선에서 압승한 친러 성향의 극우 정권에겐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올 겨울 에너지 위기가 닥치면 이탈리아가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에 나서면서 서방의 대러 제재에 균열이 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 바 있다.

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탈리아 최대 에너지기업 에니는 지난 1일부터 이날까지 러시아 국영 에너지회사 가스프롬으로부터 천연가스를 사흘째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공급 중단은 4일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에니는 이탈리아에서 최대 규모로 러시아산 가스를 수입하는 기업이다.

가스프롬은 텔레그램을 통해 보낸 성명에서 이 문제는 오스트리아의 규제 변경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가스프롬은 오스트리아를 지나는 가스관을 통해 이탈리아에 가스를 공급한다. 오스트리아 당국은 최근 변경된 공급 계약서에 가스프롬이 서명해야 하지만 회사 측이 이에 응하지 않아 공급에 문제가 생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에니 대변인은 오스트리아는 가스프롬으로부터 계속 가스를 받고 있다고 지적했으며, 오스트리아 에너지업체 OMV도 수급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이탈리아를 비롯한 유럽 국가들에서 에너지 안보에 대한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 최근 노르트스트림1과 노르트스트림2 해저 가스관에서 누출 사고가 발생하면서 긴장감은 더욱 커졌다.

특히 이탈리아에선 친러 성향의 극우 정권이 들어서면서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에 균열이 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이탈리아가 유럽 파트너들과의 연대보다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을 통해 당면한 에너지 위기를 돌파하려고 할 경우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분열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탈리아 차기 총리를 예약한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형제들(Fdl) 대표는 차기 정부의 첫 번째 과제로 에너지 위기 대응을 꼽은 바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이탈리아가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를 줄여온 만큼 당장 큰 손실로 이어지진 않겠지만 유럽으로의 가스 공급이 완전히 중단된다면 '혹독한 겨울'을 견뎌야 하는 유럽연합(EU)의 셈법은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탈리아는 연간 가스 수입량의 40% 이상이 러시아산이었으나 최근 이 비율은 10%가량까지 떨어졌다고 한 소식통이 로이터통신에 전했다. 앞서 에니는 지난달 말 발표한 2분기 사업보고서에서 최근 알제리·이집트·콩고 등 아프리카 국가들과 신규 가스 공급 계약을 맺었다면서 2025년까지 러시아로부터의 연간 가스 수입량(200억㎥)을 완전히 대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